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군산산단 감리비·전남 대불산단 설계비, 국비 집행 금지 항목을 ‘연구활동비’로 처리 - 대불산단 5명 미국 출장에 4,500만원…통상 대비 렌터카 비용 4배, 통역 비용 2배 - 회계법인은 ‘불인정금액 없음’, ‘주요 특이사항 없음’…산단공도 지침 위반 걸러내지 못해 - 산업부 승인 지침이 공공계약 원칙 무너뜨려... 산업부, “법적으로 문제 없다” - 임문영 “국비 집행지침 어겨도 문제없다는 회계검토…산단공·지자체·회계법인 책임 물어야”
스마트그린산단 통합관제센터 구축사업에서 국비로 집행할 수 없는 설계비와 감리비 7억 6천만원이 '연구활동비'로 예산 항목까지 바꿔 국비로 집행된 것으로 드러났다. 산업단지 안전을 위한 국가예산이 편성지침을 벗어나 사용됐지만, 회계법인은 '문제없음'이라는 취지의 검토 결과를 내놓았고 사업 관리 책임을 맡은 한국산업단지공단도 이를 걸러내지 못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임문영 의원(광주 광산을)이 한국산업단지공단과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전북 군산 국가산단과 전남 영암 대불산단의 스마트그린산단 통합관제센터 구축사업에서 예산 편성지침을 위반한 집행 사례가 확인됐다. 대불산단에서는 5명의 미국 출장에 4,500만원을 지출하는 등 해외출장비 집행의 적정성에도 의문이 제기됐다.
■ 군산산단 감리비 4.6억원, 대불산단 설계비 3억원…국비로 못 쓰는 돈을 연구활동비로 집행
한국산업단지공단의 「스마트그린산업단지 촉진사업 세부사업지침」에 따르면 설계비와 감리비는 '시설·장비비'로 편성하고 지방비 또는 민간부담금으로 집행해야 한다. 국비로 집행할 수 없는 항목이다. 그러나 전북 군산 국가산단에서는 감리비를 '연구활동비'로 편성해 국비로 집행한 사실이 확인됐다. 2023년 2억원에 이어 2024년부터 2025년까지 약 2억 6천만원 등 총 4억 6천만원가량이 지침과 다른 항목으로 처리됐다. 전남 영암 대불산단에서도 사업 참여기관인 KT가 실시설계용역비 3억원을 연구활동비로 편성해 국비로 집행했다. 두 사업에서 확인된 금액만 약 7억 6천만원이다. 지방비나 민간부담금으로 처리해야 할 설계·감리비가 연구활동비로 둔갑해 국가예산에서 지출된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지침 위반이 사업비 정산과 회계검토 과정에서도 걸러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대불산단의 설계비 3억원 국비 집행에 대해 회계법인은 검토보고서에 '불인정금액 없음'이라고 기재했다.
■ 5명 미국 출장에 4,500만원…렌터카 비용 4배, 통역 비용 2배 부풀려
전남 영암 대불산단에서는 해외출장비도 과도하게 집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2025년 사업 관계자 5명이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5박 7일간 출장을 다녀오면서 '벤치마킹 프로그램 운영비'로 총 4,500만원을 지출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서 지난 3월 발표한 전국 시·도의원 출장비 평균인 2,302만원의 약 2배에 달하는 규모다. 세부내역을 보면 차량 렌트비로 하루 120만원씩 5일간 600만원, 통역비로 하루 160만원씩 5일간 800만원을 집행했다. 특히 프로그램 운영비의 절반이 넘는 2,425만원은 '현지 코디네이팅' 비용으로 지출됐지만, 제출자료에는 구체적인 사용내역조차 없었다. 의원실이 확인한 현지 렌터카 견적은 하루 9만원에서 27만원 수준으로, 실제 집행한 금액은 비교 견적 최고액의 약 4.4배에 달했다. 통역비 역시 미국 연방법원 행정처가 제시한 연방 인증 통역사 기준 단가인 하루 566달러(약 79만원)의 약 2배였다. 출장 내용도 당초 목적과 거리가 있었다. 산업단지 통합관제센터 구축을 위한 선진지 견학이 목적이었지만, 실제 일정은 자율주행차 규제, 수소발전 스타트업, 친환경 건물 등으로 구성됐다. 정작 통합관제센터의 구축과 운영에 필요한 구체적인 조사 내용은 출장 결과보고서에서 확인되지 않았다. 그런데도 회계법인은 해당 해외출장비 집행에 대해 '주요 특이사항 없음'이라는 검토 의견을 제시했다.
