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상산업진흥원(기상청 장비 구매 업무 대행 기관)이 기상 장비 라이다(Lidar – 순간 돌풍을 탐지하여 항공기 이착륙 때 안전을 도모하는 장비)를 조달청을 통해 구매하는 과정에서 기상청의 부당한 개입이 있었다는 의혹이 점차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기상청은 한국기상산업진흥원이 장비 구매 업무를 대행하고 있어 조달청 입찰에 관여할 수 없는 구조라고 주장하여 왔으나 이는 사실과 달랐다.
기상청장의 석연치 않은 장비 도입 보류지시
조석준 기상청장은 2010년 2월 9일 기상청장에 취임 직후 한국기상산업진흥원의 장비 도입 사업중 LIDAR 사업 보류를 지시하여 결국 특정 업체 입찰을 도왔다는 주장이 나왔다. 민주당 김경협 의원의 의혹 조사 결과 “기상기자재 도입심의회 등 사업발주에 관한 절차를 모두 마치고 조달청에 발주를 의뢰하기 직전에 조찬회의에서 당시 원장직무대리에게 보류를 구두 지시 하였고, 이에 당시 항공기상청장이 수차례 사업추진의 타당성과 조기 추진 필요성을 보고하였으나 이를 묵살하였다”는 진술을 다수 관계자들로부터 확보했다.
근거 없는 탐지거리 완화로 특혜
그간 특정사의 입찰을 돕기 위해 라이다 장비의 관측 가능거리 규격을 완화해 주었다는 의혹에 대해 기상청은 지난해 6월 3일 ‘항공기상장비 선진화 포럼’의 논의를 근거 제시하였으나, 지난달 24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업무 보고 당시 민주당 김경협 의원의 질의에 대해 탐지 거리에 대한 논의가 없었음을 결국 7월 31일 제출한 서면답변서를 통해 인정했다. 라이다 장비의 탐지 거리를 애초 “400m~15km”에서 “400m~10km이상”으로 완화한 것에 대해 전문가들의 비판이 끊이지 않았으나 기상청은 전문가들이 참석한 포럼을 근거로 탐지거리 완화에는 문제가 없다는 주장을 반복했었다. 하지만 공항 운영의 기준인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규정에는 자연현상에 대한 관측 거리를 16km로 명시(ICAO 문서 9377)하고 있다. 공항 관제 범위가 통상 반경 5.5km~10km 정도인데 이 범위를 벗어난 지역에서 순간 돌풍이 발생해서 활주로로 이동할 경우 항공기 안전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어 공항 관제 범위 이상의 주변 관측 필요성을 규정한 것이다.
조달청도 기상산업진흥원 쪽 심사위원으로 편중 선정 의혹
지난해 9월 27일 한국기상산업진흥원 주최 라이다 입찰제안서 평가회의 당시 총 8명중 5명의 심사위원이 K사의 불합격을 결의하였으나, 다음날 그 회사의 항의로 10월 21일 재심의가 이루어졌다. 재심의가 이루어진 이유를 한국기상산업진흥원에서는 1차 심의 당시 간사가 특정사에 불리한 발언을 하는 등 객관성을 침해했다고 주장하나 1차 심의 녹취록을 검토한 결과 그 회사의 자료에 라이다 탐지거리가 관련 규격에 미치지 못한 점을 지적한 것에 불과했다. 김경협 의원은 “이번에 계약된 K사의 프랑스산 제품은 현재 10km 이상의 탐지 능력을 갖추지 못하였으며, 향후 납품 시점에서 이를 충족 여부를 검수할 것이라는 기상청의 답변을 받았다”고 했다.
라이다 도입을 위해 2개사가 경쟁하였으나 재심의를 거치고도 10km 이상의 탐지 성능을 지닌 제품이 1개사에 불과해 개찰을 해도 법적으로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으나 조달청은 경쟁입찰 유도라는 이유로 입찰 재공고를 거쳐 3차 심의를 진행했다. 이는 조달청의 재량이지만 심의 과정에서 또 다른 의혹이 발생하였다.
조달청은 행안부로부터 심사위원 후보 명단을 28명 확보하고 추가로 한국기상진흥원에 27명의 심사위원 후보 명단 제출을 요구하였으나, 한국기상산업진흥원은 83명의 명단을 제출했고 조달청은 28명과 83명을 합한 111명을 전체 모집단으로 하여 최종 11명으로 심사위원으로 선출하였다. 문제는 무작위 추출한 심사위원임에도 1명을 제외한 10명이 한국기상산업진흥원 추천 후보군에서 편중 선정되었다는 점이다. 조달청의 요청이 없었음에도 한국기상산업진흥원은 임의로 “1차 2차 당시 평가위원 등을 배제한 후보군을 추천”하였다. 결국 K사의 탈락을 결의한 1차 2차 심의를 전면 부정한 것이다. 더구나 2차 심의 당시 위원 1인은 한국기상산업진흥원의 후보군 제외 기준에도 불구하고 3차 조달청 심의에도 참여하였다. 해당 위원이 2차 심의 당시 K사에 유리한 발언을 했기 때문이라는 일각의 주장에 한국기상산업진흥원은 합당한 답변을 해야 할 것이다.
기상청장 반드시 조사받아야!
라이다 도입은 김포공항과 제주공항에 이착륙시 안전을 확보하고자 2011년 예산을 확보하고 추진하던 사업이다. 2011년 포럼 개최 등 석연치 않은 이유로 제품 규격 결정이 지연되고 재심의와 3차 심의를 거쳐 지난 연말 K사의 프랑스산 제품이 최종 낙찰되었다. 이 과정에서 직원 다수가 업무에서 배제되었고 급기야 탈락한 W사가 민사소송을 제기하였다. 탐지거리 완화를 둘러싼 갈등이 표면화되면서 올 3월 국무총리실에 감찰을 실시했고 결국 5월 16일 서울시경 광역수사대는 진흥원 등 3곳을 압수 수색하고 지금까지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참고인 또는 피의자 조사를 받은 기상청과 진흥원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입찰이 지연되고 탐지거리가 완화되는 과정에 K사의 입찰을 도우려는 조석준 기상청장의 외압이 있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그동안 꾸준히 외압을 주장하는 내부 직원들의 제보가 있었으며, 석연치 않은 입찰 과정과 K사 출신이라는 경력을 종합하면 의혹의 정점인 조청장을 조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