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소수자도 우리 사회의 분명한 구성원입니다"라는 작은 외침에 대하여
지난 23일, CBS의 교양강좌 프로그램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세바시)은 "성소수자도 우리 사회의 분명한 구성원입니다"라는 제목의 강연을 게시했다. 연사로 나선 대학성소수자모임연대 QUV 활동가 강동희 씨는 스스로가 성소수자임을 밝히며, 성소수자를 비롯한 우리 사회 내 소수자들의 인권의 중요성과, 그들에게 가해지는 다양한 폭력의 부당함을 지적하였다.
그런데 지난 25일, 세바시 측은 페이스북을 통해 해당 강연을 비공개 처리하였음을 발표한다. "성소수자를 연사로 세웠다"며 CBS가 한국교회 일부 집단과 교인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았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세바시의 콘텐츠 기획과 제작은 CBS와는 독립적으로 이뤄지지만, CBS가 세바시 때문에 난처한 상황에 처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열심히 강연을 준비한 강동희 씨와 그 강연에 공감해준 모든 분들에게 사과드린다"며 용서를 구했다.
세바시 측의 결정이 알려지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순식간에 큰 파문이 일었다. 특히 해당 강연이 평등과 평화의 가치를 알리고, 폭력의 부당함을 알리기 위해 여성가족부와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과 함께 기획된 강연이었다는 사실은 많은 시민들을 분노케 했다.
프로그램의 취지에 동의하여 출연했던 기존 강연자들도 세바시의 이러한 결정을 비판하며, 자신의 강연 동영상도 내려달라고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나섰다. 불과 한나절 만에 작가 손아람 씨(세바시 848회, '차별은 비용을 치른다'), 다큐멘터리 감독 이선희 씨(세바시 719회 당신은 디지털 성폭력의 가해자가 되겠습니까?), 개발자 이준행 씨(세바시 453회, '데이터의 홍수 속에서 길을 찾다'), 플러스사이즈모델 김지양 씨(세바시 460회, '당신은 그 자체로 아름답다') 등이 자신들의 강연 동영상도 비공개 처리하라고 요구하였다.
거센 비판을 마주한 세바시 측은 26일, 페이스북을 통해 "저희를 믿고 강연해준 강연자와 그 강연에 공감해준 분들에게 차별과 폭력을 저질렀음"을 고백하며 거듭 사과하였다. 그리고 해당 영상을 다시 공개하기로 내부 입장을 정리하였다고 강동희 씨에게 전해왔다. 좋은 의도로 강동희 씨의 강연을 기획하고, 이후 자신들의 잘못된 판단을 인정하고 책임있는 결정을 내린 세바시 측의 용기는 높이 산다.
세바시는 2017년 5월 출범한 독립 법인이며, 콘텐츠의 기획과 제작도 CBS와는 독립적으로 이뤄진다고 밝혔다. 그런데, 제작과 홍보까지 마친 강연을 특정 권력집단의 호오에 따라 일방적으로 폐기한다는 것은 민주사회에서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대한민국 방송법은 "방송의 자유와 독립을 보장"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천명하고, 방송의 공적 책임을 높임으로써 시청자의 권익을 보호한다고 선언(방송법 제1조)한다. 주지하다시피 CBS는 기독교적 배경과 언론민주화운동의 역사를 동시에 가진 방송이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은 오늘, 민주사회를 구성하는 사회적 공기(公器)인 언론으로서 CBS가 책임있는 자세를 되찾기를 촉구한다. CBS와 세바시 측은 이번 사건과 관련하여 불이익을 당하는 사람이 없도록 주의하고, 나아가 앞으로도 이러한 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할 것이다.
2017년 11월 27일
정의당 성소수자위원회 (위원장 권순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