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소기업 몫 CCTV, 대기업 계약 4개 지자체만 700억 원대… 최장 10년 - 중기부 “정수기 사례 오기” 해명 했지만… 정작 CCTV 임대 민원에는 “경쟁제품 아니다” - KT 협약 지자체 14곳 중 8곳, 지난해 6월 이후 체결… 중기부 실태조사는 ‘0건’ - 임문영 의원, “대기업이 계약 형식 바꿔 중소기업 시장 잠식… 609개 경쟁제품 전수조사해야”
중소기업만 납품할 수 있는 공공 CCTV 시장에 KT와 LG유플러스 등 대기업 통신사들이 ‘임대’ 방식으로 진입하고 있다. CCTV를 통신회선·유지관리와 묶어 공급하는 방식으로, 일부 지자체는 입찰공고 없이 업무협약(MOU)만 맺었다. 이 과정에서 중소벤처기업부가 만든 공공구매 가이드라인이 대기업의 계약 근거로 활용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임문영 의원(더불어민주당, 광주 광산을)이 각 지자체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KT와 CCTV 공급 협약을 맺은 지자체는 6개 시·도 14개 시·군·구에 달한다. 경기 하남시, 전북 김제시·부안군의 KT 계약과 광주광역시의 LG유플러스 계약을 합치면 4곳의 계약 규모만 700억 원대다. 계약기간은 7~10년이다.
■ CCTV에 회선 묶어 임대… 10년 계약에도 입찰공고 없어
「중소기업제품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에 관한 법률」(판로지원법)에 따라 CCTV 카메라와 영상감시장치, 설치용 금속기둥은 중소기업자간 경쟁제품이다. 공공기관이 구매할 때는 중소기업끼리 경쟁입찰을 거쳐야 한다. 법제처도 다른 물품과 묶어 구매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경쟁제품을 분리 발주해야 한다고 해석했다. 그러나 KT는 카메라·기둥·통신회선·유지관리를 묶은 결합·임대상품인 ‘CCTV 올인원’을 지자체에 제공하고 있다. KT는 홍보자료에서 기존의 개별 발주와 달리 ‘한 번의 발주’로 끝난다는 점을 내세웠다. 김제시는 KT와 10년짜리 협약을 맺으면서 입찰공고를 내지 않았다. 계약방법은 ‘MOU 체결에 따른 계약’이라고 답했고, 계약금액과 협약서는 KT와의 비밀유지 조항을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다.
■ “정수기 사례 오기”라더니 … 정작 CCTV 임대 민원에도 같은 답변
대기업의 임대 방식 공급에 근거로 활용된 것은 중기부의 「공공구매제도 실무가이드」였다. 가이드에는 “경쟁제품 임대는 중소기업자간 경쟁입찰 대상이 아니”라는 문구가 2021년부터 2025년까지 5년 연속 실렸다. 중소기업중앙회도 이를 근거로 임대서비스는 경쟁제품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안내했다. 중기부는 해당 문구가 정수기 임대 사례를 잘못 기재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의원실이 확보한 기록에 따르면 중기부는 2022년 11월과 2025년 11월, CCTV 임대가 경쟁제품에 해당하는지를 묻는 민원에도 두 차례 모두 해당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런데 이달 임 의원에게 제출한 답변서에는 임대·리스 계약에도 판로지원법이 적용될 수 있으며, 대기업 통신사는 원칙적으로 CCTV 공공조달에 참여할 수 없다는 상반된 입장을 내놨다.
■ 계약은 늘고 조사도 통계도 없어… 위반해도 해지 어려워
KT와 협약한 14개 시·군·구 중 8곳은 2025년 6월 이후 협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중기부는 임대·결합 방식의 경쟁제품 공급 실태를 조사한 적이 없다. 관련 조사 현황을 묻는 의원실 요구에 ‘해당사항 없음’이라고 답했다. 임대·서비스 계약은 물품 구매실적에도 잡히지 않아 공급 규모조차 파악하기 어렵다. 대기업의 CCTV 임대는 학교에서도 이뤄지고 있다. 13개 시·도교육청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삼성 계열 보안업체 에스원과 CCTV 계약을 맺은 학교는 2,600곳이 넘는다. 전국 학교 1만 2,260곳의 약 21%다. 계약을 바로잡을 수단도 마땅치 않다. 중기부는 판로지원법 위반만으로 대기업을 제재하거나 계약을 해지할 규정이 없다고 밝혔다. 행정안전부 역시 계약을 해지하려면 거짓이나 의무 불이행 등 별도 사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하남시와 KT의 계약은 2034년까지 이어진다.
■ 임문영 “중기부가 우회 공급 길 열어줘… 609개 품목 전수조사해야”
임문영 의원은 “중소기업을 지키라고 만든 가이드라인이 오히려 대기업의 영업자료가 됐다”며 “정수기 사례를 잘못 적었다면서 CCTV 민원에도 똑같이 답한 중기부의 해명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임대라고 부르고, 회선과 묶고, MOU라는 이름을 붙이는 사이 중소기업 시장은 통계 밖에서 잠식되고 있었다”며 “연간 4,200억 원 규모의 CCTV 공공시장에서 중소기업 2,714곳이 대기업 협력사로 밀려날 수 있는 문제”라고 비판했다. 임 의원은 “중기부는 가이드라인과 민원 답변부터 바로잡고, 609개 경쟁제품 전체의 임대·결합·MOU 계약을 전수조사해야 한다”며 “임대 계약도 공공구매 실적에 반영하고, 위반 계약을 시정할 수 있도록 판로지원법 개정안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끝
첨부파일
261023_임문영 의원_“임대는 중소기업 경쟁제품 아니다”… 대기업 영업자료가 된 중기부 가이드라인.p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