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미 월드컵이 한창인 가운데, 최근 한 학교에서 월드컵 시청을 허용한 교사를 학교장이 색출하겠다는 황당한 소동이 벌어졌습니다. 이에 반발하는 학생의 성명까지 발표되며 교육청이 중재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특히 축구를 보여준 교사들을 무리하게 문책하려는 학교장의 판단과, 이른바 '악성 민원'을 의식해 위축될 수밖에 없는 교육 현장의 경직된 분위기가 매우 우려스럽습니다. 교사의 정당한 교육권과 학생의 자율성은 어떤 이유로도 침해되어서는 안 됩니다. 민주적이고 자율적이어야 할 학교 현장을 통제와 억압으로 채워선 안 될 것입니다.
이미 용산고와 금옥여고의 사례처럼, 구성원 간의 합의를 통해 학습권과 시청권을 지혜롭게 조화시킨 훌륭한 선례들이 존재합니다. 같은 팀을 함께 응원하며 유대감을 쌓는 시간은 교과서 밖에서 공동체 의식을 배우는 소중한 ‘살아있는 교육’이기도 합니다.
지금 교육 현장에 필요한 것은 일방적인 통제가 아니라, 교실의 주체인 교사와 학생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선택권을 부여하는 것입니다. 교육 당국은 이른바 ‘악성 민원’을 핑계로 무조건 통제하려 들기보다, 교사의 전문적 판단에 따른 자율적인 계기 수업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야 합니다.
함께 모여 응원할 권리와 교실에 남아 공부할 권리 모두가 동등하게 존중받는 민주적인 학교 문화가 정착되어야 합니다. 학교 현장에서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교육적 가치들이 교사와 학생의 신뢰 속에 지혜롭게 선택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