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이 ‘지인 할인’으로 감면해 준 금액은 환자가 실제로 부담한 의료비가 아니기 때문에 실손보험 보상 대상이 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민사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은 10월 31일 삼성화재가 최모 씨를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확인 소송(2023다240916)에서 원고 패소한 원심을 파기하고 서울고법으로 돌려 보냈다.
최 씨는 2005년 10월 삼성화재와 ‘무배당 삼성화재 수퍼보험(so505)’ 계약을 체결했다. 피보험자가 상해 또는 질병으로 입원 치료를 받을 경우 입원비, 수술비, 병실료 차액 등을 보상하도록 하는 내용의 보험이었다. 최 씨는 2016년 4월부터 2021년 3월까지 서울 노원구의 한 한방병원에서 11회에 걸쳐 입원 치료를 받고 보험금 1억3000여만 원을 삼성화재에 청구했다.
문제는 한방병원이 제공한 ‘지인 할인’ 명목으로 할인된 진료비 1800여만 원이 발생하면서 불거졌다. 삼성화재는 ‘지인 할인’ 금액은 최 씨가 실제로 부담하지 않은 돈으로 실손보험 보상 대상이 아니라며 보험금 지급을 거부했다. 이에 최 씨는 할인 전 의료비를 기준으로 산정한 보험금 지급청구권이 있다고 반박했다.
하급심의 판단은 엇갈렸다.
1심은 약관상 ‘피보험자가 부담하는 비용’은 실제로 부담한 금액을 의미한다며 삼성화재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지인 할인은 의료기관과 환자 간의 개별 약정을 통해 감면된 금액”이라며 “환자가 실제 부담한 비용이 아니기 때문에 보험금 산정 대상에서 제외돼야 한다”고 판시했다.
반면 항소심은 ‘지인 할인’ 금액도 보험금 산정 기준에 포함된다며 최 씨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특약상 ‘피보험자가 부담하는 비용 전액’을 보상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며 “그 의미가 명확하지 않아 고객에게 유리한 ‘지인 할인’을 포함한 의료비를 기준으로 보험금을 지급해야 하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다시 판단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감면 전 금액을 기준으로 보험금을 지급할 경우 의료기관이 비급여 비용을 부풀리고 이후 할인해주는 방식으로 환자를 유치하거나 불필요한 진료를 유도하는 등의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며 “실손보험은 피보험자의 실제 손해를 보전하는 것이 목적으로 이를 넘어 추가적인 이득까지 보장하는 것은 보험 제도의 취지에 어긋난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약관이 모호하다는 항소심의 판단은 약관 해석의 원칙을 오해한 것”이라며 “‘피보험자가 부담하는 비용’은 환자가 실제로 지출한 금액으로만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