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외교안보 발언의 무게
- 이란의 ‘양국관계 재검토 가능성’ 경고, 매우 심각한 외교적 문제 상황
- 대통령 발언의 외교 발언, “물가에 내놓은 어린아이보다 위태”
- 신중한 ‘외교적 발언’의 중요성..“외교 안보 상대방은 검사 심문 받는 피의자 아니야”
윤석열 대통령이 UAE 아크부대에서 행한 ‘UAE의 적은 이란’ 발언으로 한-이란 관계에 큰 파장이 일고 있다.
이란 정부는 이란 주재 한국대사를 초치하여 ‘(윤 대통령 발언에 대한) 즉각적인 설명과 입장 정정이 필요’하며, ‘유효한 조치를 하지 않는다면 양국관계 재검토 가능성’ 경고까지 내놨다. 외교관계에서 상대국이 이런 정도의 문제 제기를 하였다면 매우 심각한 상황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럼에도, 주이란 주재 우리 대사는 윤 대통령의 발언은 이란과 UAE 또는 한국과의 관계와는 무관하다고 설명하는데 그친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이 본인 발언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상황에서 일개 대사가 무엇이라고 말할 수 있겠나? ‘바이든’, ‘날리면’ 상황과 비슷하게 전개되고 있다.
대통령의 발언이 이렇게 외교안보상 큰 파장을 초래하고 있음에도 정부와 여당 누구도 잘못을 바로잡으려는 노력은 커녕, 당연한 문제 제기를 하는 민주당을 공격하고 있으니 대한민국의 안위가 참으로 걱정이다.
윤 대통령은 외교안보에서 국가 지도자의 말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나 있을까? 이번에 ‘이란은 UAE의 적’ 발언 이전에도, 북한에 경고하면서 ‘자체 핵 무장’을 언급하고, 일본의 ‘반격능력 보유 선언’에 대하여 이해를 표하는 듯한 발언을 보노라면 물가에 내놓은 어린아이보다 더 위태위태해 보인다.
외교관 출신이다 보니 ‘외교적 발언’이라는 말을 가끔 들었다. 어떤 사안에 대해 솔직하게 말하지 않고 애매모호하게 표현하거나, 듣기 좋은 말만 한다는 부정적인 뉘앙스가 담겨있는 표현이다. 그렇지만 외교관은 ‘외교적 발언’을 하는 것이 당연하다. 국가를 대표하는 외교관의 발언은 한마디 한마디가 외교안보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외교부장관을 비롯한 외교관들은 중요한 사안에 대해 발언할 때는 미리 준비된 자료(텍스트)를 읽는다. 내용을 잘 모르기 때문이 아니다. 혹시라도 말실수하여 우리나라의 국익에 손상을 가져올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최고위급 외교관인 대통령의 발언은 신중해야 하는 이유이다. 그럼에도, 윤 대통령은 외교안보 사안에 대해서도 말에 거침이 없어보인다. 국민이 듣기에 시원시원해 보이면 좋은 줄 알고, 말을 세게 하면 상대가 겁먹는 줄 안다. 그렇지만 외교안보의 상대방은 검사에게 심문받는 피의자가 아니다.
4대 강국에 둘러싸여 있고 북한이 있어서 우리나라의 외교안보 정책은 어느나라보다도 어려운 것이 냉엄한 현실이다. 대통령이 말에 더욱 신중해야 하는 이유다. ‘자체 핵 무장’이니 ‘일본의 방위비 증액. 반격능력 보유’에 대해 '누가 뭐라 하겠나'라며 이해를 표하는 것과 같은 외교안보상 엄청난 말을 거침없이 쏟아내는데, 그 후과에 대해 얼마나 생각해 보고 하는 말인지 모르겠다.
대통령은 각성해야 한다. 그리고 대통령이 이렇게 외교참사를 반복하도록 방치하고 있는 현 외교안보팀은 전원 교체되어야 한다. 대한민국의 안보를 위해서 꼭 필요하다.
※붙임. 홍기원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