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구 회장 사진=연합뉴스
[판결 결과]
금호석유화학 주주들이 배임 혐의로 대법원서 유죄를 확정받고 취업제한 통보를 받았음에도 자리를 지키며 200억 원 이상의 급여를 수령한 박찬구 회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지만 항소심에서도 패소했다.
서울고법 민사16부(재판장김인겸부장판사)는 4월 24일 금호석유화학 주주들이 박 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2024나2030176).
[사건 개요]
주주들은 박 회장이 2018년 11월 배임 혐의로 집행유예를 확정받아 금호석유화학에 취업이 제한됨에도 불구하고, 이 사실을 회사와 주주에게 알리지 않은 채 대표이사직과 회장직을 유지하며 과다한 보수를 수령했다고 주장하며 2022년 7월 박 회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박 회장은 2016년 3월 대표이사로, 2017년 3월 회장으로 각각 취임했다. 2021년 6월~2023년 4월까지는 회장직만 유지했다.
원고들은 박 회장이 금호석유화학의 임원보수규정에 따른 절차를 거치지 않고 보수를 수령한 것과 이사회에 취업제한 상태를 알리지 않은 점 등을 이유로 회사로부터 지급받은 보수가 부당이득에 해당해 무효라며 박 회장이 금호석유화학으로부터 법률상 원인 없이 지급받은 보수 220억4599만 원을 반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박 회장은 아들 박준경 금호석유화학 사장에게 계열사 자금을 담보 없이 낮은 이율로 대여하는 등 약 130억 원 규모의 특경법상 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2014년 10월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이 판결은 2018년 11월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그럼에도 박 회장은 집행유예 기간 중인 2019년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로 재선임돼 직위를 유지했다. 법무부는 2020년 1월 박 회장에게 금호석유화학이 취업제한 대상 기업에 해당한다며, 취업승인 신청서를 제출하면 이를 검토하겠다고 통지했다. 이에 박 회장은 2020년 2월 법무부에 취업승인을 신청했으나, 법무부는 2020년 5월 공공의 이익 등을 고려해 이를 불승인했다.
박 회장은 법무부의 처분에 불복해 2020년 6월 행정소송을 제기했으나, 대법원은 2020년 10월 법무부의 처분이 정당하다며 박 회장의 승소를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환송했다. 대법원은 ‘징역형 집행유예 기간이 종료된 날부터 2년’이라는 규정이 취업제한 기간의 종료를 의미하며, 집행유예 기간도 취업제한 기간에 포함된다고 판단했다. 이후 박 회장은 파기환송심에서 항소를 취하했고, 2021년 3월 패소가 확정됐다.
[1심 판단]
1심은 5억원 이상 횡령·배임 범죄로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은 관련 기업체에 취업할 수 없도록 규정하면서 취업 제한 기간 중 하나로 징역형의 집행유예 기간이 종료된 날부터 2년(제 2호)을 명시하고 있는 특정경제범죄법 제14조 제1항은 효력규정이 아니라 단속규정이라고 판단했다. 1심은 특정경제범죄법의 입법 목적은 형사처벌 등을 통해서도 달성할 수 있고, 취업제한의 승인을 받지 않고 취업을 한 경우, 그 사법상 효력까지 부정해야만 달성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이어 특정경제범죄법은 기존에 취업제한대상 기관이나 기업체에 이미 재직하고 있는 사람의 경우와 관련한 취업승인의 절차나 그 취업의 효력에 대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지 않다며 원고들은 관련 형사판결이 확정된 때로부터 피고가 취업한 행위가 무효라는 취지로 주장하나, 취업행위 자체를 일률적으로 무효라고 할 경우, 단지 사전승인을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 효력이 부인된다고 보는 것은 불합리하며, 특정경제범죄법상 취업제한에 대한 절차를 규정한 내용과 상충된다고 설명했다.
보수를 부정·과다 수령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원고들의 주장만으로 보수를 과다하게 수령했다거나 회사의 재산을 부당하게 유출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항소심 판단]
항소심도 1심 판단을 유지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특정경제범죄법을 위반해 사전 승을 받지 않은 취업행위를 일률적으로 무효라고 할 경우 그러한 무효인 취업상태에서 행한 대표이사의 모든 법률행위가 무권라자에 의한 법률행위로서 무효로 될 위험에 처해 법적 안정성을 심하게 해치는 부당한 결과과 거래된다는 점에서도 (해당 조항을) 효력규정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