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구 획정만이 아니라 선거제도와 정치 혁신의 계기가 되어야’
현재의 국회의원 선거구 획정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린 이후 선거구 획정과 선거제도의 전반적인 혁신에 대한 정당 차원의 첫 토론회가 열렸다. 새정치민주연합 정치혁신실천위원회와 민주정책연구원은 11월 10일(월) 국회에서 ‘선거구 획정과 선거제도 혁신’ 토론회를 개최하였다. 이 토론회에서는 전문가와 국회의원들이 헌법재판소 판결의 의미를 분석하고, 이 판결을 선거제도 혁신의 계기로 삼을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치열한 토론을 벌였다.
새정치민주연합은 헌법재판소 판결을 존중한다는 기본자세를 밝히면서 이번 판결이 선거제도와 정치혁신의 계기가 되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였다.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은 미리 배포한 인사말에서 “정치적 공정성, 중 립성, 독립성의 3대 원칙”을 강조하고 “선거구 획정에만 논의를 국한시킬 것이 아니라 선거제도와 정치혁신 전반에 대해 포괄적으로 검토할 것”을 제안하였다.
원혜영 정치혁신실천위원장은 선거구획정위원회를 제3의 독립기구로 설치하고 본회의에서 가부 결정만 하도록 하는 혁신 방안을 추진할 것임을 내비쳤다. 새정치민주연합의 싱크탱크인 민주정책연구원의 민병두 원장은 선거구 획정이 정치권의 이해가 엇갈리는 쉽지않은 쟁점이라 전제하면서, “이해가 첨예한 사안일수록 국민주권의 민주적 원리를 잘 구현할 수 있는 ‘원칙’과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정치권에 촉구하였다.
토론회에서 첫 발제를 맡은 서강대학교 현대정치연구소 서복경 연구교수는 선거구 획정이 기준이 되는 제도의 마련과 정비가 시급하며 선거구획정위원회를 법적으로 제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서복경 연구교수는 제도의 마련과 정비 과정에서 일시적인 의원정수의 상향 조정이 있을 수 있지만 원칙과 기준이 정당하다면 유권자를 설득할 수 있다고 제안하기도 하였다.
두 번째 발제를 맡은 인천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이준한 교수는 독일식 정당명부제 등 선거제도 혁신 방안을 제시하면서 17대부터 19대까지 선거 결과를 각 제도들에 따라 시뮬레이션한 결과를 내놓아 눈길을 끌었다. 이교수는 현행 제도가 거대 정당들에 유리하게 구성되어 있음을 지적하면서, 국민의 대표성을 제대로 살리기 위해서는 권역별 비례대표제로 선거제도를 혁신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두 전문가의 발제에 이어 성공회대 민주주의연구소 김형철 연구교수와 한신대학교 국제관계학부 조성대 교수, 그리고 이번 판결로 영향을 받는 충청남도 공주 지역구 국회의원인 새정치민주연합 박수현 의원이 토론자로 나서 선거구 획정 방안과 선거제도 혁신에 대해 진지한 토론을 벌였다.
이번 토론회는 헌법재판소 판결 이후 정당 차원에서 대응 방안을 모색하는 첫 토론회라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특히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이 첫 토론회를 개최했을뿐 아니라 선거구 획정을 넘어 거대 정당과 국회의원의 기득권이 강한 현행 선거제도 전반의 혁신을 주장하고 나섬으로써 양당간 정치 혁신 경쟁에서 한 발 앞서려는 의도를 분명히 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