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 횡재세에 정유업 없다" 주장에 "횡재세 부과 업종은 국가 현실에 맞게 정해져"
- "정유사 초과이익은 횡재 아니다" 주장에 "연도별 국제유가와 정제마진 비교하면 명백한 횡재"
- "손실날 때 보상 안하면서" 주장에 "이미 법인세에 손실에 대한 일정정도 보상장치 있어"
- 용혜인 "횡재세는 고통 분담을 통한 경제위기 극복이라는 면에서 정의로운 조세"
- 용혜인 "횡재세 도입에 정유사, 은행이 먼저 자청하며 국민 손 잡을수는 없나"
≪손해 날 때 보상 안하는데 초과이득엔 추가 세금을 내라는 게 맞냐고요?≫
- 정유업계 횡재세 반대 논리에 대한 반박
연초에 정유사 임직원들에 대한 1000% 성과급 지급이 사회적 논란이 됐고, 지금은 가스요금 폭등 상황이 횡재세 도입 필요성을 재환기하는 소재가 되었습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도입 필요성 언급도 한동안 잠잠했던 횡재세 논의를 재점화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그러자 정유사들의 반론도 활기를 띠고 반발 강도도 높아지는 느낌입니다. 저는 이런 반발이 제도 논의의 자연스럽고 불가피한 과정으로 이해합니다. 하지만 반대를 위해 동원되는 논리들에는 동의하기 어려운 것들이 있습니다. 국내에 횡재세 의제를 선도해왔고 관련 법안을 발의한 의원으로서 지금 시점에 종합 반론을 펴는 게 필요하다 판단했습니다.
정유업계의 횡재세 반대론을 크게 3가지로 압축해 보았습니다. 첫째는 유럽 국가들에서 도입한 횡재세 부과 업종은 발전사업자와 석유·가스사업자로, 정제업은 부과 대상이 아니라는 주장입니다. 둘째, 정유사의 정제 마진은 상당한 리스크를 감수하면서 얻는 것으로 횡재(windfall)와는 거리가 멀다는 주장입니다. 셋째, 손실이 날 때는 보상하지 않으면서 이익이 났다고 추가 세금을 부담시키는 B0痼� 부당하다는 주장입니다.
이들 3가지 횡재세 반대론 각각에 대해 저의 생각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1. 유럽의 횡재세 부과 대상에 정유업은 없다는 주장에 대해
횡재세에 대한 유럽연합의 가이드라인은 횡재세 부과 대상 업종을 발전사업자와 석유·가스사업자(시추업자)로 정하고 있습니다. 가이드라인에 정유업이 들어있지 않고 횡재세 도입 대부분 회원국들도 가이드라인에 따라 횡재세를 부과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조금 더 들어가보면 업종이 횡재세 부과의 절대 기준이 아니라는 것도 드러납니다. 그리스, 루마니아는 발전사업자에 대해서만 과세하나 영국은 석유·가스 역내 생산업자에 과세합니다. 반면 헝가리는 다양한 산업 부문에 걸친 다국적기업에 과세하고, 스페인은 에너지 회사와 함께 은행에도 과세합니다.
유럽 국가들의 횡재세 부과 업종의 시사점은, 횡재세 부과 대상에 포함되고 제외되는 절대적 기준이 따로 있다기보다는 위기의 성격과 해당 국가의 현실에 맞게 국가공동체가 횡재세 부과 업종이나 산업, 기업을 정한다는 것입니다.
지난 여름 법안을 준비할 때 정유사와 은행이 횡재세의 취지에 맞는 대표적인 업종이라 판단하고 그렇게 법안을 발의했지만, 지금에 와서는 디지털 플랫폼 기업이나 민간 발전사가 초과이익을 얻었다면 포함시키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을 합니다. 횡재세는 국민경제의 위기 상황, 대부분 경제주체들이 이 위기로 고통을 겪는 시기에 전례 없는 횡재 이익을 얻은 대표적인 업종을 정하고 그 초! 과이득의 일부를 세금으로 환수해 위기 극복의 재원으로 활용하자는 취지의 세금입니다.
유럽에서는 오래된 역사를 자랑하는 세금이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에 석유·가스 시추업자가 있었다면 당연히 이들 업종도 횡재세 부과 대상이 됐을 것입니다. 요컨대, 정유사는 횡재세 부과 대상에서 원천 면책하는 자연법적인 원리나 경제적인 절대 기준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닙니다.
2. 정유사의 초과이익은 횡재(windfall)가 아니라는 주장에 대해
정유사의 이익은 원유의 정제 마진이 결정적인 변수입니다. 정제 마진이란 원유의 원가에 수송비, 운영비 등의 제반 경비를 제하고 남는 일종의 영업이익 개념입니다. 통상 정제 마진률이 4~5% 이상일 때 이익이 나고 그 이하면 손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한국 기업들의 정제 마진은 크게 국제 원유가격, 석유 제품에 대한 수요, 환율이 결정 요인입니다. 물론 제품의 품질 경쟁력도 영향을 미치겠지 B8� 이들 외부 변수가 더 크게 작용합니다.
