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만 봤습니다. 숲을 보지 못했습니다.” 어제(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의 말입니다. 자기 손으로 교부율을 22%까지 올리자고 했던 교육위원 시절의 자신을 그렇게 돌아봤습니다. 그러나 장관이 지금도 보지 못하는 것이 있습니다. 숲이 아니라 뿌리입니다.
예산이 깎이지 않는다는 그 말 하나에, 800만 가까운 학생들이 장관 입만 바라봐야 합니까? 불안정성을 없앤 좋은 안이라는데 왜 교육감들과 연대단체들은 극렬하게 반대합니까? 54년 된 제도인데 그 흔한 공청회 한 번 없이, 40일 입법예고를 단 닷새로 끝냅니까?
부수법률안으로 올려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결론 내지 않아도 본회의로 자동부의할 길부터 열어둡니까? 교육예산인데 왜 교육부가 아닌 기획예산처에서 주무르려고 합니까?
그동안의 제도는 아이들의 교육에 드는 돈만큼은 떼어놓자는 국가적·역사적 약속이고 이 숲을 지탱해 온 뿌리였습니다.
개정안은 그 뿌리를 잘랐습니다. 전 세계에 자랑하던 교육의 틀을 흔든 것입니다. 20.79%는 그냥 나온 숫자가 아닙니다. 교육재정을 세수와 연동해 보장하는 약속이고, 현행법에도 이미 인건비와 세수가 크게 변하면 바로잡는 안전장치까지 함께 담겨 있습니다. 그 제도의 토대 위에서 중학교 의무교육이 완성됐고, 고교 무상교육이 가능했습니다.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면 작동하게 고치면 될 일이지, 없앨 일이 아닙니다.
박홍근 장관은 영유아와 고등·평생교육에 대한 저투자를 말했습니다. 그러나 새로 만든다는 기금의 조문 어디에도 초·중등 교육 지원이 정확하게 명시되어 있지 않습니다. 저투자라면, 이미 그 목적으로 만들어둔 특별회계가 있습니다.
교부금을 손보자는 논의는 여야 없이 오래됐습니다. 그렇다면 더욱, 제도를 다듬는 것인지, 근간을 들어내는 것인지 따져 물을 시간이 있어야 했습니다. 그 시간을, 정부는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정부는 강행을 멈추고, 교육 현장의 목소리부터 다시 들으십시오. 지금의 모습은 숲을 키우는 길이 아니라, 나무들이 마실 물을 서로 빼앗게 하는 설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