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1.10. / 09:00) 본청 215호
▣ 제천 참사 유가족대표 류건덕 회장
먼저 이렇게 말씀할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희 유가족들 입장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2008년 1월 7일 발생한 화재로 40명이 사망한 이천 냉동창고 화재사건 이후 가장 많은 29명 사망자가 발생한 제천 노블휘트니스 화재참사 사건의 유가족 대표를 맡고 있는 류건덕입니다.
2014년 4월 16일 온 국민들은 방송을 통하여 세월호가 서서히 침몰하는 모습과 세월호에 탑승한 476명의 승객 중 단원고 학생들을 포함한 304명의 안타까운 생명들이 서서히 꺼져가는 모습을 발을 동동 구르며 지켜보았습니다. 그때의 허망함과 분노가 채 가시지도 않았는데 저희들은 그 때와 똑같은 경험을 하고 말았습니다. 청해진이 건물주로, 해경이 소방관으로 바뀌었을 뿐입니다.
서서히 기울며 바다에 잠기는 세월호를 바라보며 모든 국민들이 해경에게 ‘속히 선체에 진입하여 학생들을 구조해달라’고 애원했듯이 저희 유가족들은 화재 초기부터 화재 현장에서 불이 난 건물에 진입하지 않고 겉도는 소방관들을 향해 목이 터져라 내부로 진입해줄 것을 요청했고, “내 아이가, 내 아내가, 내 어머니가 구조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으니 제발 구해달라”고 절규하였습니다.
그러나 세월호 사건에서 해경이 온 국민의 바람을 외면한 채 선체에 진입하지 않았고, 선원들은 승객을 탈출시키기보다는 자신들의 안전을 도모하였습니다. 제천 화재 참사 때도 소방관은 유가족들의 절규를 외면한 채 건물 내부로 진입하지 않았고, 건물주 및 직원들은 이용객을 탈출시키기보다는 자신의 안위를 먼저 챙겼습니다.
침몰하는 세월호에서 172명의 승객들을 탈출시킨 사람은 선원도, 해경도 아닌 제 목숨을 희생한 같은 반 학생, 같은 학교 선생님, 옆자리 승객들이었습니다. 불타는 빌딩에서 이용객을 대피시킨 사람은 건물주도, 관리인도, 소방관도 아닌 스포츠센터 이용객이었습니다. 거의 기울어진 세월호에 남은 304명의 승객들은 선창 밖의 해경을 바라보며 실낱같은 희망을 품었을 것이고, 일부는 사랑하는 가족들과 마지막일지 모르는 통화를 하였습니다. 숨 막히는 화염과 농연에 갇힌 29명의 희생자들 또한 창밖의 소방관들을 바라보며 자신들에게 구조의 손길을 내밀어주기를 갈구하였고, 휴대폰을 잡고 119에, 아빠에게, 남편에게, 가족들에게 살려달라고 애원하면서 마지막 숨을 들이켰습니다.
존경하는 최고위원님, 무엇이 달라졌나요? 어떻게 변했나요? 세월호 참사와 제천 참사의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세월호 가족들은 아직도 마지막으로 받은 문자를 보며 눈물을 삼키고 있습니다. 저희 가족들도 “아빠 살려줘, 여보 살려줘”라는 통화를 수천 번씩 곱씹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때의 해경과 마찬가지로 소방청 합동조사단은 공식적인 조사결과 발표에 앞서 저희 가족들에게 “최선을 다했다. 무전교신과 굴절 소방차 조작에 일부 문제가 있었지만, 당시 상황에 비추어보면 전체적으로 적절하고 불가피한 대응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소방관들이 현장에 도착한 16시 이후 2층 여자사우나에서는 16시 20분경까지, 6층과 8층에서는 17시 10분경까지 망인들이 가족들에게, 또 119에 “살려달라”고 전화를 하였습니다. 그 시각까지 아빠는, 남편은 소방관을 부여잡고 “제발 건물 내로 진입하여 내 가족을 구해달라”고 애원하였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그저 불타오르는 스포츠센터를 바라보며 내 가족이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보아야만 했습니다.
저희 가족들은 분노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대통령과 국무총리께서 현장을 방문하고 유가족들을 위로하시며 엄정한 조사를 지시하였음에도 이와 같은 결론을 내렸다는 것을 도저히 믿을 수 없습니다. 무엇이 적절했고 불가피한 대응이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저희 가족들은 합동조사단의 결론에 결코 동의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하여 저희 유가족들이 특정인을 처벌해 줄 것을 바라며 이 자리까지 온 것은 결코 아닙니다. 부족한 인력과 낙후된 장비로 사투를 벌이는 소방관들이라는 것을 잘 알기에 그들에 대한 처벌보다는 이번 화재사건의 진상을 철저히 규명함으로써 저희 같은 아픔을 안고 사는 사람이 다시는 생기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이하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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