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휴대전화 분실 후 같은 티머니 계정으로 로그인해도 기존 카드·잔액 확인 못 해 • 지난해 카드·휴대전화 분실 관련 민원 1만 1,854건…모바일티머니 민원은 전년 대비 27.9% 증가 • 김형연 의원 “10년간 낙전수입 1,691억 원…서울시가 최대주주인 기업답게 분실 보호 장치 갖춰야”
휴대전화를 잃어버린 뒤 기존 티머니 계정으로 다시 로그인해도 이전 교통카드가 조회되지 않고, 분실 기기의 통신 상태에 따라서는 충전 잔액조차 돌려받기 어려운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 정무위원회 김형연 의원(조국혁신당)은 이에 대해 티머니의 분실 관련 약관과 소비자 보호 제도를 점검해야 한다고 밝혔다.
스마트폰에 모바일 티머니를 내려받아 매일 출퇴근길에 이용하던 A씨는 휴대전화를 분실했다. 새 휴대전화를 구입해 기존 티머니 계정으로 로그인했지만, 충전해 둔 잔액은 남아 있지 않았다. A씨가 기존 카드 번호를 제시하며 고객센터에 환불 방법을 문의하자 “분실에 따른 환불은 불가하며, 기기 고객센터로 문의하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김 의원실이 ㈜티머니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A씨의 사례는 사실로 확인됐다. 티머니는 이용약관에 ‘분실·도난에 따른 잔액 손해에 대해 원칙적으로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취지의 조항을 두고 있다.
그러나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약관법)은 고객이 계약의 거래형태 등 관련된 모든 사정에 비추어 예상하기 어려운 조항을 공정성을 잃은 것으로 추정하고(제6조), 상당한 이유 없이 사업자가 부담해야 할 위험을 고객에게 떠넘기거나 사업자의 담보책임을 배제·제한하는 조항은 무효로 규정하고 있다(제7조). 계정 기반으로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로서는 같은 계정으로 다시 로그인하면 잔액도 이어질 것이라 기대하기 쉬운 만큼, 해당 조항이 약관법에 어긋날 소지가 없는지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환불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티머니 측은 애플 아이폰의 경우 분실 신고를 하면 기존 결제 정보가 아이클라우드(iCloud) 백업 기능으로 보호되고, 새 휴대전화에서 이를 다시 내려받으면 사용과 환불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분실한 휴대전화의 전원이 꺼져 있거나 데이터 통신이 되지 않으면 이마저도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잔액을 돌려받을 수 있느냐가 분실한 기기의 상태에 달려 있어 운에 맡겨야 하는 셈이다.
그런데도 티머니는 분실에 따른 환불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면서, ‘일부 강성 고객을 대상으로 위로금 형태의 지원금을 제공한 사실은 있다’고 답했다. 같은 피해를 입고도 강하게 항의한 고객만 보상을 받은 셈이어서 형평성 논란도 피하기 어렵다.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티머니는 이미 실물카드용 ‘대중교통안심카드’와 ‘모바일 티머니 분실·도난 안심서비스’ 등을 통해 분실 시 잔액을 회수해 환불해 주는 장치를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보호 수단을 이미 갖추고 있는 만큼, 이를 모든 이용자로 넓히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지적이다.
분실 관련 민원도 해마다 반복되고 있다. 티머니 제출자료에 따르면 2025년 카드·휴대전화 분실 관련 민원은 총 1만 1,854건으로, 실물카드 1만 25건, 모바일티머니 1,829건이었다. 특히 모바일티머니 분실 민원은 2024년 1,430건에서 27.9% 늘었다.
반면 티머니가 최근 10년간 거둔 낙전수입(사용되지 않은 채 남은 잔액 등에서 생기는 수입)은 총 1,691억 원으로, 연평균 약 169억 원에 이른다. 다만 티머니는 이 낙전수입 가운데 분실로 인해 발생한 금액과 소액 미환불 잔액에서 발생한 금액을 구분해 집계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때문에 분실로 잔액을 돌려받지 못한 이용자가 얼마나 되는지, 피해 규모가 얼마인지도 실질적으로 파악되지 않고 있다. 해마다 적지 않은 낙전수입을 올리면서도 분실 이용자의 잔액 보호에는 소극적이라는 것이 김 의원의 비판이다.
티머니의 이 같은 대응이 더 문제가 되는 것은 회사의 공공성 때문이다. 티머니의 최대주주는 서울시로, 서울시 공개 업무보고에는 법인의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해 지분 36.16%를 서울시에 무상 양도했다고 명시돼 있다. 시민의 일상적인 대중교통 이용을 뒷받침하는 기업인 만큼, 결제 편의뿐 아니라 분실 이후의 보호와 구제에도 책임 있게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에 김형연 의원은 “휴대전화를 잃어버린 것도 속상한데, 충전해 둔 교통비까지 고스란히 포기해야 하는 상황을 소비자가 오롯이 겪고 있다”며 “이미 분실·도난 안심서비스를 운영할 기술이 있는 만큼, 기기 종류나 통신 상태와 관계없이 이용자가 잔액을 돌려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형연 의원은 “강하게 항의한 일부 고객에게만 위로금을 주는 방식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10년간 1,691억 원의 낙전수입을 거둔 기업이자 서울시가 최대주주인 공공성 있는 기업으로서, 분실 관련 약관이 소비자에게 부당하게 불리하지 않은지 공정거래위원회 등 관계 기관과 함께 점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