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면수심(人面獸心)≫
“죄 없이 정당하게 노조활동했는데 집시법 위반도 아니고 공갈이랍니다.
제 자존심이 허락되지 않네요”
고 양회동 열사를 죽음으로까지 몰아간 것은 윤석열 정권의 무도한 ‘건폭수사’ 지침이었습니다.
“노동조합을 설립할 권리, 단체교섭을 할 권리, 단체협약을 맺을 권리” 모두 대한민국의 최상위 법규범인 헌법에 명시되어 있는 노동자의 권리입니다. 그런데 윤석열 정권의 경찰이 협약 자체가 불법이라고 우기며, 단체협약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는 건설사 사장들에게 되려 불법이라고 증언해달라는 ‘고소청탁’을 해가며 무리한 수사를 한 정황이 명백히 드러났습니다.
비단 고 양회동 열사에 대한 수사 뿐만이 아닙니다.
인천경찰청 소속 경찰이 영종도 건설 현장소장들에게 ‘건설 현장 노조 관련 피해사항’이라는 문건과 양식을 배부해 작성방향을 직접 안내하며 신고를 종용한 사실이 확인되었습니다. 사측이 합의서와 처벌불원서를 제출해서 작년 10월에 불송치 결정된 사안을, 대통령의 ‘건폭’ 지시 이후 노조 조합원 38명에 대한 재수사를 개시한 사례도 있습니다. 대통령 말 한 마디에 전국 경찰이 건설사도 바라지 않는데, 고소를 해달라고 온 건설현장을 들쑤시고 다닌 형국입니다.
그렇기에 저는 어제 윤희근 경찰청장에게 무리한 수사에 대한 책임을 한 치라도 통감하는지 물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윤희근 청장은 끝끝내 잘못이 없다고 발뺌했습니다.
이뿐입니까.
윤석열 정권이 어떤 정권입니까? 분신 직후, 조선일보에서는 유서대필·분신방조같은 악의적 날조기사를 썼고, 원희룡 장관은 기다렸다는 듯 조선일보의 말을 옮기며 고인의 명예를 처참히 훼손했습니다. 게다가 춘천지방검찰청 강릉지청 현장 CCTV 영상을 어떻게 조선일보가 입수할 수 있었겠습니까? 수사기관 관계자가 고의적으로 기자에게 제공했다는 것 외에는 설명할 도리가 없습니다.
유서대필, 분신방조 같은 의혹들이 전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 밝혀졌지만,
윤석열 정부 중 그 누가 고인과 유가족 앞에 사과했습니까?
윤희근 경찰청장이 사과했습니까, 원희룡 장관이 사과했습니까?
심지어 원희룡 장관은 조선일보가 오보를 인정한 이후에도 고인의 유가족이 직접 참관하던 국회 본회의장에서 여전히 “석연치 않은 점”이 있다며 입장을 굽히지 조차 않았습니다.
적어도 지난 양회동 열사의 영결식에 정부측 인사 중 누구 한 명이라도 왔어야 했습니다.
한덕수 총리든, 윤희근 경찰청장이든,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든,
국민의 죽음 앞에 일말의 책임을 느낀다면 한 명이라도 왔어야 했습니다.
현장에서 원망을 들을지언정, 그럼에도 그 자리에 참석해 유가족과 그의 동료들 앞에 고개 숙이고 추모의 예를 다했어야 했습니다. 그것만이 하루아침에 가장과 아버지를 잃은 유가족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위로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누구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경찰은 영결식이 끝나자마자, 200일 작전을 마무리하겠다는 듯이 건설노조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무더기 구속영장을 청구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건폭 때려잡으라’며 지침을 내리고, 윤희근 청장이 앞장서 50명 특진까지 내거니, 전국의 경찰이 앞 뒤 가리지 않고 건설노동자들을 무리하게 잡아들이고 있는 것 아닙니까. 마치 영결식이 끝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말입니다.
이뿐입니까.
윤희근 경찰청장은 어제 국회에서 스스로 헌법과 각종 헌법재판소 판례를 통해 ‘불법집회’라는 것이 법률상 존재하지 않다는 것과 집회 및 시위가 ‘허가제’가 아니라 ‘신고제’라는 것을 분명히 인정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장은 여전히 ‘불법집회’의 전례가 있는 노동조합의 ‘평화로운’ 집회를 금지할 수 있다는 반헌법적이고, 불법적인 지침을 유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경찰청장이 스스로 헌정질서를 짓밟고 그 위에 서겠다는 선언을 그것도 국회에서 하신 겁니다. 윤석열 정권 남은 4년, 역사의 저편으로 사라졌던 백골단, 물대포, 캡사이신의 시대가 다시 도래하고 있음을 절감합니다.
이뿐입니까.
어제 경찰청장에게 인면수심이라고 비판했다는 이유로 여당 국회의원들은 저에게 사과와 회의록 삭제까지 요구했습니다. 공식 상임위 회의장에서 이태원 참사 직후, 각시탈을 쓴 민주노총 조합원이 참사를 만들었다고 난리법석을 쳤던 바로 그 분들 말입니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의 분향소 바로 옆에서, 유가족들을 향해 시체팔이 하지 말라고 입에 담을 수 없는 비난과 욕설을 하는 자들을 방조하고 또 사실상 옹호하는 그 분들 말입니다.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은 모두 다 이뤄졌기에 더이상 특별법도 진상규명도 필요 없다고 말하는 그 분들 말입니다. 정권의 잘못으로 수도 없이 많은 사람이 죽었을 때는 매번 침묵해놓고서는, 경찰청장을 향한 ‘인면수심’ 한 마디에 모욕 운운하는 여당의 ‘선택적 공감’은 우습기만 합니다.
“인면수심”
윤희근 청장 뿐만 아니라 이 잔혹한 윤석열 정권과 부끄러움이 없는 여당에 대한 저의 평가입니다. 독재정권의 후신이자, 여전히 독재자들을 다시금 재조명하자고 안달난 정당으로부터 비판받는 것은 오히려 영광스러운 일일 것입니다. 인면수심이라는 말 앞에서 부끄러우셨다면 스스로 되돌아보시기를 바랍니다.
똑똑히 말씀드립니다.
무어라 하시든,
민주주의를 지키겠다는 그 수많은 이들의 입에 재갈을 물릴 수 없습니다.
그런다고 국민들의 분노와 울분이 사그러들겠습니까?
꿈도 꾸지 마십시오.
2023년 6월 23일
기본소득당 상임대표
용 혜 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