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규 대변인
-11월 4일 11:20, 국회 정론관
■ 해산심판청구 1년, 지금이라도 '철회'하는 것만이 유일한 길이다.
박근혜 정권이 대한민국 헌정사상 최초로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 심판청구서를 제출한 지, 내일 11월 5일이면 딱 1년이 된다.
국정원의 대선개입 불법부정선거가 국민적 분노에 직면했을 때, 가장 날카롭게 항의했던 진보당에 대해 국정원은 거꾸로 내란음모죄를 뒤집어씌웠다.
33년 만에 꺼내든 '내란음모'로 현역 국회의원까지 구속시키고도, 바로 이어진 재보궐 선거에서 8.2%라는 굳건한 지지율을 확인하자마자 채 일주일도 되지 않아 정권이 다시 빼든 칼이 바로 '정당해산'이다.
민주노동당 시절부터 진보당까지 진보정치 활동 전반이 모두 위헌이라며 지난 1년 동안 2-3주에 한번씩 총 17회의 변론기일을 진행해왔다. 오늘 마지막 변론기일 이후로는 이제 최후변론에 이어 헌재의 결정만이 남아있는 상황이다.
지난 1년간 거듭하여 확인된 사실이라고는, '정당해산' 심판청구란 애시당초 민주주의 사회라면 있을 수 없는, 있어서도 안 될 소동이었다는 것 뿐이다.
민주주의를 꽃피워낸 모범적인 사례라고 칭송받던 대한민국은 박근혜 정권의 반민주 폭거에 순식간에 세계적인 구경거리, 조롱거리로 전락해버렸다.
지난 10월 1일부터 때마침 한국에서 열렸던 세계헌법재판회의 총회에서도 단연 화제는 진보당에 대한 해산심판청구였고, 지금 이 순간에도 세계의 눈은 21세기 민주국가에서 찾아보기 힘든 이 희대의 사건을 주시하고 있다.
진보당은 지난 1년 동안 해산심판을 막아내는 것이 곧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를 지키는 것이라는 절박한 마음으로 모든 힘을 다하여 정부의 폭거에 맞서왔다.
이제 1년을 맞아 오는 11월 6일에는 <통합진보당 강제해산 반대 민주수호를 위한 원탁회의>가 진행된다.
시민사회, 종교계, 언론계, 학계, 법조계, 정치권을 대표하는 10분의 원로들께서 공동으로 제안하셨고 각계각층에서 모두 100여명의 인사들이 참가한다.
이어 11월 중순까지는 전국 경향 각지에서 진보당 해산 시도를 반대하고 규탄하는 시국선언들이 이어질 예정이다.
이번 정당해산심판 건은 그 결과가 어떻게 나던지 박근혜 정권에게는 돌이킬 수 없는 치명상만을 안겨주게 될 것이다.
정부의 해산시도가 무산되는 경우에는 더 말할 나위도 없거니와, 혹여 지금 이 순간에도 확인되듯 정권의 노골적이고 무차별적인 압력에 의해 이성과 상식에 반하는 해산결정이 내려진들 대체 그것이 박근혜 정권에 무슨 이득이 되겠는가!
오직 확인될 것이라고는 진보당의 위헌성이 아니라 박근혜 정권의 '반민주성'일 뿐이다. 원내 제3 정당을 폭력적으로 해산시킨 악랄하고 악독한 정권이라는 꼬리표만 남게 될 것이다.
애시당초 꺼내지도 말았어야 했을, '몹쓸 칼'이었다.
짓밟히고 능멸당한 우리 민주주의를 위해서는 물론이거니와, 무엇보다 박근혜 정권 스스로를 위해서라도 지금이라도 즉시 이 해괴망측한 해산청구는 철회되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 앞에 놓인 유일한 길이다.
■ 용혜인, 송경동 씨 불구속 기소 관련
검찰이 세월호 집회 참가를 이유로 대학생 용혜인 씨와 송경동 시인을 불구속 기소했다.
국화꽃을 들고 흰색 마스크를 쓴 채 침묵시위를 벌였던 대학생도, 집회 현장에서 절절한 마음으로 시를 읊었던 시인도 모두 법정에 서야 하는, 참으로 참담한 시절이다.
특히 용혜인 씨는 연행 당시 개인 휴대전화를 식별할 수 있는 맥어드레스와 카카오톡 대화내용을 모두 압수당하면서 '사이버 사찰' 논란의 중심에 섰던 당사자다.
본격적으로 정권에 비판적인 목소리에 모두 재갈을 물리겠다는 작태이자, 검찰의 치졸한 보복이다.
200일 전 세월호 선내에 울려퍼졌던 '가만히 있으라'는 지시를 이제 모든 국민들에게 적용하여 명령하겠다는 것 아닌가!
대법원 판례까지 넘어선 검찰의 과도하고 무리한 수사를 강력히 규탄한다.
마스크를 쓰고 입을 다물어도, 시를 읊기 위해 입을 열어도 그 모든 행위가 다 처벌받는 사회, 과연 이런 사회를 민주주의 국가라고 말할 수 있겠나?
2014년 11월 4일
통합진보당 대변인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