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결위 파행의 책임은 정부와 여당에 있고,
이번 파행이 국정조사 파행을 위한 꼼수가 아니길 바란다.
어제 국민의힘 예결소위 위원들이 민주당의 정당한 예산심사 요구를 거부하며, 예결위를 파행으로 이끌었다.
더욱이 예산안 심사 대상인 정부부처 관계자들은 여당의 주장에 편승해 예결위 심사장에 참석도 하지 않는 역사상 초유의 일을 자행했다.
참으로 개탄스러운 일이다.
정부와 여당이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를 얼마나 우습게 보고, 얕잡아 봤으면 이런 일을 감히 감행할 수 있는지 그 만용에 놀랄 따름이다.
국민의힘은 지난 금요일 예산심사소위 때부터 예산안 심사 발목잡기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국토위, 정무위 예산안 단독처리에 대해, 정부동의가 없는 상임위 증액 심사안은 무효라는 주장을 하더니 최근 5년간 정부동의 없는 상임위 예산안이 15건에 달한다는 사실을 제시하자, 어제는 갑자기 분양주택 예산은 윤석열 정부 핵심사업인데 이를 대규모로 삭감한 것은 정치적 발목잡기라는 주장을 펴면서 심의를 거부했다.
국민에 대한 무한 책임을 져야 하는 여당이 여당다운 모습은 없고, 동네 왈짜패나 하는 행태를 보인 것이다.
지난주 목요일까지 아무 이견 없이 원만하게 진행되던 예산심사소위가 갑자기 국민의힘 실력행사로 파행을 맞은 데에 대해 의구심이 들 뿐이다.
왜냐하면 목요일에 국정조사 실시가 본회의를 통과했고, 금요일부터 국민의힘 예결소위 위원들의 행태가 갑자기 180도로 달라졌기 때문이다.
국정조사를 파행시키기 위한 정략적 목적이 아니라면 이런 일은 있을 수 없다.
639조의 정부예산은 윤석열정부 예산이기 전에 국민 예산이다.
국민의힘이 국민 예산을 정쟁의 도구로 활용한다면 정당으로서 존재 이유가 없다.
국민에게 실망만 안겨 주면서 국민의힘이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게 부끄럽지 않은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예산심의를 보이콧하는 여당이 낯설고 황당할 뿐이다.
또한 어제 예결위 회의에서 보여준 정부의 행태는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 권위에 대한 도전이자, 국회 예산심의권을 침해한 중대한 범죄였다.
기재부를 비롯한 모든 심사대상 부처는 여당과 합의 없는 예산심사에는 참여할 수 없다며 국회법에 따라 합법적으로 진행하는 회의에 불참했다.
유신시대에나 있을 법한 일이 21대 국회에서 버젓이 자행됐다.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민을 무시하고, 국민을 경시하는 정부의 오만방자함이 도를 넘었다.
민주당이 국민을 위해 좀 더 꼼꼼히 그리고 냉철하게 심사하려던 의도는 정부와 여당의 무책임함에 무참히 짓밟혔다.
그러나 민주당 예결위원들은 내년 예산을 한 푼이라도 더 국민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예산으로 만드는 길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비록 어제로 모든 예산심사소위 심사일정은 종료했지만, 앞으로 국민의힘과 협상을 통해 최대한 윤석열정부 예산이 아닌 국민 예산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12월 2일까지 우리에게 아직 나흘이라는 시간이 남아있다.
그 나흘 동안 국민의힘과 정부는 예산안 심사에 적극 임해 줄 것을 강력히 요청한다.
그것이 이번 예산심사 파행 책임으로부터 국민의힘이 자유로울 수 있는 길이며, 이번 파행이 국정조사 파행을 위한 꼼수라는 오명을 벗을 수 있는 길이며, 국민의힘이라는 당명에 걸맞게 행동하는 길이다.
또한 여당이 가장 여당답게 새롭게 태어나는 길이다.
윤석열 정부에게도 부탁한다. 예산 심의권은 국회에 있고, 그 국회가 국민을 대표하는 기관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기 바란다.
역대로 국민에 반하여 성공한 정부가 없었다. 국민에 반하지 않는 길은 이번 예산심의에 협치를 기반으로 최선을 다하는 것임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2022년 11월 29일
민주당 예산결산심사소위원회 위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