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고동진 국회의원(국민의힘, 서울 강남구병)은 반도체 산업 인력들이 원활하게 일할 수 있도록 현행 주 52시간 규제를 예외로 적용하는 「반도체특별법 개정안」을 31일 국회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역대 국회에서 처음으로 반도체특별법을 만든 고등진 의원은 지난 법안 심의 과정에서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선 획일적인 주 52시간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민주당은 노조를 의식하여 해당 규정을 제외시킨 바 있다.
반도체 ‘연구개발 업무’는 일반적인 반복 업무와 달리 새로운 공정과 제품의 개발, 시험생산, 수율 개선, 장비 검증 및 고객사의 긴급한 기술 요구에 대한 대응이 일정한 시간표에 따라 획일적으로 이루어지기 어려운 특성이 있다.
즉, 연구개발 일정의 특정 단계에서는 연구인력이 ‘집중적으로 업무를 수행’해야 하는 반면, 해당 단계가 종료된 이후에는 충분한 휴식과 보상이 가능하도록 유연하게 근로시간을 설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행의 주 52시간 규제는 이러한 반도체 연구개발 업무의 특수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채, 여타의 다른 산업 및 직무와 동일한 기준을 획일적적으로 적용하고 있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에 반도체 기업은 그 핵심 기술개발과 고객 대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연구인력은 자신의 전문성과 의사에 따라 업무를 제대로 수행할 기회를 제한 받으며, 더 나아가 연구개발 우수 인력들이 근로시간 운용이 상대적으로 유연한 해외로 유출될 우려까지 있는 것이 현재의 실정이다.
미국은 일정한 보수 및 직무 요건을 충족하는 전문직 등에 대하여 이른바 ‘화이트칼라 이그젬션 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며, 일본도 고도의 전문지식과 일정 수준 이상의 소득을 갖춘 근로자를 대상으로, 본인의 동의와 건강보호 조치를 전제로 근로시간 규정의 특례를 인정하는 ‘고도 프로페셔널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영국의 경우에는 ‘주당 48시간 근무’ 상한 기준이 있지만, 근로자가 자발적으로 동의하면 본인이 원하는 대로 일할 수 있는, 주 48시간 옵트아웃 (48 hour week opt-out, 적용 예외) 제도를 1998년부터 운용 중이다.
한편, 최근 민주당과 이재명 정권은 호남 반도체 산단을 추진하면서 해당 산단 근로자의 경우에는 주 52시간 규제를 적용하지 않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반도체 산업의 근로시간 제도는 호남 등 특정 지역이나 특정 산업단지의 유치 여부에 따라 달리 적용되어서는 아니 된다는 것이 고동진 의원의 입장이다.
동일한 반도체 연구개발 업무를 수행하는데 호남 등 어느 지역의 산업단지에 근무하는지에 따라 근로시간 규제의 적용 여부가 달라진다면, 기업 간 공정한 경쟁이 저해되고 근로자 간 형평성에도 어긋날 우려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에 고동진 의원은 근무지역에 관계 없이 반도체산업에 종사하는 자로서 연구개발 등 업무에 종사하는 자 중 근로소득 수준, 업무 수행방법 등을 고려해 별도의 추가 근로 임금 지급과 건강권 보호 조치를 전제로,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근로기준법」 등 관련 법령에도 불구하고 당사자 간 서면합의에 의하여 ‘기존 주 52시간 제약’을 적용하지 않는 특례를 도입할 수 있도록 「반도체특별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고동진 의원은 “우리나라는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으나, 시스템반도체, 팹리스, 소재·부품·장비 및 첨단패키징 분야에서는 주요 경쟁국과의 기술격차를 해소하고 새로운 경쟁우위를 확보해야 하는 중차대한 과제를 안고 있다”며 “반도체 기술은 세대 전환 속도가 빠르고 연구개발의 적기를 놓칠 경우, 시장 선점 기회를 회복하기 어려워 연구개발 단계에서 고도의 집중과 신속한 대응이 가능토록 근로시간 규제를 하루빨리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