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입 18년 경과에도 관리물량 비율 17.4% 불과… 국내 수산물 80% 이상이 이력 사각지대 - 어업 현장은 비용 부담 등 호소하지만, 물품 지원은 연간 수십 개 업체 지원 수준
- 신장식, “수산물 이력제 활성화를 위해 현장 지원 확대와 매출 증대 유인책 마련해야
수산물 안전성과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된 ‘수산물이력제’의 관리물량 비율이 여전히 10%대에 머무는 가운데, 어업인 참여를 독려하기 위한 정부의 물품 지원은 연간 80여 개 업체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신장식 의원(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조국혁신당)이 해양수산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5년 기준 수산물 이력 관리물량 비율은 17.4%에 머물러 국내 유통 수산물의 80% 이상이 이력관리 사각지대에 방치된 것으로 드러났다.
수산물이력제란 수산물의 생산부터 판매까지 각 유통 단계별 정보를 기록하고 관리해 수산물의 안전성과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이다. 2004년부터 2008년까지 시범사업을 실시한 후 2008년 8월 최초 도입되었으며, 현재는 자율참여로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 수산물의 최대수입국인 일본과 EU가 SPS협정의 동등성 원칙에 의거하여 이력추적제를 수산물 수입제한 수단으로 활용할 것에 대비하여 도입이 추진되었다.
해양수산부는 지난 2018년 12월부터 2021년 12월까지 굴비와 생굴을 대상으로 수산물이력제를 의무화하는 시범사업을 추진했다. 그러나 이력정보의 단계 간 연계를 하기 어렵다는 점과 영세·고령 종사자의 전산 활용과 이력관리 업무 부담 등으로 의무화 대신 자율참여 방식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해양수산부는 정보입력 간소화, QR 조회 도입, 대형유통사의 이력제 등록절차 개선, 컨설팅·물품지원 등을 통해 참여 확대를 추진 중이라는 입장이다.
수산물이력제 참여율 현황을 살펴보면, 수산물이력제 관리물량 비율은 2021년 1.4%(5만 4,602톤)에 머물렀으나, 같은 해 11월 전국 수협의 ‘위판정보시스템’과 연계되면서 매년 4~5%p가량 증가해 2025년 17.4%까지 올라섰다. 그러나 제도 도입 18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국내 생산 수산물의 80% 이상은 여전히 이력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수산물이력제 참여율>
수산물이력제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영세·고령 어업인에 물품과 인력, 비용을 지원해 현장 부담을 낮추는 것이 필수적이다. 굴비와 생굴 의무화 추진 당시에 미참여한 업체는 등록관리 업무 부담과 인건비 등 비용 부담 등을 주요 미참여 사유로 답했다.
그러나 어업인 지원은 제한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 해양수산부는 이력표시용 라벨, 리본, 포장재 등의 비용 일부를 지원하고 있지만, 지원 대상은 연간 수십 개 업체에 그치고 있다. 2025년 물품 지원받은 업체는 87개에 불과해, 수산물이력제 참여에 따른 현장의 비용·업무 부담을 해소하기에는 지원 규모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수산물이력제 지원 실적>
해양수산부는 2027년도 정부 예산안에서 “이력제 참여 확대를 위한 신규업체 컨설팅, 참여업체 이력제 표시 물품 지원 확대”를 하겠다고 밝히고 있으나, 수산물이력제 사업 예산안은 2026년 예산과 동일한 41억 8500만원으로 편성됐다. 사업비에는 이력제 지원사업, 홍보사업, 전산시스템 유지보수 등이 포함된다.
수산물이력제 사업 성과를 평가하기 위해선 소비자 인지도 뿐만 아니라 참여율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해양수산부는 수산물이력제 사업 성과지표를 ‘수산물이력제 소비자인지도’로 설정하고,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성과 달성도를 측정한다. 2025년에는 소비자 인지도 69.7%를 달성해 목표치인 44.6%를 크게 웃돌면서 달성도 156.3%를 기록했다. 그러나 재정사업 성과평가에서 목표 설정 근거가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았고, 이에 따라 2026년부터 목표치를 매년 4% 이상으로 상향해 관리하기로 했다.
그러나 소비자가 수산물이력제를 알고 있는 것과 실제 수산물의 이력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수산물이력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소비자 인지도뿐 아니라 업체의 참여율과 실제 이력정보 등록·관리 수준을 성과지표에 포함할 필요가 있다.
또한, 수산물이력제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모든 단계에 일률적으로 적용하기보다, 유통구조를 고려해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축산물 이력제는 단계적 확대의 참고 사례가 될 수 있다. 정부는 2004년 소 및 쇠고기 이력제 시범사업을 시작한 뒤, 2008년 소 사육단계 이력제를 시행하고 2009년부터 쇠고기 유통단계 이력제를 시행하는 등 단계적으로 관리 범위를 확대했다.
더욱이 내년 6월 17일부터 ‘지속가능한 연근해어업 발전법’이 시행되면서 어획 단계의 관리 기반도 강화된다. 연근해어업자는 조업을 하는 경우 해당 조업일마다 어획실적과 전재실적을 해양수산부장관에게 보고하도록 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와 함께 수산물이력제가 활성화된다면 어획부터 유통·판매, 소비 단계까지 수산물의 이력을 보다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을 것이다.
신장식 의원은 “수산물 이력제를 도입한 지 18년이 지났지만 관리물량은 10%대에 갇혀있다”며 “현장의 의견을 수렴해 영세 어업인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인력·물품 지원에 행정력을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신 의원은 “축산물이력제처럼 단계적 관리 체계를 도입하고, 내년 시행되는 ‘지속가능한 연근해어업 발전법’의 어획 단계 관리 강화와 연계해 제도의 실효성을 끌어올려야 한다”며, “수산물이력제 참여가 현장 어업인에게 행정 부담으로 다가오는 것이 아닌, 참여할수록 실질적인 매출 증대로 연결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