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콩리턴' 사태의 당사자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이 모든 보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부사장의 직위는 물론 대한항공이 아닌 자회사의 직책은 모두 그대로 유지하기로 해 국민들의 분노와 비난이 거세다. '무늬만 사과문'에 이어 '무늬만 사퇴'다. '눈 가리고 아웅'식의 파렴치한 작태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더 참담한 것은, 대한항공의 이 파렴치한 작태나마 청와대보다는 훨씬 낫다는 국민들의 목소리다.
'비선조직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지고 열흘이 훌쩍 넘도록 청와대가 한 것이라고는 묵묵부답 '찌라시타령', 검찰압박, 언론고소가 전부다. 매일 더 확인되는 문건의 구체적 내용은 신빙성을 더하고, 국민들의 모든 관심은 '비선조직의 실체'에 쏠려 있는데 청와대만 홀로 눈과 귀를 닫고 억지 딴청 중이다. '공직기강 확립, 적폐 청산, 일벌백계'를 주장하던 박근혜 대통령은 김기춘 실장과 문고리권력 3인방을 앞에 두고는 언제 그랬냐는 듯 그저 감싸기에만 급급하다. 무늬뿐일지라도, 시늉에 불과할지라도 그 어떤 사과도, 사퇴도, 경질도 없다. 국민이 없이 나라는 없다.
국민이 엄중하게 묻는 질문에 답을 거부하는 대통령 또한 존재의 이유가 없다. 국정농단사태 진상규명과 관련자들에 대한 단호한 경질에 끝까지 모르쇠로 일관한다면, 결국 '사퇴와 경질'의 요구는 박근혜 대통령 본인에게 향하게 될 것임을 똑똑히 알아야 할 것이다.
■ 66주년 세계인권선언일을 맞아
66주년을 맞는 세계인권선언일이다. "제18조 모든 사람은 사상, 양심 및 종교의 자유에 대한 권리를 가진다. 제19조 모든 사람은 의견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에 대한 권리를 가진다. 제20조 모든 사람은 평화적인 집회 및 결사의 자유에 대한 권리를 가진다." 국제연합 총회를 통해 인권선언을 채택했던 1948년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2014년 대한민국의 현실이 참담하기 그지 없다.
전쟁을 반대하고 평화를 지키자는 현직 국회의원의 강연에 내란음모라는 딱지를 붙여 9년형을 선고했다.
15년째 이어온 진보정당, 원내 제3정당에 느닷없이 '위헌'이라는 혐의를 씌워 해산시키겠다는 통에 세계적인 조롱거리가 되었다.
'비선조직 국정농단' 의혹을 제기하는 언론에 대해 권력은 무차별적인 고소고발로 재갈을 물리겠다고 나섰다. 민주주의를 압살하고 보편적 인권마저 무참하게 짓밟는 박근혜 정권의 민낯이다. 또한, 예정대로라면 오늘은 '서울시민인권헌장'이 선포될 날이다. 그러나 인권헌장을 준비해왔던 사람들은 서울시청 찬바닥에 앉아 농성 중이다. 대표적인 인권변호사 출신이라던 박원순 서울시장은 한파가 휘몰아친 어제 저녁 농성장에 전기마저 끊어버렸다.
2014년 12월 10일, 66년째를 맞는 세계인권선언일에 우리가 목도하는 대한민국의 처참한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