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어도비스톡
[판결 결과]
캠핑장 안에 비밀 녹음장비를 설치하고 민간인을 도청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국가정보원 소속 수사관들에게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서울고법 형사6-1부(재판장정재오,최은정·이예슬고법판사)는 통신비밀보호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국정원 소속 수사관 최 모 씨 등 4명에 대한 1심 판결을 파기하고 모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2023노2801).
[사건 개요 및 1심]
국정원 수사관인 최 씨는 2015년 제보자로부터 충남 서산시의 한 캠핑장에서 지하혁명조직의 신규 조직원 적격성 확인 절차인 총화(회합)가 진행된다는 제보를 받아 캠핑장 캐러밴 내부에 몰래 녹음 장비를 설치, 대화를 녹음하는 과정에서 민간인의 대화까지 녹음한 혐의를 받았다.
1심은 2023년 8월 31일 최 씨 등 4명에게 각각 징역 6~10월에 집행유예 1년과 자격정지 1년을 선고했다.
1심은 피고인들이 당시 작성한 현장활동 계획서나 녹음파일에 관한 증거능력 검토보고서 등 국정원 내부에서 작성된 보고서를 보면, 피고인들이 주도적으로 계획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며 피고인들은 단순히 제보자에게 비밀 녹음장치를 제공했을 뿐만 아니라 녹음을 지시·승인했으므로 공동정범으로서 죄책을 면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비밀 녹음장치가 무작위로 타인의 대화를 녹음할 수 있다는 위험성을 인지했음에도 녹음장치를 설치하는 등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쟁점]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당시 녹음을 계획하긴 했지만, 일반적인 사적 대화가 녹음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으므로 미필적 고의가 없었다는 점을 항소 이유로 삼고 있다며 이 사건은 총화 당일 피고인 최 씨와 제보자 사이에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어떻게 해석할 것이냐가 가장 핵심 쟁점이라고 설명했다.
[법원 판단]
재판부는 제보자가 보낸 문자 메시지들은 시간 간격, 초성 사용 방식, 오탈자 등을 고려할 때, 실제 총화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녹음하면서 느낀 긴장감을 최 씨에게 전달한 것으로 보이는 것이 자연스럽다며 만약 이것이 허위 메시지라면, 제보자는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해 완벽하게 조작해야 했지만, 항소심에서조차 구체적인 허위 메시지와 실제 메시지를 구분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제보자는 국정원의 유급 정보원으로 활동하며 상당한 월급과 격려금을 지급받았으나, 이후 관계가 끊어지자 보상이 없을 경우 변호사와 기자를 만나 폭로하겠다고 하면서 정보원 활동 대가로 10억 원을 요구했다며 이러한 정황을 종합하면, 제보자는 경제적 보상이 좌절돼 허위 진술을 할 동기와 유인을 갖게 됐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피고인들이 작성한 국정원 내부보고서에는 불법 녹음에 따른 증거 능력 문제가 논의됐으나, 제보자가 참여하지 않은 대화를 녹음하겠다는 문구는 확인되지 않는다며 제보자가 참여하지 않은 녹음이 이루어지지 않도록 주의했음에도 돌발 상황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결론적으로, 제출된 증거들만으로는 공소사실을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사실 오인 및 법리 오인에 대한 피고인들의 주장은 이유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