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귀한 자리를 마련해주신 SBS 윤세영 회장님과 임직원 한분 한분께 뜨거운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대한민국은 가장 빠른 시간 안에 산업화를 달성했다. 가장 빠른 시간 안에 민주화도 성취했다. 다른 나라가 100년 200년이 걸렸던 것을 우리는 앞만 보며 압축 성장시켰다. 그러나 압축성장의 그늘에서 독버섯처럼 번지는 각종 부작용이 창궐한 것도,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다. 세월호 참사는 더 이상 빨리빨리, 대충대충으로는 선진국 문턱을 넘지 못한다는 것을 뼈저리게 보여준 대한민국호 자체의 대참사였다. 자기만 생각하는 이기주의, 황금만능주의의 노예가 되면 어떻게 되는가를 적나라하게 보여 준 것이다.
오죽하면 대통령이 국가개조란 말을 써가며 대한민국을 바꿔야 한다고 했겠는가? 세월호 이전과 이후의 대한민국은 달라야 한다는 데 전 국민적 합의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대한민국호에 대한 경종과 변화에 대한 국민적 합의는 지난 대선 때도 있었다. 국민은 경제민주화, 복지 그리고 한반도 평화를 시대정신으로 규정했다.
정치권은 여야 대선 후보 모두 바로 그 시대정신을 잘 구현할 수 있다고, 국민에게 앞 다퉈 공약을 제시했다. 국민은 박근혜 당시대선 후보가 대한민국호의 선장으로 더 잘 준비되고, 더 신뢰가 간다고 믿고 선택했던 것이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된 지 만 2년째 되어가는 작금의 현실은 어떠한가?
경제민주화 대신에 초이노믹스가 자리 잡고 있다. 초이노믹스는 20세기적 발상이다. 사회적 양극화만 키우고, 고용 없는 성장만 지속하는 경제정책인 것이다.
이에 반해 21세기형 경제민주화는 성장과 복지가 선순환을 이루는 구조인 것이다.
스웨덴이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결코 소득수준이 높았기 때문이 아니었다. 1913년 기초연금제도가 도입되지 전까지만 해도 100만명이 미국으로 이민을 가야만 했던, 가난한 빈국 중의 한 나라였다.
그러나 교육, 보육, 의료 등 인적자원 개발에 쓰이는 재원을 비용이 아니라 투자로 생각하는 발상의 전환이 있었기 때문에 오늘의 스웨덴이 가능했던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진보와 보수 이분법으로 갈려서 서로 죽기 살기 식으로 싸우고 있다. 보수 쪽이 지키자는 것이라면, 진보 쪽은 바꾸자는 것이다.
보수 쪽이 헌법적 가치인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지키자는 것이라면, 진보 쪽도 이를 부정할 수는 없는 것이다.
진보가 현재의 체제를 조금 더 나은 세상으로, 경제민주화, 복지 그리고 한반도 평화로 바꾸자는 것이라면, 그것 또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들이다.
건강하고 성숙한 사회가 되려면 지키자는 쪽과 바꾸자는 쪽이 양 날개 같이, 함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양 극단으로 갈라져만 있다면 서로 다투면서 공멸하게 되는 것이다.
자유와 평등, 사익과 공익 모두 소중한 가치이다. 성장과 분배, 진보와 보수 또한 소중한 가치이다. 그러나 한쪽으로 치우치면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아프리카 속담에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말이 있다. 대한민국은 너무 빨리 혼자 달려 왔다. 이제는 멀리 보며 천천히 함께 가야 한다.
20세기 산업화 시대엔 혼자 다 하려 했고, 그래서 독점이 이뤄졌다. 그러나 21세기는 함께하는 시대이다.
서로 공유할 때 더 많은 것을 누릴 수 있는 시대이다. 골고루 잘사는 사회, 함께 더불어 사는 사회,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사회가 됐을 때, 우리 모두가 더 풍요롭고 살맛나는 삶을 살아갈 수 있다고 믿는다.
언제나 시대를 선구했던 SBS가 오늘 마련한 이 자리, 하시는 교수님 말씀 하나하나 마다 가슴 속 깊이 감동으로 다가왔다. 앞으로도 이런 아젠다 설정에 전 시민이 참여하는 아름다운 사회가 될 수 있도록 여야도 함께 노력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