오늘 헌법재판소는 ‘김영란법’에 관한 헌법소원에서 ‘합헌’을 최종 결정하였습니다. 저는 국민의 기본권을 수호하고 헌법의 이념과 가치를 구현해야 하는 헌재가 법리해석에 따른 합헌성 판단이 아닌, 여론의 눈치만 살핀 정치재판, 여론재판을 했다는 점에서 깊은 우려를 표명합니다. 특히, ‘공직자등’에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원이 해당하는지 여부(정의조항)를 판단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합리적인 이유 없이 심판대상에서 정의조항을 배제한 것은 헌재가 중요하고 민감한 사항에 판결을 미룬 비겁한 태도입니다. ‘합헌’ 판결 직후, 대한변호사협회는 “민주주의를 심각하게 후퇴시켰다”고 강한 유감을 표명하였고, 기자협회도 “오히려 헌법상 가치를 부정하는 판결을 했다”며 비판하였습니다.
무엇보다도 분노를 금할 수 없는 부분은 부정청탁금지조항과 금품수수금지조항의 위헌 판단에 있어, “국가권력이 청탁금지법을 남용할 것을 두려워하여 사학의 자유나 언론의 자유가 위축될 우려도 있으나, 이러한 염려나 제약에 따라 침해되는 사익이 부정청탁금지조항이 추구하는 공익보다 크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한 부분입니다.
언론의 자유와 학문의 자유는 각 헌법 제21조와 제22조에 규정되어 있는 기본권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헌재는 사학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를 ‘사익’으로 폄훼함으로서, 헌법적 가치에 대하여 의도적 무지로 일관하는 믿기 어려운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68년 헌법 역사에 있어, 언론의 자유와 학문의 자유는 특별히 고난의 길을 걸어왔다는 점을 국민 여러분들은 모두 기억하고 계실 것입니다. 피땀 어린 투쟁을 통해 박제된 조문에서 살아있는 권리로 이제 막 숨이 붙기 시작한 언론의 자유와 학문의 자유를 평가절하하는 헌재의 태도에 저는 경악을 금할 수 없습니다. 미국의 경우 200여년 전에 수정헌법 제1조로서 “언론의 자유를 제한하는 그 어떠한 법률도 용납할 수 없다”고 명시하였습니다. 나아가, 1971년 뉴욕타임즈 대 미국 사건에서 미 연방 대법원이 수정 제1조가 거의 모든 사건에서 사전 제약으로부터의 보호를 보장하고 있다고 판결하여 언론의 자유 보호 범위를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판결을 내놓았습니다. 오늘 판결에서도 김창종, 조용호 재판관은 소수의견을 통해 헌법과 양심에 따라 올바른 판단을 내렸습니다. 그러나, 오늘 헌재 다수의견은 합헌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힌 나머지 전 세계의 조롱거리가 될 후진적인 언사를 서슴지 않았습니다. 헌재가 바라는 대한민국 사회는 표현과 사상의 자유보다 검열과 규율이 앞서는 감시사회임이 이로서 명백해졌습니다. 저는 대한민국 정치인이자 국회의원으로서 헌재의 결정에 부끄러움을 금할 길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