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는 정신병원, 가해자는 시설 근무? 제주 장애인성폭력피해보호시설 학대 피해자 방치 실태 드러나
보도일
2026. 7.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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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지 국회의원
시설 종사자 검찰 기소 후에도 업무배제 안 돼…피해자는 정신의료기관 장기 입원 김예지 의원 "제주시청과 피해자보호시설이 피해자 대신 가해자 보호... 피해자 자립지원해야"
사단법인 제주특별자치도지체장애인협회가 운영하는 장애인성폭력피해보호시설에서 종사자로부터 학대를 당한 입소자가 시설을 퇴소한 뒤 갈 곳이 없어 정신의료기관에 장기 입원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가해자로 지목된 시설 종사자가 검찰 기소 이후에도 별다른 인사조치 없이 근무를 이어가고 있는 것과 대조된다.
김예지 의원(국민의힘, 비례대표)이 입수한 공소장에 따르면, 시설 종사자 A씨는 2024년부터 지적장애인 여성 B씨에게 식단 조절을 명목으로 브로콜리 등 특정 음식만 먹도록 강요하고, 브로콜리가 상한 것을 확인한 B씨가 섭취를 거부했음에도 이를 강제로 먹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B씨가 다른 입소자와 대화했다는 이유로 질책하는 등 정서적 학대를 한 혐의도 받는다. 아울러 2022년에는 지적장애인 입소자 C씨와 C씨의 5세 자녀 D씨를 불이 꺼진 욕실에 감금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 사건은 2025년 3월 경찰에 고발됐고, 같은 해 8월 검찰이 A씨를 장애인복지법 위반, 아동복지법 위반, 중감금 혐의로 기소했다. 사건은 2026년 1월 법원에 넘겨졌지만, A씨는 재판이 진행 중인 현재까지도 업무에서 배제되지 않은 채 해당 시설에서 근무하고 있다.
시설 관리·감독기관인 제주시청은 거듭된 문제 제기에도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다가 기소 8개월여 만인 올해 4월 16일에서야 시설을 운영하는 제주지체장애인협회에 A씨의 징계를 논하기 위한 인사위원회 개최를 권고했다. 내부인사로 구성된 인사위원회는 7월 3일에야 개최되었으나, A씨가 업무배제를 거부하면서 징계나 업무배제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반면 피해자들은 사실상 방치됐다. C씨와 D씨 모자는 2022년 7월 시설에서 퇴소했고, B씨 역시 고발 이후인 2025년 4월 시설을 떠났다. 그러나 제주장애인권익옹호기관에 따르면, B씨는 생활할 곳을 찾지 못해 여러 시설을 전전하다 결국 올해 3월 제주도 내 정신의료기관에 입원하게 되었다. 또한, 6월 퇴원 후 해당 시설로 돌아가고자 하였으나 시설 측이 가해자와의 분리조치를 해주지 않아 타 지역 임시거처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가 시설을 퇴소한 이후 관계 기관 어느 곳도 피해자의 회복과 지역사회 정착을 지속적으로 관리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학대 피해자에 대한 사후관리 책임이 사실상 방기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성폭력피해보호시설을 소관하는 성평등가족부는 “관련 내용을 보고받은 바 없다”며 시설 내 학대로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해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제주도청 또한 “해당 시설의 관리·감독 권한은 제주시에 있다”며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였으며, 김예지 의원실의 문의가 이어지자 6일 뒤늦게 관계자들을 소집하여 회의를 개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제주시청은 ‘피해자의 현재 소재를 파악하고 있느냐’는 김예지 의원실의 질의에 “퇴소 후에는 관리·감독 대상이 아니어서 알 방법이 없다”고 답변했으나, B씨를 지원하고 있는 제주장애인권익옹호기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B씨의 정신의료기관 입・퇴원 시에도 B씨의 소재에 관해 소통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제주시청의 사건 인식도 도마에 올랐다. 제주시청은 사건 경위를 설명하면서 시설 측 입장을 중심으로 답변했다. 아동 감금 행위에 대해서는 “문 잠금장치에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고, 썩은 브로콜리 제공에 대해서는 “식단 조절이 필요했던 것으로 안다”고 설명하는 등 시설 측 입장을 그대로 전달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예지 의원은 “학대 피해자는 시설을 떠난 뒤에도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기반이 부족해 정신의료기관 등을 전전하고 있는 반면, 가해자는 기소 이후에도 업무에서 배제되지 않은 채 근무를 이어왔다는 사실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피해자보다 가해자를 보호하려는 듯한 관리·감독기관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제주시는 시설의 입장을 대변하는 데 급급할 것이 아니라 피해자 보호와 재발방지를 위한 실질적인 감독 책임을 다해야 한다”며 “피해자가 지역사회에서 안전하게 회복하고 자립할 수 있도록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끝까지 책임지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