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내년도 기후대응기금 규모를 7조 6,000억 원으로 올해보다 3배 가까이 늘렸다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2027년도 기후대응기금 운용계획안’을 분석한 결과, 이는 착시에 불과했습니다. 산업통상부 특별회계에서 그대로 넘어온 사업들(5조 1,415억 원)을 제외하면, 순수 기후대응 예산은 오히려 올해보다 1,300억 원 이상 줄었기 때문입니다. 장부상 소속만 바뀐 것을 두고 대규모 예산 증액이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내용도 문제입니다. 탄소 감축과 안전,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예산들은 대거 삭감되었습니다. 녹색금융을 지원하는 산업은행 출자(-44.4%), 고탄소 산업 탈탄소 R&D(-39.2%), 중소·중견기업 설비투자 지원(약 -20%)이 일제히 축소되었습니다. 대중교통의 핵심인 철도 예산은 5,817억 원 줄었고, 극한 호우에 대비할 재난관리 예산마저 8,179억 원이나 깎였습니다. 특히 내년까지 석탄발전소 8기 폐지가 예정되어 있는데도 산업·일자리 전환 예산은 5년 연속 삭감되어 2022년 대비 69.7%나 급감했습니다.
반면 원전과 화석연료, 대기업 특혜성 예산은 대폭 늘었습니다. 소형모듈원전(i-SMR) R&D 예산은 2배(702억 원), 고준위방폐물 지하연구시설은 8배(161억 원)로 늘었고, 1조 4,497억 원 규모의 ‘석유가격 안정화 지원’ 사업까지 새로 편성되었습니다. 재생에너지 분야의 경우 공공 투자는 극히 미미한 채 민간 융자만 1조 5,108억 원으로 2.3배 늘렸습니다. 게다가 정부가 일반 예산으로 마땅히 늘려야 할 저소득층 ‘에너지바우처’ 사업을 동결한 채 기후대응기금에 떠넘기면서, 정작 탄소 감축에 써야 할 돈까지 부족해졌습니다.
이래서는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기후위기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습니다. 진보당은 이번 국회 예산 심사 과정에서 정부안의 대수술을 촉구하며 다음 과제들을 요구합니다.
첫째, i-SMR과 석유가격 안정화 지원 등 원전·화석연료 예산을 과감히 삭감해야 합니다. 대신 ‘한전 전력망 전용 출자’를 신설하고, 민간 융자 예산을 공공투자로 돌려 분산전력망과 공공 ESS, 공공 재생에너지 투자를 대폭 확대해야 합니다.
둘째, 집행률이 부진한 무공해차 보급 예산을 깎고, 전력망 부족이나 지역별 편차로 인한 충전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데 예산을 집중해야 합니다. 그 재원으로 대중교통 지원을 늘려 무상대중교통 기반을 닦고, 삭감된 노후 철도 안전 예산을 복원해야 합니다.
셋째, 에너지바우처는 일반회계로 되돌려 증액하고, 기후대응기금은 저소득층 주택과 공공시설의 에너지효율 개선에 집중해야 합니다. 삭감된 수해 예방 및 재난관리 예산을 복원해 위험 지역에 우선 투입하는 한편, 정의로운 전환 예산을 살리고 폐쇄 예정 석탄발전소 노동자의 총고용 보장을 법제화해야 합니다.
진보당은 형식적인 예산 증액의 착시를 걷어내고, 기후위기와 불평등에 실질적으로 대응하는 진정한 기후정의 예산을 국회 심사 과정에서 반드시 실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