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최룡해 중심의 ‘지배엘리트 단일후견체제’ 확립
- 최룡해 비공식조직에 의한 권력 독점 현상 심화
- 김정은의 정통성과 최룡해의 집행력 간 지속성이 체제안정의 핵심 변수
□ 국회입법조사처(처장 이관후)는 2025년 4월 10일(목),「북한 엘리트 내 권력구조의 변화와 시사점: 최룡해 비공식조직의 공식조직 장악을 중심으로」라는 제목의 『NARS 입법·정책』 보고서를 발간했다.
□ 2012년 집권 후 무자비한 숙청을 통해 자신에 대한 도전과 과업 실패를 용인하지 않았던 김정은의 숙청정치가 사실상 사라졌다.
○ 2023년 8월 김정은으로부터 ‘정치미숙아’, ‘건달뱅이’라는 원색적 비난을 받았던 김덕훈 내각총리는 건재했으며, 군사정찰위성 발사 실패 후 추진체까지 남한에 넘겨준 과오를 범한 박태성 국가우주과학기술위원장에게는 두 번의 추가 실험 기회가 주어졌다.
○ 2013년 12월 장성택 숙청 이후 고위 간부 330여 명이 숙청되는 등 공포정치가 만연했던 북한에서 2017년 10월 제7기 제2차 전원회의에서 최룡해의 조직지도부장 임명 직후부터 숙청정치가 사라지는 변화가 시작되었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 체스터 버나드(C. Barnard)의 ‘비공식조직 이론’(The Theory of Informal Organization)은 수령과 당의 공적관계만이 지배하는 북한에서조차도 지배엘리트와 직(織)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형성된 사적 관계로 묶인 ‘비공식조직’이 존재하며, 이들은 최고지도자의 승인하에 권력 내 공식조직으로 확장되는 속성이 있다고 밝혔다.
○ 북한 권력 내에서 ‘비공식조직’을 만든 대표적인 인물은 장성택이다. 2013년 장성택의 처형 판결문에 따르면, 장성택이 80-90년대 당청소년사업부장 때부터 2000년대 당행정부장까지 자신의 직을 이용하여 뜻을 같이할 추종 세력을 규합하고, 이들을 기반으로 ‘국가전복음모행위’를 저질렀다고 비판하였다.
○ 버나드의 이론에 따르면, 장성택이 뜻을 같이할 세력을 모을 수 있었던 배경은 김정일로부터 ‘객관적 권위’를 부여받았기 때문이다. 2010년 9월 제3차 당대표자대회에서 장성택은 김정은 후계체제의 혈통 후견인이라는 객관적 권위를 부여받았다. 이후 장성택은 자신의 비공식조직을 당의 공식조직과 공안기구 그리고 국방위원회의 전면에 배치하여 이들을 통해 국가의 경제적 이권을 독점하였다.
○ 비록 장성택은 과도한 이권 독점으로 내부 반발을 불러왔고, 그 결과 숙청되었지만, 장성택의 사례는 북한에서도 수령의 객관적 권위 부여 여부에 따라서 특정 지배엘리트의 비공식조직이 공식조직을 통해 권력의 주도권을 장악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었다.
□ 2017년 10월 제7기 제2차 전원회의에서 김정은은 최룡해를 조직지도부장에 임명하였다. 당 속의 당’으로 북한 권력의 최고지도기관인 조직지도부장에 최룡해를 임명한 것은 김일성 유일영도체계가 확립된 이후 비(非)백두혈통 중에 임명된 첫 번째 사례로서 김정은이 최룡해에게 객관적 권위를 부여한 것이다.
○ 2인자를 용인하지 않는 북한 권력의 속성을 잘 알고 있는 김정은이 최룡해를 조직지도부장에 임명한 이유는 이보다 더 시급한 체제위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북한의 가장 큰 체제위기는 대북제재가 실제로 작동하면서 수출 급락(29억불→2억불)으로 인한 통치자금의 위기였다.
○ 최룡해는 대북제재를 미리 대비하지 못한 정치적 책임을 물어 황병서, 조연준, 김원홍 등을 숙청하고,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를 통해 북미 직접 대화를 추진하는 정책 변화를 이끌었다. 이를 계기로 최룡해는 김정은의 승인하에 자신의 비공식조직을 권력의 전면에 등장시키는 엘리트 교체를 시작하였다.
○ 먼저 이 시기 최룡해의 군부내 대표적인 비공식조직은 리영길, 노광철, 김수길이다. 이들은 모두 2013년 최룡해 총정치국장 하에서 총참모장, 부총참모장, 총정치국 조직부국장으로 근무한 ‘직연’(근무력)이 있으며, 2017년 최룡해가 조직지도부장에 임명된 이후 2018년 5월 총참모장(리영길), 인민무력상(노광철), 총정치국장(김수길)으로 임명되어 권력의 전면에 등장하였다.
○ 또한 이 시기 최룡해의 당내 대표적인 비공식조직은 박태성, 정경택, 김재룡, 김덕훈, 리히용, 박태덕, 리만건, 리병철 등이다. 이들은 당시 지방당 책임비서 혹은 중앙당의 중간 간부급 정도의 인사였으나, 2017년 10월 최룡해의 조직지도부장 임명 이후 정치국과 비서국의 위원과 후보위원으로 중앙정치에 등장한 인물들이다.
