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거법 개정을 포함한 전면적인 정치개혁의 계기가 되어야 한다 -
어제 헌법재판소는 국회의원 지역선거구획정 인구수 편차 3:1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고 2:1이하로 바꾸라고 제시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1995년 국회의원 지역선거구획정 인구편차가 4:1일 경우 위헌이라고 결정했으며, 2001년에는 3:1이하로 인구편차 허용 기준을 엄격하게 해왔다.
헌법재판소의 이번 결정은 1투표 1가치의 동일성 측면에서 보았을 때 유의미한 결정이라고 볼 수는 있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 선거제도와 정치현실을 놓고 보면 무조건 환영할 수만은 없다.
어제 헌재에서 반대의견으로 제출된 도농 간의 인구격차에 따른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헌재 결정에 따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제시한 ‘헌재결정(2:1)에 따른 인구기준 불부합 선거구 현황’에 따르면 불부합 선거구 수는 62개이다. 인구상한초과 선거구 수 37개 중 수도권에만 24개가 있으며, 인구하한 미달 선거구의 대부분은 지방농촌지역에 집중되어 있다.
현행 선거제도를 그대로 둔 채 헌재 결정에 따라 선거구가 조정된다면, 수도권의원은 늘어나고 농촌의원은 줄어들어 도농 간 정치력의 격차가 극심하게 벌어지게 될 것이다. 도농 간 격차 해소라는 국가적 과제 실현은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
어제 헌재는 “투표 가치의 평등은 국민주권주의의 출발점으로 국회의원의 지역 대표성보다 우선해야 한다”고 지적하며 투표 가치의 평등, 표의 등가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우리나라 소선거구제 단순다수대표제는 표의 등가성을 훼손하여 사회적 대표성 확보를 어렵게 하고 있으며, 현행 정치제도에서는 국회의원이 지역 대표성을 우선할 수밖에 없는 한계를 갖고 있다. 즉 헌재가 강조하는 표의 등가성이 지역 대표성을 강조하고 있는 현행 선거제도와 충돌하고 있다.
투표 가치의 평등은 대의제 민주주의의 근간인 표심을 보다 정확히 반영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는 대의제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근본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헌재가 선거구획정 다툼에 대한 기준을 정할 때 참고로 하는 외국 사례는 주로 미국, 독일, 일본 등이다. 미국, 독일, 일본 등은 우리나라와 정부형태 및 의회제도, 국회의원 선거제도가 다르다. 특히 독일의 경우 지역구과 비례대표 비율을 1:1로 하여 의석을 전체 득표율을 기준으로 배분하는 ‘혼합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고 있다. 사표를 최소화하고 유권자의 의사를 공정하고 정확하게 반영하기 위한 제도를 근간에 두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 선거제도는 과대한 사표발생, 정당득표율과 의석점유율의 불일치성, 거대정당의 정치독점 등의 문제를 안고 있다. 따라서 표의 등가성을 높이고 비례성을 획기적으로 확대하는 선거제도 도입이 우리나라 정치개혁의 핵심 사안이다. 유권자의 표심을 정확히 반영하고 정당의 책임성을 강화할 수 있는 독일식정당명부비례대표제가 도입되어야 한다.
헌재의 이번 결정을 계기로 정치권은 우리나라 정치제도를 전면 개혁하는데 나서야 한다. 국민을 투표 거수기로 전락시키고 정치행위의 주체로 만들지 못하고 있는 현행 선거제도를 바꿔야 한다. 국민을 투표 참여자로서뿐 아니라 정치의 주체로 바로 세우기 위한 근본적인 정치혁신이 이뤄져야 한다.
우선 대의제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독일식정당명부비례대표제를 시급히 도입해야 함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그래서 유권자의 표심을 정확하게 반영하고 정책과 이념으로 경쟁하는 정당정치, 책임정치를 실현해야 한다.
두 번째로 진성당원제 강화를 통해 정당체질을 민주적으로 바꿔야 한다. 일부 정당에서 제기되는 전략공천의 폐해는 정당의 비민주적인 운영 및 공직후보결정방식에서 기인한 문제이다. 따라서 상향식 공천제를 확립하고 민주적인 정당운영을 위해 진성당원제를 강화해야 한다.
셋째, 정당의 중앙당후원회 설치를 허용하여 유권자가 정당가입 이외에 정치적 의사를 표현 하도록 해야 한다. 정치후원금 기부는 개인이 표현할 수 있는 정당한 정치적 권리의 하나이다. 그러나 현행법은 개인의 정치적 의사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제약하고 있다.
넷째, 여성추천보조금과 장애인추천보조금 배분방식을 변경하여 여성‧장애인후보자 추천을 견인하기 위한 본래의 취지에 맞추어야 한다.
다섯째,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두고 선거구획정위원회 획정안을 국회에서 수정‧의결 할 수 없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 그래서 국회의원 선거구가 공정하고 객관적인 기준에 따라 합리적으로 획정되도록 해야 한다.
어제 헌재의 결정이 의미 있는 결정임에도 불구하고 그 결정으로 오히려 우리나라 현재 선거제도의 미비함이 드러났다. 따라서 헌재의 이번 결정을 선거법 개정을 포함한 전면적인 정치개혁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2014년 10월 31일
통합진보당 정책위원회(의장 이상규)
담당: 방종옥 정책전문위원(02-788-3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