제가 증권사 에널리스트의 분석을 하나 캡쳐해봤습니다. 왼쪽 그래프는 연도별 국제 유가이고 오른쪽은 정제 마진입니다. 1대 1 정비례 관계는 아니지만 정제 마진이 국제 유가와 비례 관계임을 유추하는 데 무리가 없습니다. 지난해 정유사의 유례없는 실적 실현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국제 유가의 상승을 빼고는 설명하기 힘듭니다.
정유사의 영업 실적 자료 역시 정유사가 거둔 눈부신 실적의 성격이 횡재임을 가리킵니다. 정유4사의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8% 정도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무려 240%가 증가했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매출 10~20% 증가도 쉽지 않은 일인데 영업이익이 매출 증가액 78%의 3배 정도에 이른다는 것은, 그 실적을 정유사의 기술 투자, 경영 혁신, 품질 경쟁력을 통한 특수이익의 실현으로는 � B5무지 설명할 길이 없습니다.
이 상황들을 종합하면 정유사의 초과이득이야말로 횡재세에서 정의하는 그 횡재에 정확히 부합합니다.
한편으로 정유사들은 정유 사업이 상당한 리스크를 안고 있다는 것을 근거로 내세우는 것 같습니다. 국내만 보면 대규모 시설 투자가 필요한 장치 산업이라는 특성으로 인해 소수의 정유사가 높은 진입장벽 안에서 독과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습니다. 사실 저는 정유사의 진정한 위험은 점점 화석연료에 점점 더 높은 패널티를 부과하려는 국제 무역 및 경제 질서의 추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 A1에서 여기 논점은 아니지만 정유사에 대한 횡재세가 재생에너지 사업자로의 전환을 유인하는 교정조세로서의 성격도 지닌다고 생각합니다.
3. 손실 날 때 지원하지 않으면서 초과이익에 추가 세금을 부과한다는 부당성 주장에 대해
정유업계는 2020년의 적자가 났을 때 보상을 하지 않았는데 왜 큰 이익을 볼 때는 추가 세금을 내라는 것이냐고 항변합니다. 2020년 적자는 코로나 원년이라는 매우 특수한 시기의 예외적인 경우였다는 점을 우선 짚고 싶습니다.
법인세도 법인이 낼 뿐 개인이 내는 소득세와 같은 성격의 세금입니다. 소득세 과세의 보편 원리는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 입니다. 손실을 났을 때 국가가 보상하는 것을 전제로 소득세의 합법성, 정당성이 성립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를 횡재세에 적용한다면 횡재세는 횡재 이득이 있는 경우에 부과하는 세금이지 불운한 손실에 대한 보상을 전제로 해서 성립하는 조세가 아니라는 것입 B4求�.
원칙적으로는 그렇지만 법인세는 개인에 부과하는 소득세와 달리 사실 손실에 대해 일정 정도 보상하는 장치가 있습니다. 법인이 특정 과세연도에 발생한 적자는 결손금으로 최대 15년 동안 이익이 났을 때의 과세표준에서 공제해주는 이월결손금 제도가 그것입니다. 정유사들의 2020년 적자는 2021년과 2022년, 필요하다면 그 이후에 걸쳐서도 완전히 공제될 것입니다. 수출 대기업이 누려온 법인세 � 8면 혜택도 정말 많습니다.
물론 세금은 헌법의 가치를 위반해서는 안 되고, 국회 법률로만 부과할 수 있도록 내용적, 절차적 한계가 있습니다. 횡재세가 도입된다면 당연히 국회 법률을 통해서이고, 입법 과정에서 횡재세의 위헌성도 검증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너무 당연한 얘기지만 횡재세는 통상 전년 평균과 비교해 최소 10~20%를 상회하는 초과이득이 존재하는 경우에만 부과됩니다. 적자가 나면 횡재세는 말할 것도 없고 법인세도 내지 않습니다.
이상으로 긴 얘기를 마칩니다.
횡재세는 고통 분담을 통한 경제위기 극복이라는 차원에서 경제 정의에 부합하고, 위기 극복의 사회적·정치적 통합력을 높이는 순기능까지 있습니다. 거기에 교정조세로서 자원 배분을 합리화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저는 횡재세를 잘 활용하면 이 어려운 위기 국면에서 국민경제의 복덩이 세금이 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ESG 경영, 기업 사회적 책임 등등 기업도 사회적 평판과 이미지 관리에 상당한 비용과 정성을 들입니다. 그것 자체가 경쟁력의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입니다.횡재세 도입에 정유사, 은행이 먼저 자청하면서 어려운 국민들의 손을 잡는 모습은 난망한 기대일까요?
2023년 1월 31일
기본소득당 상임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