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판 산티아고’ 동서트레일, 길이보다 손님맞이부터 - 외국인 몇 명 오는지도 몰라... 대피소 예약은 국내 인증 없이 불가 - 임미애“2027년 개통 전 외국인 통계·다국어 안내·안전체계 갖춰야”
외국인 관광객 사이에 ‘K-등산’ 열풍이 불고 있지만 산림청은 자신이 관리하는 숲을 찾는 외국인이 몇 명인지도 파악하지 못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가숲길 9곳의 안내판·이정표 4,027개 가운데 외국어가 표기된 것은 하나도 없었다. 524억 원이 투입된 ‘한국판 산티아고’ 동서트레일은 본선 55개 구간 중 22개 구간(복선 포함 64개 중 29개)에 이정표가 설치되지 않았고 대피소 안전수칙은 한글로만 적혀 있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임미애 의원(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은 20일(화) 열린 산림청 국정감사에서 이같이 지적했다. 임 의원은 “길을 길게 만든다고 세계적인 명소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외국인이 길을 찾고, 대피소를 예약하고, 위험할 때 안전정보를 알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외국인의 산림관광 수요는 빠르게 늘고 있다. 국립공원공단에 따르면 국립공원 외국인 탐방객은 육안 계수 기준으로 2025년 87만6천 명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62만2천 명)보다 41% 늘었다. 통신 로밍 데이터로 추산하면 국내 거주 외국인을 포함해 약 205만 명에 이른다. 서울AI재단이 올해 7월 발표한 분석에서는 서울 도심 4개 산(북한산·북악산·관악산·아차산)의 일평균 외국인 유동인구가 8천 명을 넘었다. 임 의원은 국감에서 늘어나는 외국인 수요에 대한 산림청의 대응 공백을 세 가지로 짚었다.
첫 번째 공백은 통계다. 국가숲길 8곳의 2025년 이용객은 약 357만 명이다. 시범운영 중인 동서트레일에도 올해 1~9월 36만3,462명이 다녀갔다. 그러나 두 곳 모두 계수기로 출입 인원만 셀 뿐 내·외국인을 구분하지 않는다. 연간 100만 명이 찾는 국립세종수목원도 국적을 구분하지 않았다. 국립자연휴양림은 숙박·야영을 이용한 외국인(2025년 2,072명)만 집계했고, 국립수목원은 2025년에야 육안 식별 방식의 집계를 시작했다. (별첨1)
국가숲길은 출입 지점이 여러 곳인 개방형 탐방로여서 계수기만으로는 국적을 가리기 어렵다. 그러나 국립공원공단은 같은 한계를 통신데이터 기반 집계로 보완하고 있다. 산림청은 외국인 산림이용 수요에 대한 연구용역이나 실태조사를 한 건도 하지 않았다. 산림문화·휴양 기본계획 등 관련 계획에도 외국인 대상 목표가 없었고 최근 5년간 외국인 대상 숲해설·숲길 프로그램과 외국어 숲해설가 양성·배치 실적도 없었다.
두 번째 공백은 현장 안내다. 국가숲길 9곳(대전둘레산길 포함)의 안내판 82개와 이정표 3,945개 가운데 외국어 표기는 0개였다. 2025년 219만 명이 찾은 한라산둘레길도 안내판 12개와 이정표 405개가 모두 한글로만 돼 있다. 같은 산림청 소관인 국립수목원이 안내판의 99%에 외국어를 표기한 것과 대비된다. 최근 5년간 다국어 안내시설 예산은 국립자연휴양림 전체 1,670만 원, 국가숲길 0원이었다. (별첨2)
동서트레일은 사정이 조금 다르다. 충남 태안에서 경북 울진까지 849㎞를 잇는 이 숲길은 2027년 정식 개통을 앞두고 있으며 2023년부터 올해까지 사업비 524억9,200만 원(국비 128억5,200만 원, 지방비 396억4,000만 원)이 들어갔다. 설치된 위치표지판 1,292개와 이정표 2,425개에는 모두 외국어가 병기됐다. 문제는 안내시설이 아예 설치되지 않은 구간이다.
본선 55개 구간 가운데 이정표 미설치 구간은 22개(40.0%), 위치표지판 미설치 구간은 10개(18.2%)였다. 30·31·42·44구간에는 이정표·위치표지판·대피소 안내판이 모두 설치되지 않았다. 특히 25~31구간(7개)과 38~45구간(8개)은 이정표 미설치 구간이 연달아 이어졌다. 복선 9개 구간까지 포함하면 이정표 미설치 구간은 64개 중 29개(45.3%)로 늘어난다. (별첨3)
안전과 직결되는 대피소 안내도 취약하다. 대피소 안내판 30개(21개 구간)는 명칭만 외국어로 병기했고, 이용수칙·긴급대응 등 본문은 모두 한글로만 돼 있다. 대피소 안내판이 있는 2·5·13구간에는 이정표가 설치되지 않아 외국인이 대피소를 찾아가는 것부터 쉽지 않다.
세 번째 공백은 예약과 안전정보다. 동서트레일 대피소와 휴양림을 예약하는 ‘숲나들e’, 그리고 산림복지통합플랫폼 ‘숲e랑’은 외국어를 지원하지 않는다. 가입하려면 국내 휴대전화나 아이핀·금융인증서로 본인인증을 해야 하고 숲나들e는 국내에서 발급한 카드로만 결제할 수 있다. 해외에 사는 외국인은 사실상 이용할 수 없는 구조다. 그런데도 숲나들e 외국인 회원가입은 2024년 2,033명에서 2025년 3,310명으로 63% 늘었다. 같은 기간 예약 건수는 1,042건에서 1,051건으로 비슷했다. (별첨4)
산불 입산통제·등산로 폐쇄·산사태 경보 등 안전정보를 외국어로 제공하는 체계와 외국인 긴급신고 체계도 없었다. 산림청은 “동서트레일 완전 개통 전까지 다국어 안내체계를 구축하겠다 (2027년 정부예산안 반영)”고 밝혔다.
임 의원은 “외국인이 몇 명 오는지 모르는 통계, 외국어 안내판 하나 없는 숲길, 국내 인증 없이는 열리지 않는 예약 사이트로는 늘어나는 K-등산 수요를 맞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피소 안전수칙이 한글로만 적혀 있는 것은 관광 편의를 넘어 산불·산사태 같은 재난 상황에서 외국인의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2027년 정식 개통 전까지 외국인 이용 통계, 다국어 안내, 예약 접근성, 다국어 안전안내 체계를 갖춰야 한다”며 “찾아온 손님이 우리 숲길에서 길을 잃지 않도록 산림청이 각별히 챙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하 생략 ※ 첨부파일 참조
첨부파일
261021_임미애 의원_외국인은 ‘k_등산’ 열풍, 국가 숲길은 외국어 안내 ‘0’.p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