■ 국비 집행지침 어겨도 ‘문제없음’…회계법인도 산단공도 감독 실패
한국산업단지공단은 스마트그린산단 통합관제센터 구축사업의 기획·평가·관리를 책임지는 전담기관이다. 사업비가 지침에 맞게 집행됐는지 확인하기 위해 회계법인에 용역을 맡겨 매년 집행내역을 검토하고 있다. 통합관제센터 구축사업에 대한 회계검토 수수료만 연간 약 2천만원에서 3천만원에 달한다. 2023년에는 11개 산단의 사업비 회계검토를 위해 약 3천만원을 지급했다. 그러나 국비 집행이 금지된 설계비 3억원을 연구활동비로 처리한 대불산단 사업에 대해 회계법인은 '불인정금액 없음'이라고 판단했다. 렌터카와 통역비가 비교 단가보다 수배 높고, 현지 코디네이팅 비용 2,425만원의 세부내역도 확인되지 않은 해외출장비에 대해서도 '주요 특이사항 없음'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회계법인에 비용을 지급해 검토를 맡기고도 예산 편성지침 위반과 집행 적정성 문제를 제대로 걸러내지 못한 것이다. 사업 관리 책임을 맡은 산업단지공단 역시 이러한 문제를 바로잡지 못한 채 사업이 종료됐다. 특히 이번에 확인된 사례는 전체 스마트그린산단 통합관제센터 구축사업 가운데 일부에 불과하다. 개별 사업의 예산집행 문제를 넘어 산업단지공단의 관리감독 체계와 회계검토의 실효성을 전반적으로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산업부 승인 지침이 공공계약 원칙 무너뜨려
한편, 광주 첨단산단과 대구 성서산단, 전남 영암 대불산단 등 3곳의 통합관제센터 구축사업에서는 대기업인 KT가 ‘참여기관’자격으로 국비와 지방비를 직접 집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합 390억 원 규모의 국가사업이 민간기업에 의해 집행된 것이다. 이는 산업단지공단이 작성하고 산업부가 승인한 「스마트그린산업단지 촉진사업 세부관리지침」에 기반한다. 지침에 따르면, 산업단지공단이 전담기관으로서 사업의 기획·평가·관리를 담당하고, 지방자치단체가 주관기관으로서 사업의 진행을 총괄한다. 여기에 민간기업을 참여기관의 자격으로 지자체와 공동으로 사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공공계약에서 지켜야 할 원칙이 모두 비켜가고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사업에 필요한 물품과 용역을 직접 조달한다면 「지방계약법」에 따라 경쟁입찰을 거쳐야 하고, CCTV와 같은 중소기업 경쟁제품은 「판로지원법」에 따라 중소기업만을 대상으로 입찰을 실시해야 한다. 그러나 대기업인 KT가 지자체의 계약 상대방이 아니라 공동으로 사업을 수행하는 주체로 참여하면서, 중소기업 경쟁제품을 포함하여 대부분 수의계약으로 조달했다. 같은 사업을 추진한 전북 군산시 국가산단의 경우, 모든 물품과 용역을 경쟁입찰로 조달한 것과 대조적이다. 산업부는 해당 지침에 대해 “법적으로 금지하지 않으니 문제없다”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해당 지침이 법적으로 문제가 없어도, 지침으로 인해 공공계약의 원칙이 무너지고 있다는 것이 임 의원의 지적이다.
■ 임문영 “회계법인은 뭘 검토하고, 산단공은 뭘 감독했나”
임문영 의원은 “국비로 집행할 수 없는 설계비와 감리비 7억 6천만원을 연구활동비로 처리했는데도 회계검토에서 걸러지지 않았다”며 “예산 항목만 바꾸면 국비로 못 쓰는 돈도 쓸 수 있다는 것이냐”고 지적했다. 이어 “5명이 미국 출장에 4,500만원을 쓰고, 렌터카에 하루 120만원, 통역에 하루 160만원을 지출했는데도 회계법인은 특이사항이 없다고 했다”며 “회계법인은 대체 무엇을 검토했고, 산업단지공단은 무엇을 감독했느냐”고 비판했다. 임 의원은 “산업단지 안전을 위해 투입한 국가예산이 지침을 벗어나 집행되고, 이를 감시해야 할 회계검토와 관리감독마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며 “산업단지공단과 지방자치단체, 회계법인의 책임을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법률로 정하고 있는 공공계약의 원칙을, 지침으로 무력화시키고 있다”라며, “지침이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해도, 공공부문이 지켜야 할 가치를 무너뜨린다면 이는 바로잡아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일부 사업자료만 살펴봐도 이 정도 문제가 드러난 만큼, 스마트그린산단 통합관제센터 구축사업 전반에 대한 감사원 감사를 국회 차원에서 청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끝
첨부파일
261022_임문영 의원_국비로 못 쓰는 7.6억원 항목 바꿔 집행하는데, 산단공 “문제없다.p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