- 박태성은 조직지도부 부부장으로 2014년 평안남도 책임비서로 좌천되었다가 2017년 최룡해의 조직지도부장 임명과 함께 정치국 위원으로 승진되었고, 2019년 최룡해가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에 임명되자 최고인민회의 의장으로 임명된 측근이다.
- 정경택은 2013년 이후 최룡해의 총정치국장 시절 총정치국 당위원회 책임비서로서 최룡해와 직연을 맺은 이후, 2017년 최룡해의 조직지도부장 임명과 함께 국가보위성장에 임명되었으며, 2022년 6월 총정치국장에 임명된 측근이다.
- 김재룡은 최룡해가 1998년 황장엽 비서 망명 사건으로 자강도로 혁명화 조치 되었을 때, 자강도당 하급 당간부로서 최룡해와 직연을 맺은 이후, 2015년 자강도 책임비서로 승진하였고, 2019년 4월 정치국 위원 겸 내각총리로 승진 이후 조직지도부장에 임명된 측근이다.
- 김덕훈은 북한의 대표적인 전기설비 기업인 대안전기공장 지배인 출신으로 2011년 자강고 인민위원회 위원장으로 당시 자강도 비서인 김재룡과 직연을 통해 최룡해와 연결된 인물이다. 김재룡의 뒤를 이어 내각총리에 임명된 측근이다.
- 리히용은 2017년 최룡해 조직지도부장 임명과 함께 함경북도 책임비서에 임명되었고, 2020년 김재룡 조직지도부장 하에서 조직지도부 부부장으로 임명된 직후, 당중앙검사위원회 부위원장 겸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으로 당의 검열권을 장악한 측근이다.
- 박태덕은 최룡해가 1998년 자강도 혁명화 조치 등으로 추락한 정치적 위상을 회복하는 데 발판이 된 황해북도 책임비서 후임이다. 황해북도 책임비서인 박태덕은 2017년 최룡해의 조직지도부장 임명과 함께 정치국 후보위원 겸 농업비서에 임명된 측근이다.
- 리만건과 리병철은 2017년 최룡해의 조직지도부장 임명과 함께 ‘국가핵무력완성’의 공로로 리만건은 최룡해 직속의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에, 리병철은 최룡해와 함께 당중앙군사위원회 위원으로 임명된 측근이다.
□ 최룡해는 2020년 이후 백두혈통 김여정과 조직비서 조용원의 집중적인 견제에도 불구하고 2022년 12월 제8기 제6차 전원회의에서 북한 내에서 지배엘리트 간 경쟁이 사실상 사라진 최룡해 중심의 ‘지배엘리트 단일후견체제’를 완성하였다. 이는 두 가지 사실로 확인할 수 있다.
○ 먼저 최룡해의 비공식조직이 군의 공식조직을 사실상 장악하였다. 주요 인물인 리병철(당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리영길(총참모장), 정경택(총정치국장), 노광철(국방상) 등이 북한군의 수뇌부를 장악하였다. 북한군의 무력기반이‘리병철-리영길 체제’로 정착되었다.
○ 조용원 조직지도부장의 역할이 크게 축소되었다. 무엇보다 당의 검열권이 당중앙검사위원회로 이전되어 최룡해의 비공식조직인 김재룡과 리히용이 장악하였으며, 특히 리히용은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에 임명되어 조용원의 역할을 견제함으로써 조용원의 활동이 ‘지방발전 20×10’에 국한되어 있다.
○ 또한 김정은으로부터 원색적인 비판을 받았던 김덕훈이 당경제부장 겸 비서로 옮겼고, 당전원회의에서 군사정찰위성 발사 실패로 비판받았던 박태성도 김덕훈을 대신하여 정치국 상무위원 겸 내각총리로 승진하면서 최룡해 비공식조직이 영향력이 국가경제발전 분야로 더욱 확대되었다.
□ 결과적으로김정은의 ‘정통성’(legitimacy)과 최룡해의 ‘집행력’(executive power) 간의 안정적인 지속 여부는 향후 북한 체제의 미래를 결정하는 핵심 변수이다.
○ 김정은의 숙청정치가 사라진 중요한 이유는 북한 엘리트 내에서 경쟁 구도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2017년 10월 최룡해 조직지도부장 등장 이후 최룡해와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형성된 사적 관계로 묶인 엘리트, 즉 비공식조직이 권력의 중심으로 대거 진입함으로써 상호 감시와 견제의 기능이 사라진 것이다.
○ 그러나 최룡해 중심의‘지배엘리트 단일후견체제’의 확장은 북한 권력 내부에서 경쟁 엘리트 간의 견제 기능을 무력화함으로써 수령체제의 통치 원리, 즉 경쟁 엘리트간 견제와 감시를 통한 통제를 제약하는 역설이 되고 있다.
※자세한 내용은 보고서를 참고하여 주시고, 담당자에게 직접 문의 바랍니다.
담당자: 외교안보팀 이승열 입법조사관(PhD.(북한학), 02-6788-4557, summer20@nars.go.kr)
보고서 바로보기 ☞ https://www.nars.go.kr/report/view.do?cmsCode=CM0043&brdSeq=47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