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어제(9일) 수석비서관들과의 회의에서 “증세는 국민배신”이라고 발언했다. 이러한 발언은 일종의 ‘착시효과’를 불러일으킨다. 마치 국민의 지갑에서 누군가 돈을 훔치려 하는데, 대통령이 나서 국민의 지갑을 지켜준다는 식이다. 그러나 모두가 알고 있듯이 국민의 지갑에서 돈을 훔치는 주체는 바로 박근혜 대통령 자신이다. 담뱃세 인상이 그러했고, 근로소득세 인상이 그러했다. 대신 재벌들의 지갑은 철통같이 지켜주고 있다.
그랬던 대통령이 이제는 하루아침에 입장을 바꿔(10일) “한번도 ‘증세 없는 복지’를 말한 적 없다”고 한다. 그럼 대선 때 온 국민이 바라본 TV토론은 헛것이었나? 자리에 배석한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 조차 얼굴이 화끈거릴만한 발언이었다. ‘선 경제활성화 - 후 세금논의(복지)’라는데, ‘낙수효과’를 전제로 한 전형적인 보수정권의 논법의 되풀이에 불과하다. 문제는 이러한 ‘낙수효과’는 더 이상 가능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대통령은 사실을 사실대로 볼 용기가 없다는 것이다. 500조 원에 달하는 재벌의 사내유보금은 정부의 법인세 인하로 더욱 더 많이 쌓여가고 있다. 지난 해 국세 수입이 205조원이었지만 예산에 비해 10조9천억 원이 부족했다. 3년 연속 모자란 세수확보에는 결국 서민들의 호주머니가 동원되고 만다. 가계소득보다 세금이 두 배나 더 빠르게 올랐다. 복지는 결국 사후적인 자원 재분배 시스템인데, 정부가 복지(세수)를 포기하니, 양극화와 불평등이 심화되는 것이다.
부자들의 세금은 깎아주고, 서민들의 호주머니는 털고, 정부는 공기업에 빚 떠넘기고, 민자 사업으로 돌려막는 사이 나라의 경제 기초는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이 말하는 경제활성화의 기준은 재벌이 아니라 국민들에게 맞춰져야 한다. 사람들의 아우성에는 이유가 있다. 자신이 무엇을 잘못 했는지 곰곰이 생각해보기 바란다. 박근혜 대통령이 한 말씀을 그대로 박근헤 대통령에게 되돌려 주고 싶다.
“국민에게 부담을 더 드리기 전에 우리가 할 도리를 다했느냐? 이것을 우리는 항상 심각하게 생각해 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