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일 오전 9시 40분, 국회 소통관서 예산부수 세법개정안 합의 파기촉구 기자회견 개최
― 용혜인 “여야 합의안, 재정이 가장 절실할 때 재정 여력 축소시키는 부자감세안”
― 용혜인 “법인세 대립, 여야가 이미 합의한 대규모 부자감세 가릴 수는 없어”
― 용혜인 “금융투자소득세 과세 유예, 더불어민주당이 규탄하는 ‘초부자감세’”
― 용혜인 “한국 낮은 국민부담률로 증세 필요해… 중저소득자 감세, 소득세제 개혁에 역진적”
― 용혜인 “주택 종부세 여야 합의안, 다주택 투기 유인 차단 기능을 사실상 사장시켰다”
- 기자회견문 전문
《부자감세 합의 파기하고 예산부수 세법개정안을 원점 재검토할 것을 촉구합니다》
안녕하십니까. 기본소득당 국회의원 용혜인입니다.
저는 교섭단체 여야 사이에 현재 진행되는 세법 개정 논의의 잠정 결과가 대규모 부자감세라고 확신합니다. 더불어민주당이 서민과 중산층의 정당임을 자임한다면, 온통 부정적 결과만이 예정된 기왕의 합의를 파기하고 예산부수 세법개정안을 원점 재검토해야 합니다.
아직 세법개정안 형태의 여야 합의안을 확인하지 못했으므로, 언론 보도로 확인된 정부여당과 민주당의 합의안을 기준으로 이야기하겠습니다. 본격적인 이야기 이전에 기본 전제로 확인해야 할 사항이 있습니다. 한국은 GDP 대비 조세와 사회보장기여금의 비율인 국민부담률이 여전히 낮습니다. 양극화·저출산·고령화라는 구조적 위기에 대응하려면 증세가 필요합니다. 더욱이 내년에 더욱 거세질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증세를 통해 재정여력을 확보해야 합니다.
2020년 한국의 국민부담률은 28%로, OECD 평균 33.5%보다 5.5%포인트 낮습니다. G7 평균인 35.8%보다 7.8% 낮습니다. 일본은 2019년 수치 적용
낮은 국민부담률로 인해, 사회복지지출에서는 더 큰 격차를 보입니다. 2019년 한국의 사회복지지출은 GDP 대비 12.2%로 OECD 평균인 20%에서 멀찌감치 떨어져 있습니다.
이처럼 한국의 낮은 국민부담률과 사회복지지출에 대한 언급은 이제 말하자면 입이 아프고 식상하기까지 합니다. 그러나 동시에, 일자리 중심 복지와 선별복지의 사각지대에서 생활고 비극이 반복되는 대한민국의 현실을 보여주는 외면할 수 없는 진실입니다.
이제 양당이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거나 추정되는 세법개정안의 내용을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소득세 분야에서 금융투자소득과 가상자산 양도소득에 대한 과세를 2025년으로 2년 연기합니다. 국민의힘은 금융투자소득에 대해 유예를 넘어 원점 재검토한다는 입장까지 개진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금융투자소득세는 금융자산에서 발생한 소득에 사실상 비과세해왔던 기형적인 과세를 이제라도 바로잡자는 이십 년 가까운 논의의 성과입니다. 저는 2020년 기획재정위 조세소위 논의에 참여하며,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원칙을 훼손하는 수많은 비과세감면 조항에 반대했습니다. 그럼에도 금융투자소득세는 금융자산소득에 대해 최소한 과세의 꼴을 갖춘다는 그 명분 하나로 출발한 세제입니다.
금융투자소득세 도입을 결정한 21대 국회가 자신의 임기 안에 시행하지 않기로 합의한다면, 새로 들어설 22대 국회가 이 합의에 구속될 수 있겠습니까? 부칙에 ‘2025년 시행’이라고 쓴 글씨는 종이에 남겨진 잉크 자국 이상도 이하도 아닐 것입니다.
현행 금융투자소득세는 금융투자소득 5000만원까지 공제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시행된다고 해도 금융투자로 소득을 올리는 국민 중 0.9%만 실제로 세금을 낼 것으로 추정됩니다. 금융자산에 투자하는 국민 중 0.9%는 최고 부자들일 것입니다. 금융투자소득세 과세 유예가 바로 더불어민주당이 규탄하고 있는 ‘초부자감세’입니다.
가상자산 과세 2년 유예에 동원된 논리는 한심합니다. 기재위 조세소위 논의에서 정부의 유예 명분은 “투자자 보호 조치가 충분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가상자산 과세 유예에 동원된 투자자 보호 조치는 위험천만한 가상화폐 거래를 어느 수준에서 규제할 것인가와 결부된 문제이지, 소득 있는 곳에 과세 있다는 원칙의 훼손할 수 있는 근거가 전혀 아닙니다.
뇌물과 횡령으로 얻은 소득에 대해서도 과세하는 것이 현행 세법입니다. 투자자 보호가 안 되어 올리는 소득이 없다면 당연히 납세도 없습니다. 더구나 지금 가상자산으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시기도 아닙니다. 조세저항이 가장 적은 제도 시행의 적기라는 뜻입니다. 그런데도 아무 근거 없는 논리를 들어 유예하자는 말이 됩니까?
