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어도비스톡
[법원 판결]
근무 중인 학교 컴퓨터의 부품을 수십 차례 떼어내 중고로 판 혐의로 벌금형의 약식명령을 선고받은 교사에 대한 해임 처분은 정당하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재판장강재원부장판사)는 전직 교사 A 씨가 서울특별시교육감을 상대로 낸 해임처분취소 소송에서 3월 20일 원고 패소 판결했다.
[사실관계]
2008년 3월 중학교 교사로 임용된 A 씨는 2021년 6월 자신이 근무하던 서울의 한 중학교 교실 컴퓨터에 부착됐던 시중 가격 5만 원 상당의 CPU(인텔코어 i7)를 떼어내 가져가고 대신 4만 원 상당의 CPU(인텔 셀레론)로 교체했다. 이밖에도 A 씨는 같은 해 8월 말까지 총 26회에 걸쳐 CPU를 교체하고 떼어낸 CPU 26개 중 25개는 중고로 판매하고 1개는 폐기했다. 이 행위로 A 씨는 2023년 12월 서울남부지법으로부터 절도죄로 벌금 500만 원의 약식명령을 확정받았다.
서울시교육청은 A 씨의 절도 행위가 국가공무원법 제56조(성실의 의무), 제63조(품위 유지 의무) 위반에 해당된다며 A 씨를 해임했다. 또 절도 대상 금액 10114만 원의 두 배인 2028만 원을 징계부가금으로 부과했다.
A 씨는 교육청의 처분이 과해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며 행정소송을 냈다. 재판에서 그는 범행 당시 투자 사기 피해를 입은 여자친구를 돕고자 절도를 저지르게 됐고, 그 여자친구와 결혼한 이후 CPU를 원래대로 되돌리려 했으나 2022년 2월 다른 학교로 발령이 나 하지 못했다고 항변했다.
또 떼어냈던 CPU 26개의 구매비용과 설치비용인 1014만원을 학교에 지급했고, 징계부과금을 모두 납부했으며 학교 교장과 담당 부장교사가 합의서도 작성해줬으니 이를 참작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법원 판단]
재판부는 A 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A 씨의 비위 행위는 횟수, 피해 금액이 적지 않을뿐 아니라, A가 절도한 CPU는 학생들의 수업을 위해 제공한 것이라며 A 비위 행위로 학생들의 학습에 상당한 지장을 초래했을 것이라는 점에서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A 씨가 비위 행위 이후 2년이 지나도록 CPU를 되돌려놓지 않았고 2023년 9월쯤 절도 관련 수사가 진행되고 나서야 범행을 시인한 점을 고려하면, 예비 배우자의 곤궁 상태를 돕기 위해 해당 행위를 했고 곧 다시 CPU를 설치해 피해를 회복하려 했다는 주장도 믿기 어렵다고 밝혔다.
아울러 교장 등이 작성해준 합의서는 형사사건에 관한 합의 의사를 표시한 것이므로 이 사건 처분과 관련이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서울시교육청은 A 씨의 비위행위가 징계기준상 파면에 해당한다고 보면서도 A 씨가 반성하고 있는 점이나 피해 변제를 한 점을 감안해 최종적으로 해임을 결정했는데, 이 사건 처분은 징계기준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교육공무원에게는 일반 직업인보다 더 높은 직업성이 요구되며, 교육공무원의 비위 행위는 본인은 물론 교원 사회 전체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실추시킬 우려가 있는 점에서 더욱 엄격한 잣대가 요구된다며 나아가 교육공무원의 비위행위가 우리 사회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력이나 파급력이 작지 않은데, 원고의 비위행위에 대한 언론보도가 이뤄지기까지 한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처분으로 인하여 원고가 입게 되는 불이익의 정도가 이 사건 처분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교원 사회의 기강 확립 및 교원 사회 전체에 대한 국민의 신뢰 회복 등과 같은 공익상의 필요보다 크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