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의 대선개입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가 오늘 법무부 기관보고를 시작으로 마침내 본격적인 걸음을 내딛게 됐습니다.
그동안 국회가 실시하는 국정조사가 여러차례 있었지만 국민이 납득할만한 성과를 낸 경우는 그리 많지 않았다고 봅니다. 그래서 이번 국정조사도 마찬가지가 아니겠냐는 비관과 냉소의 목소리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러한 때일수록 우리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에게는 국회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증명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국회의 권능을 폄하하고 비웃는 사람들이 또 다시 회심의 미소를 짓게 만들어서는 안 됩니다.
그러면 국회의 신뢰는 땅에 떨어지고, 기대를 걸고 바라보는 국민은 불행해질 것입니다. 누가 뭐라고 해도, 어떤 지엽적인 돌발사건이 일어난다고 해도, 지금 이 순간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권력기관의 불법적 정치개입을 막기 위한 국정조사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자리는 정쟁이 아니라 상생의 무대가 되어야 합니다. 우리 특별위원회의 상대는 여와 야의 라이벌 정당이 아니라 국기문란의 불법을 저지른 권력기관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국민의 통제에서 벗어난 권력기관의 전횡으로 인해 민주적 질서가 위협받았던 일들이 많았지만, 그 실체가 이처럼 적나라하게 드러난 경우는 드물었습니다. 이 기회를 놓치지 말고, 확실하게 진상을 밝혀 권력기관의 정치적 중립을 확보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함으로써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야 합니다. 지켜보고 계신 국민의 기대에 부응해야 합니다. 이것은 다른 누구에게 맡길 것이 아니라 국민의 대표인 우리 국회가 해내야 할 일입니다.
그러나 청문회의 일정과 이번 국정조사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증인과 참고인 채택에 관해 아직까지 여야간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은 대단히 실망스러운 일입니다. 지난번에 기관보고 일정에 대해 여야 합의가 이루어졌던 것처럼 청문회 증인·참고인 문제에서도 다시한번 양보와 타협의 지혜를 발휘해주실 것을 특위위원들에게 당부드립니다. 특히 여야 간사위원께서 분발해 주시기 바랍니다.
저는 위원장으로서 오늘 법무부 기관보고에 증인으로 출석한 법무부 장관에게 별도로 질의를 하지는 않겠습니다만, 위원들의 질의에 앞서 한 가지 당부말씀만 드리겠습니다.
이번 국정조사 대상인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과 관련해 검찰의 수사내용이 정제되지 않은 채 일부 언론을 통해 보도되고 있습니다. 자칫하면 국정조사 활동에도 방해가 될 우려가 있습니다. 그동안 검찰이 종종 정치적 사건의 피의사실을 일방적으로 흘려 내보내거나 사법부의 판결에 대해 공공연하게 불복 의사를 드러내기까지 하는 사례가 있어 비판을 받은 전력이 있지만, 앞으로 다시는 그러한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단속해 주시기 바랍니다. 장관, 이해하셨습니까? 제 말씀은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