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청간 책임 떠넘기기에 국민만 멍들어가고 있다. 서민에게는 '묻지마 증세'를 하더니, 비난이 일자 정치권 탓으로 돌리며 국민을 또다시 기망하고 있다. 김무성 원내대표를 비롯한 일부 의원들의 '서민증세' 논란과 관련해 '무상보육' 등 복지 지출을 줄이겠다는 발상을 내놓고 있다.
이는 '서민증세'의 다른 말일 뿐이다. '국민건강증진이라 쓰고 증세라 읽는' 담배세 인상과 같은 '꼼수 증세'와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13월의 세금폭탄'을 소급입법이라는 '미봉책'으로 막으려하다 실패하자, '부자감세'로 촉발된 '세수부족'을 보편적 복지 축소로 막으려는 것이다. 방법은 간단하다. 법인세의 정상화, 법인세 원상복구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부자감세 철회 없는 서민증세는 용납할 수 없다. 우리나라의 매출기준 상위 10대 기업의 법인세 부담액은 5.2조(2008년)에서 4조원(2013년)으로 1.2조 원이 줄었다. 돈은 더 벌었는데, 세금은 더 적게 낸 것이다.
반면, 서민들은 자신들의 월급 빼고는 모든 것이 다 올랐다. 2013년 소득세 감면제도 개편으로 1조원, 2014년 담배세 인상으로 5.5조원(국회 예정처 추계)의 서민 세금을 늘렸다. 더구나 주민세와 자동차세 인상과 같은 간접세 증세(5천억원)도 줄줄이 예고하고 있다.
전체 세금의 절반을 빈부격차에 관계없이 똑같이 부담하고 있는 상황에서, 법인세를 놔두고, 담배세에 이어 주민세, 자동차세를 올리겠다는 박근혜 정부는 누구를 위한 정부인가. 박근혜 정부의 '세금 꼼수'는 이것이 끝이 아니다. 지난 예결위에서 겨우 막았던 골프세 인하와 관련, 여야 합의서에 잉크도 마르기 전에 대통령 한마디에 다시 골프세를 인하하려다가 하루 만에 말을 바꿨다. 또 대표적인 재벌특혜로 '부의 대물림'을 합법화하는 '가업상속제도'도 재추진 하고 있다. 이것이 박근혜 정부의 현주소다.
재벌들의 배를 불러주느라 부족한 나라 곳간을 중산층과 서민의 주머니를 털어서 채우려고 하는 기존 모습을 되풀이 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지금이라도 '증세없는 복지'에 대한 대국민사과를 해야 한다. 더불어 새정치민주연합이 제안한 '범국민 조세개혁특별위원회' 설치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 국민들은 이제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을 믿을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여ㆍ야ㆍ정 및 전문가, 시민사회단체 대표가 참여하는 위원회 설치를 통해 국민에게 믿음과 신뢰를 줄 수 있는 정부여당으로 거듭날 것을 촉구한다.
■ 박상옥 대법관 후보 자진 사퇴가 답이다.
대법원장이 추천하고 박근혜 대통령께서 임명동의를 요청한 박상옥 대법관후보자의 ‘박종철열사 고문치사사건’의 은폐에 가담한 사실이 속속 들어나고 있다. 언론에 따르면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 역시 박종철 열사를 물고문한 고문경찰관이 3명 더 있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고 이를 은폐한 것이다. 3개월이 지나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이 이 사실을 폭로하기 전까지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사건을 그렇게 축소되고 은폐되어 왔다.
민주주의를 정면으로 거부한 암울한 시대였다. 수많은 국민들이 목숨을 내걸고 저항하던 시대였다. ‘박종철 열사’의 죽음이 도화선이 되어 전두환 독재정권이 끝날 수 있었다. 만약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이 이 사실을 공개하지 못했다면 우리는 아직도 군부독재정권의 서슬퍼런 치하에 살고 있었을 수도 있었다.
민주주의를 외치던 수많은 사람들이 고문경찰, 은폐검찰에 의해 희생될 수 있었다. 박상옥 검사가 속한 검찰 수사팀과 박상옥 대법관 후보도 고문경찰과 공범이었던 것이다. 박상옥 후보는 대법관이 돼서는 안 될 사람이다.
무슨 자격으로 ‘당신은 유죄요, 당신은 무죄요’라고 판결할 것인가, 누가 이 판결을 따르겠는가. 대통령은 박상옥 대법관장의 내정을 철회해야 한다. 후보자는 스스로 사퇴하는 길 만에 우리의 숭고한 민주주의, 목숨을 잃은 박종철 열사의 최소한의 예의다.
■ 공정위의 무능이 부른 경제민주화 후퇴
지난 30일 법원은 ‘갑질 논란’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던 남양유업에 대해 공정위가 부과한 142억원 의 과징금 중 119억원을 취소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과징금이 무리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에 앞서 14일에도 법원은 포스코에 부과된 71억원의 ‘과징금’에 대해서도 공정위의 행정실수를 지적하며 취소 판결을 내렸다.
지난해 국감에서 2010~2012년 공정위를 상대로 제기된 소송을 전수조사해보니 공정위의 패소로 감경된 과징금 규모만 2천억원(1986억) 규모에 이른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2014년 한해(~10월)만 하더라도 총 89건, 3573억원의 과징금 소송에서 19건, 1413억원이 취소 판결을 받았다고 한다. 공정위의 과징금 중 40%가 잘못 부과되었음을 지적한 것이다.
공정위가 충분한 조사와 증거 없이 과징금을 무리하게 부과하다가 법원에서 대거 제동이 거린 것이다. 행정무능으로 국민혈세 낭비는 물론이오, 국민의 신뢰와 공정성조차 잃어버린 것이다. 2013년과 2014년 까지만 해도 업무보고(업무계획)에서 ‘경제민주화’를 강조하더니, 올해에는 어찌된 일인지 쏙 빼버렸다. 집권 2년도 채 되기 전에 발 벗고 나서겠다던 약속은 파기한 것이다. 이는 결코 우연이 아니다. 앞서 지난해 12월 취임한 정재찬 위원장의 취임사에선 ‘경제민주화’ 단 한단어도 찾아 볼 수 없었다.
그런데도 엊그제는 “경제민주화를 앞에 내세우면 안 된다”면서도 “공정위 모든 업무는 경제민주화와 직결되는 것”이라며 말의 앞뒤도 맞지 않는 말을 했다. 공정위의 수장이 온갖 거짓과 변명, 궤변을 늘어놓고 있다는 점이다.
공정위에 촉구한다. ‘시장경제의 파수꾼’의 소임을 충실히 하길 바란다면, 자신들의 과오를 반성해야 한다. ‘시장의 따뜻한 균형추 역할’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 지, 어떻게 해야 할 지 돌이켜 보길 바란다. 공정하지 못한 공정위는 그 이름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