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선 이후 제가 여러 차례 말씀드렸다시피 우리 자유한국당은 지금 두 가지의 중대한 책무이자 과제를 안고 있다. 제1야당으로서의 역할과 당의 대변화다. 첫째, 자유한국당은 무엇보다 국회 내에서 제1야당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해야 할 것이다. 다른 두, 세 야당이 지금 여당과의 합당까지 거론하면서 거의 여당의 2중대 비슷하게 흘러가고 있는 현실에서 우리 자유한국당만은 제1야당답게 정부 여당의 독주를 막고 강력한 견제와 비판의 역할을 충실히 해나가야 한다. 역대 어떤 정부든 출범 초기에는 높은 국민적 기대를 안고 시작했고, 특히 정권이 교체된 신정부에서는 강력한 개혁열망이 끓어올랐다. 오늘 아침 한 진보성향의 여론조사를 보니 무려 87% 국민이 이 정부가 앞으로 국정운영을 잘 할 것이라는 높은 기대를 보였다. 이것은 과거에도 마찬가지였다. 저는 새정부가 이처럼 높은 국민적 기대에 부응해서 잘해나가기를 누구보다 바라며 특히 안보와 경제위기를 극복해 나가는 데에 있어서는 초당적 협력도 아끼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새정부가 이러한 국민적 열망에 도취된 나머지 역대 정권이 그랬던 것처럼 또 다시 독주의 환상에 빠지고, 자신과 다른 생각을 가진 국민을 무시하는 독선의 정치를 해나간다면 저희 자유한국당은 단호히 견제와 비판을 넘어 강력한 저항을 불사할 것임을 분명히 밝힌다. 새정부가 벌써 인사와 정책에서 여러 가지 우려를 낳는 것은 독주와 독선을 부추기는 자기 세력의 박수소리에만 도취되는 것은 아닌지, 대선에서 자신을 지지하지 않은 무려 국민 과반의 생각은 안중에도 없는 것인지, 벌써부터 걱정스럽다는 말씀을 드린다.
우선 국가 안보의 문제다. 북한이 새정부 출범 나흘 만에 신형 ICBM으로 보이는 미사일을 발사하는 현실을 직면하고서도 새정부는 아직도 대화의 환상에 젖어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신정부도 지난 20여년 간 역대정부가 그랬듯이 북한의 핵미사일이 터지면 늘 규탄만 하고 단호히 저지하겠다는 말만 반복했지 이번 북한의 미사일 도발 대응에서도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다. 대통령과 정부는 북한의 핵무기 완성과 그 운반체인 ICBM의 개발 완료를 눈앞에 둔 현시점에서 지난 대선공약인 개성공단 2천만평으로의 확대 또 금강산 관광재개 같은 대북 유화정책에 매달릴 것인지 부터 분명한 입장을 내놓아야 할 때이다. 사드배치를 여전히 국회비준동의를 거쳐야 할 사안으로 고집하는지,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은 과거 노무현 정부에서 그랬던 것처럼 여전히 자위용으로 보고 있는지도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자유한국당은 북한의 핵미사일 막을 유일한 현실적 대안인 사드배치는 한미상호방위협정에 따른 통상적인 무기체계로 국회비준의 동의 대상이 아니라고 본다. 그런데 만일 새정부가 사드에 대해서도 비준동의를 밀어붙인다면 앞으로 이 정부는 미국에서 새로운 무기체계를 들여올 때 마다 여소야대 국회의 비준동의를 거칠 것인지 의문이다. 북핵문제 등 국가 안보는 결코 일회성 이벤트나 정치적 환상으로만 해결되지 않는다. 철저하게 국익에 기반한 냉철한 판단과 행동만이 국가 안보를 지킨다는 점에서 평소 보여 온 북핵문제에 대한 신정부의 인식전환과 국민을 안심시킬 입장표명을 요구한다.
경제위기 극복문제도 마찬가지다. 우리 사회의 비정규직 문제는 모든 기업이 안고 있는 최대의 구조적 숙제다. 그런데 이 구조적 문제를 두고 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모든 비정규직을 하루아침에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산타클로스의 선물이 가능하다면 왜 역대 정부가 그러한 선심 정책을 발표하지 않았겠는가. 대통령이 경영상태가 대단히 좋은 공항에 가서 비정규직 노동자 전원을 정규직으로 전환시켜주라고 지시하면 이 나라의 비정규직 문제가 모두 해결되는 것인가. 모두가 알듯이 비정규직 문제를 개선하려면 기존 정규직 노동자의 양보, 비정상적인 기업의 고용경직성 완화,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동일노동 임금격차 문제 등 근원적 문제가 해소되어야 한다. 그런 문제는 그대로 둔 채 대통령의 일방적 지시로 공공기관만 비정규직을 정규직화 시켜준다면 다른 민간기업의 새로운 일자리 창출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것이 모든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지금 대통령이 인천공항에서 한 산타클로스식 선심성 말 한마디 이후 집배원, 학교급식보조원, 간호조무사 심지어 서울대 비학생조교 등 까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우후죽순처럼 들고 일어나 우리도 정규직화 시켜달라는 아우성치는 것을 보고 있지 않은가. 정부가 수년간의 연구와 노력 끝에 완성한 국정교과서를 이렇게 대통령의 직접 지시로 폐기하는 것도 독선적 발상이다. 일선 학교들이 다른 검정교과서와 함께 선택적으로 채택할 자유마저 봉쇄하고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폐기를 지시하는 것이 과연 대통령 취임 후 단 며칠 후에 해야 할 시급한 국정지시 1호에 해당할만한 우선과제인지 의문이다.
또 이미 검찰 수사가 끝나서 재판 완료된 지난 정부의 사건들을 이부 청와대 수석이 다시 들여다보겠다느니, 재수사가 필요하다며 직접적 수사 지시나 다름없는 언급을 하는 것은 말로는 검찰의 완전한 독립 또는 검찰수사 불개입 입장을 밝힌 것과 배치되는 모순을 스스럼없이 하고 있는 게 아니냐 하는 생각이 든다. 청와대 수석들은 ‘비서는 말이 없다’는 이야기를 되새겨 주길 바란다. 청와대 비서진은 말하는 자리가 아니라 일하는 자리다. 비서관이 마치 국민의 대표인냥 언론 앞에 나와서 정제되지도 않은 자신의 주장을 이야기 하거나, 과거 사안을 마구잡이식으로 재수사를 하겠다는 언동은 매우 불필요하고 부적절한 행동이다. 우리 사회의 이념적, 구조적 문제와 결합된 이런 과제들은 국회에서 여야 간의 진지한 논의를 거쳐 순차적으로 해결해 나갈 대상이지 대통령이 혼자서 일방적으로 지시한다고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 국회와 협치를 중시한다고 말은 하면서 찬반과 해법이 극단적으로 나뉘는 우리 사회의 근본적 문제들에 대해 아무 심도 있는 논의도 없이 청와대가 단독으로 결정하고 일방적을 밀어붙이는 일은 결코 협치의 자세가 아님을 분명히 밝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