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정치권력과 사회 부조리를 고발해온 교양제작국을 해체하고, PD들을 비제작국으로 발령 냈다. MBC 경영진 스스로 정치권력에 대한 감시기능을 거세해버려 ‘이제는 말할 수 없는’ MBC를 만들었고, 본업에 충실한 대다수의 기자와 PD들을 자괴감에 빠뜨렸다.
서슬 퍼런 군사정권시절에도 공영방송의 길을 걸었던 MBC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버렸다. 보도국을 무력화 시키고, 시사교양을 해체·축소시키는 방법으로 정치권력에 대한 감시기능을 스스로 거세하는 결단을 내렸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더욱이 이러한 MBC 죽이기가 외부의 압력에도 굴하지 않아야 할 자사의 경영진에 의해 자행되었다는 점은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왜 조직의 리더가 중요한지 새삼 일깨워주는 대목이다.
MBC가 언론의 자존심을 버리고 권력의 눈치 보기 수준을 넘어, 권력에 기대어 사리사욕을 채우려는 몇몇 사람들에 의해 권력의 주구로 만들어지게 된 것이 매우 유감이다. MBC 경영진은 공정방송, 정도를 걷는 방송은 고사하고, 언론인의 자존심과 몸담고 있는 자사의 자존감을 스스로 지켰어야 하는 것 아닌가 묻고 싶다.
과거 “PD수첩은 능력이 모자라 제대로 비판하지 못한 적은 많았지만, 압력 때문에 피해 간 적은 없었다.”라는 말을 기억하는 국민은 스스로 언론의 비판·감시기능을 저버린 MBC를 ‘언론’으로 부를지 심각하게 고민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MBC에 재갈을 물려 ‘말할 수 없게’ 만든 경영진은 즉각 물러나야 한다. MBC가 국민의 공영방송으로 돌아와 다시 올곧게 ‘말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2014년 11월 3일
새정치민주연합 부대변인 김진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