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유영익 한동대 석좌교수가 국사편찬위원장으로 내정됐다. 이번 인사는 역사왜곡으로 논란의 중심에 있는 교학사 교과서 문제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대답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유영익 교수는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는 헌법정신을 무시하고, 이명박 정부 시절 8월 15일을 건국절로 만들어 독재자 이승만을 ‘건국 대통령’으로 부활시키고 독립 투사들을 격하시키기 위해 누구보다도 앞장서서 추진했던 인물이다.
또, 유영익 교수는 친일·독재를 미화하는 학회인 한국현대사학회의 상임고문으로 사실상 뉴라이트의 이론적 지주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현대사학회는 현재 교학사 역사 교과서 문제로 논란을 일으킨 뉴라이트 성향 단체이다. 이들이 쓴 한국사 교과서에서 289개의 크고 작은 역사 왜곡과 오류가 나타났다. 교과서의 일부 내용이 특정 인터넷 사이트를 그대로 표절하고, 자료사진도 인터넷 포털을 대거 인용한 사실이 드러나 도덕적·윤리적으로도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일제 강점기가 조선의 근대화에 도움이 되었다는 ‘식민지 근대화론’에 입각하여 일제 강점기에 형성된 기업인 집단을 ‘대한민국 자본주의 성장의 주역’이라 주장하여 친일을 미화하는 것은 국가를 위해 목숨까지 바치신 순국선열들을 우롱하는 것이다. 어찌 이런 주장을 하는 자를 대한민국의 역사를 공식적으로 관장하는 국사편찬위원장에 내정할 수 있는가.
국사편찬위원장은 어느 공직보다도 헌법 정신에 투철해야 하며 학문적 전문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갖추어야 한다. 이런 중요한 위치에 친일·독재를 미화하고 정권의 입맛에 맞는 인물을 임명한다는 것은 박근혜 대통령이 유영익 교수의 헌법정신 부정을 용인한다는 것이고, 교학사 역사왜곡 교과서 문제를 정치논리로 풀어가겠다는 것으로 밖에 해석할 수 없다.
중국의 동북공정,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 등 우리나라는 이웃 나라의 역사 왜곡에 맞서 대응해야 하는 현실이다. 하지만 진정 위험한 상대는 내부에 있었다. 친일과 독재를 미화하면서 왜곡과 정치적 편향으로 찌든 역사관을 지닌 자를 국사편찬위원장으로 내정하는 나라가 어찌 외국의 역사 왜곡에 대항하여 목소리를 높일 수 있단 말인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헌법정신을 준수하여 국정을 운영하려는 의지와 역사를 진실되게 바라보려는 의지가 조금이라도 있다면 헌법정신을 부정하는 왜곡된 역사관을 가진 유영익 교수의 국사편찬위원장 내정은 즉시 철회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