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사정 사회적 대화 중 법안부터 들이미는 여당의 '여론 간보기' 꼼수, 중단해야 - 근거 없는 주 52시간 특례, 법안에서 제외해야
정부와 여당이 메가특구법의 이름만 바꾼 초광역특구법을 오늘(20일) 발의합니다. 고소득 전문직과 연구개발 노동자를 근로시간 상한에서 제외하는 특례가 들어 있습니다.
첨단산업 경쟁력을 높이고 대규모 투자를 유치해야 한다는 데 이견은 없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근로기준법이 정한 주 52시간 근로시간 상한(법정근로 40시간, 연장근로 12시간)을 허무는 근거가 될 수는 없습니다. 재정·세제 지원과 인프라 확충은 산업정책입니다. 사회적 합의로 쌓아 올린 노동권을 깎아내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입니다. 조국혁신당은 주 52시간 특례를 초광역특구법에서 제외할 것을 요구합니다. 이유는 세 가지입니다.
첫째, 특례가 생산성을 높인다는 근거가 없습니다. 정부 여당은 연구개발의 특수성과 업무 집중성을 내세웁니다. 그러나 현행 유연근무제와 특별연장근로(1주 64시간 한도, 반도체 연구개발은 작년 3월부터 최장 6개월 인가)로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가 무엇인지는 한 번도 입증한 적이 없습니다. 특정 시기에 일이 몰린다는 이유로 근로시간 상한과 연장근로 수당을 한꺼번에 없애는 것은 과잉입니다. 특례가 기술혁신을 낳는지, 장시간 노동과 인력 소진을 낳는지부터 객관적으로 따져야 합니다.
둘째, 장시간 노동의 결과는 이미 숫자로 나와 있습니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조국혁신당 서왕진 의원이 밝힌 바에 따르면, 특별연장근로 인가 사업장의 질병 산재 발생 비율은 전체 사업장의 최대 2.3배, 산재 사망자 중 질병 사망자 비율은 20%p 높았습니다. "특별연장근로 인가가 산재 인가냐"는 비판이 나온 이유입니다. 지금 있는 예외만으로도 노동자의 건강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예외를 더 넓히자는 것은 산재를 더 늘리자는 말입니다.
셋째, 주 52시간제의 역사를 허물 수 없습니다. 주 52시간제는 2018년 2월 여야 합의로 근로기준법을 개정해 도입했고, 3년에 걸쳐 사업장 규모별로 단계 적용해 2021년 7월 5인 이상 사업장까지 안착시킨 제도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노사정 사회적 대화가 진행 중입니다. 그 핵심 쟁점인 노동시간 특례를 정부 여당이 먼저 법안에 담아 던지는 것은 사회적 대화의 의미를 훼손할 뿐입니다. 초광역특구법이 급하다면 노동 특례는 빼십시오. 노동시간 문제는 충분한 사회적 논의와 합의, 국회의 독립적인 심사를 거쳐 별도로 다뤄야 합니다.
산업 경쟁력은 노동시간이 아니라 기술과 생산성에서 나옵니다. 전력·용수·교통 등 산업 인프라를 확충하고, 연구개발 인력을 양성해 고용을 안정시키고, 협력업체의 기술 역량을 키우는 것이 정부가 할 일입니다. 공공 지원의 성과는 양질의 일자리와 노동자의 삶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이재명 정부는 실노동시간 단축과 주 4.5일제 도입을 국민에게 약속했습니다. 한쪽에서는 주 4.5일제를 말하면서 다른 쪽에서는 주 52시간 예외를 만든다면, 정부의 노동정책은 어느 쪽을 향하고 있는 것입니까. 노동시간을 줄이겠다는 약속과 늘리겠다는 법안이 한 정부에서 동시에 나올 수는 없습니다.
AI가 일하는 첨단의 시대에도 사람이 성장의 희생양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조국혁신당은 정부와 여당에 촉구합니다. 주 52시간 특례를 서두르지 마십시오. 노사정 사회적 대화의 결과를 존중하고, 산업 경쟁력을 높일 실질적인 대안부터 내놓으십시오. 산업의 미래를 위해 노동자의 권리를 유예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의 권리를 지키면서 산업의 미래를 여는 것. 그것이 21세기 첫 선진국 대한민국이 가야 할 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