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은 구조 실패에 대한 설명 대신 담화를 통해 특단의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대통령 혼자 하는 독선의 결정은 대책이 아닙니다.
대통령이 곧 국가는 아닙니다. 대통령 혼자서 국가를 개조할 수는 없습니다.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 일도 그렇습니다. ‘국가 개조’든, ‘새로운 대한민국’이든, 그것은 국민이 만듭니다. 국민이 국가를 개조하고 국민이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도록, 그래서 2014년 4월 16일 이전의 대한민국과 4월 16일 이후의 대한민국이 확실히 달라질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국정조사든, 특검이든, 가족이 참여하는 독립된 진상조사위원회든, 국민과 함께 모든 방안을 강구해야 합니다.
우리가 우리의 미래라고 부르는 7백만 명의 어린 학생들이 지켜보고 있습니다.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는 말도 안 되는 방송에 그렇게나 씩씩하게 대답했던, 그러나 지금은 우리 곁에 있지 않은 어린 넋들에 대한 최소한의 염치를 잃어서는 안 됩니다. 그것이 국민의 명령입니다.
그 명령에 따르는 것이 절망의 눈물로 침몰하는 배를 바라보야야만 했던 국민들, 안산의 시민들, 유가족을 포함한 피해자 가족들의 마음을 치유하는 치유의 첫 걸음이이기도 할 것입니다.
끝으로 저는, 마지막 한 명의 실종자까지 구조한 뒤, 맹골수로 바닷물 속에 있는 ‘세월호’를, 얼마가 걸리더라도 반드시 그대로 인양하여, 국민 모두가 볼 수 있도록 하자고 제안드립니다. 그리하여 그 배가 비와 바람, 햇빛과 달빛에 닳아 없어질 때까지 우리 곁에 그 모습 그대로 놓아둡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