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존경하는 선배·동료 의원 여러분, 충남 천안갑 출신 더불어민주당 문진석 의원입니다.
○ 우리 정치가 국민의 삶을 챙기는데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은 선거제도나 의원정수 문제 같은 것이라기 보다는, 저를 포함한 정치권 모두의 책임이 더 크다고 할 것입니다. 반성과 성찰이 먼저 필요합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거제를 개편해야 하는 것은 제도에서 비롯되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우리 정치가 한 발짝이라도 더 전진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 이번 선거제 토론이 정치가 국민의 사랑과 신뢰를 받는 출발점이 되기를 희망하면서, 제 생각을 말씀드리겠습니다.
○ 여러 의원님들께서 중대선거구제로 개편을 말씀하십니다.
○ 중대선거구제는 승자독식 구조를 극복하고 소수정당의 당선 가능성을 높여 정치의 다양성을 증진할 수 있는 제도라고 합니다. 다시 말해 대한민국 정치의 고질적인 문제점인 정치 양극화를 해소할 수 있는 제도라고 주장합니다.
○ 그러나 이러한 장점은 중대선거구제만이 아니라 소선거구제에서도 지역구와 비례대표의 비율을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서 얼마든지 실현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 작년에 있었던 지방선거를 보면, 기초의원 중대선거구제를 시범적으로 실시했지만 견고한 양당 정치만 재확인했을 뿐, 소수정당의 당선은 미미했습니다.
○ 영호남과 같은 지역에서 특정 정당의 색깔을 갖고 있는 무소속 후보가 소수정당 후보보다 득표율이 높게 나온다면, 지역주의를 극복하고 소수정당의 진출을 허용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중대선거구제는 거대 정당의 과다대표, 고비용의 문제가 있고, 표의 등가성을 왜곡시킬 수 있는 제도입니다.
○ 수도권에서는 여야의 의석 나눠먹기가 될 것이라는 비판도 있습니다.
○ 무소속 후보 난립으로 정당정치가 훼손되고 책임정치가 후퇴할 것이란 분석도 있습니다.
○ 중대선거구제가 실현되면, 광범위한 선거구 중에서 후보마다 집중하는 지역과 외면하는 지역이 있을 테고, 소지역주의로 지역갈등·지역격차·지역소외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 파벌정치가 강화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같은 정당 내에서도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치열한 내부 경쟁과 정당의 보스에 의존하는 파벌정치가 심해진다는 겁니다.
○ 이런 점 때문에 일본은 1994년 중대선거구제를 바꿔 소선거구제와 권역별 비례대표제의 혼합형을 채택했습니다.
○ 대만은 2005년에 중대선거구제를 바꿨습니다. 일본과 대만이 왜 중대선거구제에서 소선거구제로 돌아왔는지 곰곰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 연초에 윤석열 대통령이 중대선거구제를 거론했을 때, 오늘 이 자리에 계신 지병근 교수님은 여당이 총선에서 대패할 위험성을 줄이기 위한 위험 회피적 결정이라고 분석하신 바 있습니다.
○ 선거제도가 특정 정당에 유리하다면 공정한 룰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 선거제 개편은 특정 정파의 정치적 유불리가 아니라 정치발전이라는 차원에서 논의되어야 합니다. 여기 계신 선배·동료의원님들 모두가 동의하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 제가 중대선거구제를 비판한다고 해서 소선거구제가 우월하다는 말씀을 드리려는 것은 아닙니다.
○ 어떤 선거제도든지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선거제는 우열의 문제가 아니라 선호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 제도 자체보다도 제도의 운영을 하는 사람이 중요하고, 제도와 밀접하게 관련된 정치 문화, 그리고 국민 수용성도 중요합니다.
○ 소선거구제를 채택하고 있는 많은 나라에서 우리 정치처럼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은 점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 우리 국민은 민주화 이후 유지되어 온 소선거구제에 익숙해 있고, 국민여론도 소선거구제에 대한 선호도가 높습니다.
○ 우리의 정치현실에서 소선거구제의 부작용을 중대선거구제 채택으로 완전히 해소할 수 없다면, 급작스러운 제도 변경에서 오는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우리의 정치문화에 친숙한 소선거구제를 유지하면서, 소선거구제의 단점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개선하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 소선거구제와 권역별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혼합형은 지역대표성과 비례성을 확보하고, 승자독식과 지역주의를 완화하며, 비수도권의 정치적 대표성을 높이는 장점이 있습니다.
○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단점인 위성정당 창당을 방지하는 장치는 반드시 필요합니다.
○ 일정비율 이상 지역구 후보자를 추천한 정당은 일정비율 이상 비례대표 후보자를 추천하도록 의무화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 제도 개선 만이 아니라 여야 정당이 다시는 위성정당을 만들지 않겠다고, 약속도 해야 합니다.
○ 혼합형 선거제도의 가장 이상적인 조합은 소선거구제의 대표성과 권역별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비례성을 균등하게 하는 것입니다.
○ 이번 선거제 개편은 지역구 의석과 비례대표 의석 비율을 최소 4:1로 하고, 그 다음 단계에서 2:1,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1:1로 맞추는 것이 바람직한 개편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 존경하는 선배·동료 의원 여러분, 제 아무리 좋은 약도 몸에 맞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듯이 제도는 문화와 잘 맞아야 합니다.
○ 다시 말씀드리자면, 정치가 국민의 사랑과 신뢰를 받기 위해서는 우리 정치문화에 잘 맞고 국민 다수가 원하는 소선거구제와 권역별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채택하고, 이 제도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촘촘한 설계를 통해서 부작용을 줄여나가는 것이 더 현실적인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 20년 만에 열린 전원위원회가 부디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경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