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 23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침략에 대한 정의는 학계에서도, 국제적으로도 확실하지 않다. 국가 간의 관계에서 어느 쪽에서 보느냐에 따라 다르다"라고 말했다. 일제의 대한 침략 사실마저도 부정하는 발언이다.
또한 아베 총리는 전날 참의원 답변에서 “일본의 과거사를 반성한 무라야마 담화를 현 내각이 그대로 계승하지는 않을 것”이라 밝혔다.
아베총리의 이런 발언은 동북아 평화와 번영이라는 미래지향적 가치를 버리고 제국주의의 과거로 회귀하려는 반 역사적 망언이자, 일제강점으로 고통받은 주변국가들에 또다시 상처를 주는 행동이다.
이런 가운데 아소 다로 부총리를 비롯한 일본 여야의원 168명은 야스쿠니 신사를 집단으로 참배했다. 1989년 이후 최대 규모로 이루어진 집단 참배는 이제 한국과 중국 등 그들의 선조에 의해 침탈당했던 이웃 나라의 반발을 무시한 채 제 갈 길만 가겠다는 오만하고 뻔뻔한 태도이다.
아베총리는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 사실을 부인하고, 창씨개명은 조선인들이 자원한 것이며, 한국 근대화가 일제 식민지배 덕이라는 따위의 망언을 일삼는 이들이 이른바 친한파·지한파의 직계후손이다. 그들은 조상들이 주도한 패전 전 ‘대동아공영권’의 제국 일본을 되찾아야 할 이상향으로 생각하고 지금도 그 망상에 사로잡혀 있는 듯하다.
아베총리의 외조부 기시 노부스케는 민간인으로는 드문 A급 전범이다. 기시는 도조 등 A급 전범 7명이 교수형을 당한 바로 다음날 전격 석방돼 1957년 총리 자리에까지 올랐다. 그의 생명을 구한 것은 일제 패전 뒤 일본과 남한을 점령한 미국과 냉전이었다. 냉전 덕에 공직에 복귀한 일본 전범자들이, 역시 냉전과 한국전쟁 덕에 살아난 그들의 수하였던 이들과 함께 1961년 박정희 쿠데타 직후 한일국교정상화와 한국 경제개발에 깊숙이 개입했다는 뼈아픈 과거가 오늘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아베총리의 이번 발언은 그가 여전히 전범인 그들의 조상의 망상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그들의 머릿속에는 조상들이 벌인 침략전쟁이 여전히 진행중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하겠다.
1970년 당시 빌리 브란트 독일 총리는 바르샤바 시민 학살 추모비 앞에서 무릎을 꿇고 사죄했다. 그 뒤를 이어 로만 헤어초크, 요하네스 라우 등 독일 역대 대통령을 비롯해 호르스트 쾰러 대통령도 폴란드를 방문해 거듭 과거사를 뉘우치고 반성했다.
2004년에는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가 바르샤바의 볼스키 국립묘지에서 "독일인들은 나치의 범죄를 생각하면 부끄러움 속에서 몸을 수그립니다.", "나치 독일이 폴란드인에게 헤아릴 수 없는 고통을 안겨줬다"고 고개숙여 사과한 뒤 당시 나치군에 항거했던 폴란드 시민군 노병들을 껴안고 눈물을 흘리며 위로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독일인들의 이런 사과는 폴란드의 요구 때문이 아니었다. 매번 자발적인 반성이었다.
이런 독일인들의 모습에 비추어 볼 때 일본이 현재 보이고 있는 모습은 너무도 실망스러울 따름이다.
지금이라도 아베총리는 일본 내 정치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 채택한 우경화 전략이 종국에는 동북아 평화를 해치고 일본을 주변국으로부터 고립시키게 될 것임을 깨닫고 과거사에 대해 주변국에 사과하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기를 바란다.
아울러 동북아 평화를 위협하는 일본의 우경화와 관련하여 미국정부에 요청한다. 미국정부가 한미일의 동맹관계를 계속 유지하고자 한다면 이런 동북아의 평화를 저해하는 일본의 우경화에 대해 수수방관하는 태도를 버리고 적극적으로 제지해주기를 바란다. 미국이 뒷짐 지고 있는 사이에 일본의 우경화는 가속되고 동북아의 평화는 위협받고 있기 때문이다. 독도 문제를 포함하여 과거사 문제를 한일 당사자끼리 풀어야할 사안이라며 한 발짝 뒤로 물러서는 미국의 태도는 일본의 제국주의 침략을 묵인하는 것이고, 한미동맹관계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임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아베의 극우 발언과 일본 정치인들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는 일제의 식민지배를 아직도 극복하지 못하는 대한민국의 현상을 업신여기는 것이다. 우리가 철저한 과거청산과 친일청산을 했다면 아베총리가 이런 망언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철저한 친일청산을 하지 못한 역사적 사실이 참담할 뿐이다.
박근혜 정부도 일본의 우경화가 결국은 한반도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이해관계, 북한의 핵위협 등 복잡한 정치현실과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명심하고, 더욱 외교적 역량을 발휘하여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전에서 주도적인 위치를 유지할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명박정부가 저지른 미국 일변도의 외교전략으로는 복잡한 한반도 상황을 헤쳐나갈 수 없다는 교훈을 바탕으로 새로운 외교전략을 수립해주길 바란다.
2013년 4월 25일 국회의원 이종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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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25-이종걸 의원, 동북아 평화를 위협하는 아베 총리의 망언을 강력 규탄한다!.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