이뿐만 아닙니다. 정부는 소득세 기본세율에서 가장 낮은 6%와 15%가 적용되는 과표구간을 각각 200만원, 400만원 상향해 저소득층에 대한 감면 혜택을 확대하겠다고 합니다. 정부 안에서 저소득층이 감면 혜택을 보는 것은 사실이지만 혜택이 저소득층에게만 돌아가는 것은 아닙니다. 과표구간 조정을 통한 저소득층의 감면은 누진공제를 통해 상위 소득자에까지 적용됩니다. 현행 누진 소득세 체계에서 과표구간 조정으로 서민들만 감세 혜택을 받고 부자들은 제외시키는 입법기술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합니다.
물론 이 개정을 통한 감세가 소득 상층보다 하층에 체감도가 큰 것은 사실입니다. 저는 이것이 부자감세여서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소득세 증세에 대한 기왕의 합의를 훼손하기에 반대합니다. 근로소득 면세자가 여전히 전체 근로소득자의 37%에 가깝습니다. 고소득일수록 누진적으로 부과하되 국민 누구나 조금이라도 소득세를 내도록 하고, 이로써 사회복지가 시혜가 아니라 국민의 권리라는 인식을 확장해야 합니다. 과표구간 조정을 통한 중저소득자 감세는 이러한 소득세제 개혁 방향에 역진합니다.
현재 여야 합의에서 법인세만이 대립점으로 남은 점을 감안하면, 주택임대소득세 개정도 합의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주택임대소득세 개정안은 1주택자 임대소득세 부과대상 주택 가격을 현재 공시가격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높이는 안입니다. 정부의 개정 논리는 1주택자 종부세 부과기준 개정 현재 공시가격 11억원, 개정안은 12억원
에 따라 1주택자 임대소득세도 여기에 맞춘다는 것입니다.
종부세는 보유세이고 주택임대소득세는 소득세입니다. 아무 관련도 없는 양 세제의 부과기준을 통일한다는 것이 어떻게 개정의 근거가 될 수 있습니까? 주택임대소득은 현재 세원 파악조차 제대로 안 됐습니다. 이뿐만 아닙니다. 가업 상속 공제 요건을 완화하는 상속증여세법 개정도 합의된 것으로 추측됩니다. 두 개정안 역시 긴말이 필요 없는 부자감세입니다.
마지막으로 양당의 주택 종합부동산세 합의안은 다주택 투기 유인 차단이라는 주택 종부세 기능에 대한 사실상의 사망선고입니다. 합의안은 다주택자의 정의를 3주택 이상으로 규정하고, 다주택자의 기본공제액은 6억원에서 9억원으로, 1주택자는 11억원에서 12억원으로 올렸습니다. 3주택 이상 보유 다주택자도 과세표준이 12억원을 넘지 않으면 중과세율을 적용하지 않기로 합의했습니다. 3주택 이상자에게 적용되는 중과세율은 아직 조율 중이라고 합니다.
지난 몇 년 동안 종부세 무력화의 최대 명분은 주택가격 폭등에 따른 이른바 세금폭탄론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미 시행령 개정만으로 과세표준을 무려 40%나 줄여버렸고, 심지어는 주택가격의 하락세도 뚜렷합니다. 지금은 오히려 종부세 세율과 과세를 강화하는 방향의 개정이 필요합니다. 이번 합의안이 국민 일반이 아니라 주택 최상층 부자들에 대한 감세라는 사실은 더 논할 필요가 없습니다.
법인세법 개정안을 두고 여야 사이에 엄청난 대립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법인세법 개정과 관련해 한가지 짚고 넘어갈 사실이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첫해 법인세 최고세율을 22%에서 25%로 개정했습니다. 물론 대기업에 대한 증세입니다. 그러나 이 증세 효과는 대부분 감세 혜택이 대기업에 귀착하는 조세특례제한법의 각종 비과세감면 조항의 신설과 무더기 일몰 연장을 통해 그 순증세 효과가 거의 소실되었습니다.
과표구간 조정 및 최고세율 인하를 통한 정부안의 혜택이 몇몇 소수 재벌대기업에 돌아간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고, 개정되어서는 안 됩니다. 그러나 이미 양당 사이에 이미 합의된 다른 세법개정안의 내용이 대규모 부자감세라는 사실이 법인세법 개정을 둘러싼 양당의 대치로 감춰질 수 없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12일 정부여당과 합의가 안 될 경우 민주당 단독의 ‘국민감세’ 개정안을 내고 통과시키겠다는 입장을 피력했습니다. 저는 양당의 현재까지의 합의를 파기하고 예산부수 법안을 원점에서 재논의할 것을 거듭 촉구합니다.
올해 고물가 고환율 고금리의 충격이 시작됐고, 내년에는 우리 경제를 지탱해왔던 수출과 소비 양축에서 위축이 불가피합니다. 부동산발 금융위기, 채권시장 유동성 위기는 언제라도 폭발할 기세입니다. 내년에 경제위기가 본격화된다면 정부가 쓸 수 있는 재정이 필요합니다. 세법 개정안 정부안에 따를 경우, 향후 5년간 73.6조원의 세수 감소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여기에 경기 후퇴에 따른 자연감소분까지 더해질 것입니다.
재정이 가장 절실할 때 재정 여력을 축소시키는 개정안, 부담 여력이 가장 큰 부자들에게 감세 혜택이 가장 크게 돌아가는 부자감세안을 승인하고서 국민경제를 지키는 정당, 중산층과 서민의 정당을 자임할 수는 없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예산부수 세법개정안을 파기하고 원점 재검토해야 합니다.
참고1. 예산부수 세법개정안 합의 파기 촉구 기자회견 현장스케치
※ 참고자료: 첨부파일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