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판결]
공무원이 자동차에 대한 저당권이 해소됐음을 증명하는 서류를 확인하지 않고 자동차 등록을 해줬다면 공무원의 불법행위로 인해 저당권자인 저축은행이 채권을 회수하지 못해 손해를 입게 된 것이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민사3부(주심이숙연대법관)는 6월 12일 오케이저축은행이 경기 과천시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2022다279788).
[사실관계]
오케이저축은행은 2015년과 2016년 자동차 대여업체 A 사에 총 2억5000만 원을 빌려주고, 그 돈을 떼이지 않기 위해 A 사가 소유한 자동차 3대에 저당권을 설정했다. 오케이저축은행은 A 사가 소유한 다른 자동차 22대에 대해서는 가압류를 신청해 법원으로부터 인용 결정을 받았다.
그러나 2018년 A 사가 폐업함에 따라 자동차 대여사업 면허도 취소됐다. 이에 따라 서울 송파구청은 자동차관리법상 절차에 따라 A 사의 자동차 등록을 직권 말소 처리했다.
이후 2019년 A 사로부터 이 사건 자동차들을 취득한 성명불상자는 과천시에 자동차 신규 등록 신청을 했고, 과천시 소속 공무원인 B 씨는 해당 자동차에 대한 오케이저축은행의 저당권 및 가압류에 관한 권리관계가 소멸됐음을 증명하는 서류가 제출되지 않았음에도 자동차 신규 등록을 모두 마쳐주었다.
오케이저축은행은 B 씨가 저당권 및 가압류 관련 권리관계가 해소됐는지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자동차 신규 등록을 마치는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직무 집행(불법행위)을 해 오케이저축은행이 자동차에 대한 강제집행을 할 수 없게 돼 담보를 상실하는 손해를 입게 됐다며 소송을 냈다.
자동차관리법 제13조 제10항은 말소등록된 자동차를 다시 등록하려는 경우에는 대통령령에 따라 신규 등록을 신청해야 하고, 이 경우 말소등록 당시 등록원부에 저당권 등이 설정돼 있었던 경우에는 해당 권리관계가 해소됐음을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증명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쟁점]
자동차 등록이 적법하게 직권 말소된 이 사건 각 자동차에 관한 신규등록 신청을 받은 B 씨가 오케이저축은행의 저당권 및 가압류에 관한 권리관계가 소멸됐음을 증명하는 서류를 확인하지 않은 채 해당 신청인에게 자동차등록을 마쳐준 경우에 오케이저축은행에게 손해가 발생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됐다.
[하급심 판단]
1심은 원고 패소 판결했다. 1심 재판부는 자동차관리법 제13조 제1항 규정에 대해 외관상 저당권이 소멸되도록 한 뒤 차량을 신규등록해 판매하는 사기행위를 방지하고자 마련된 것으로 종전 저당권자 등 등록상 이해관계를 가진 제3자의 권리관계가 해소되었다는 증명이 없으면 새로 신규등록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일 뿐 오케이저축은행에 자동차 가액에 해당하는 손해가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자동차 부활등록이 이뤄졌다고 하더라도 오케이저축은행이 임의경매 또는 강제집행을 할 수 없게 돼 담보를 상실하는 손해를 입게 됐다고 볼 수 없다는 판단이다.
1심 재판부는 또 설령 손해가 발생했다고 하더라도 A 씨의 과실과 손해 간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자동차에 관한 저당권 설정 및 가압류 등록이 말소되기 이전에 오케이저축은행이 저당권 실행을 위해 경매개시를 하려 했으나 집행관이 자동차를 인도받지 못해 경매개시 결정이 취소되는 등 이미 임의경매 또는 강제집행이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었으므로, B 씨의 부활등록 행위로 인해 임의경매 또는 강제집행이 불가능하게 된 것으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항소심도 이 같은 1심 판단을 유지하고 오케이저축은행 측의 항소를 기각했다.
[대법원 판단]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오케이저축은행이 자동차 저당권 상실로 인한 손해를 입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성명불상자가 A 사로부터 이 권리를 양수하고 자동차 등록까지 마침으로써 이 사건 각 저당권 대상 자동차가 저당권 설정자의 재산으로부터 이탈되고 성명불상자의 소유로 귀속됐으므로, 그 때에 저당권자인 오케이저축은행으로서는 저당권을 상실하는 손해를 입게 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저당권 대상 자동차에 대한 신규등록 신청을 받은 B 씨는 오케이저축은행의 저당권에 관한 권리관계 해소를 증명하는 서류를 신청인인 성명불상자로부터 제출받아 확인할 직무상 의무가 있음에도 그 의무를 위반했다며 이러한 담당공무원의 과실로 인해 제3자 명의의 자동차등록이 이뤄짐으로써 오케이저축은행이 저당권을 상실하는 손해를 입게 됐으므로, 저당권 대상 자동차에 관한 등록이 직권으로 말소되기 이전부터 임의경매 또는 강제집행이 사실상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었다거나, 오케이저축은행이 그 말소등록을 예고하는 통지를 받고서도 권리행사 기간 내에 권리를 행사하지 않은 사정 등을 들어 피고의 책임을 제한할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하고, B 씨의 직무상 의무 위반과 원고의 저당권 상실로 인한 손해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시했다.
다만 가압류 대상 자동차에 대한 손해는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자동차관리법이 정한 사유와 절차에 따라 자동차 등록이 적법하게 직권으로 말소된 경우 자동차에 등록돼 있던 가압류는 효력이 소멸되고, 자동차의 차체에 가압류의 효력이 미친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따라서 그 후 가압류 대상 자동차에 대해 성명불상자 명의로 신규등록이 마쳐졌다고 하더라도 가압류 채권자인 오케이저축은행에게 추가로 손해가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