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불공정 기업들에게 부과한 과징금을 받지 못해 결손처리하는 금액이 지난해에 비해 22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정무위 김기준 의원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8억 6천만원이던 불납결손 처리액이 올해는 188억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올해 불납결손 처리된 회사 중에는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던 불법 다단계판매 회사 제이유네트워크와 한국도시개발도 포함돼 있다.
과징금이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기업에게 내리는 금전적인 제재수단인 만큼, 이같은 체납 과징금의 결손처리는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정무위 김기준 의원(새정치민주연합, 양천갑 지역위원장)은 “공정위가 체납과징금의 결손처리를 제대로 따진 뒤에 결정한 것인지 의문이다”며, “만약 공정위가 과징금을 조금이라도 더 걷기 위해 노력했다면 그 징수업무를 국세청에 위탁했을 것”이라 지적했다.
현행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공정위는 과징금 징수와 체납처분에 관한 업무를 국세청장에게 위탁할 수 있다. 국세청은 체납자의 금융조회는 물론, 거래채권 압류, 출국금지 요청권, 재산압류 및 수색권 등 보다 강력한 징수수단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업체가 폐업된 경우에는 2차 납세의무 제도를 통해 체납금을 환수하기도 한다. 2차 납세의무는 세법상 세금을 내야할 당사자에게 징수하고자 하였으나 돈이 없어 전부 또는 일부를 징수하지 못한 경우 그 징수할 세액에 미달한 금액을 그 당사자와 특수관계에 있는 제3자에게 2차적인 납세의무를 부여하는 제도를 말한다.
공정위는 또한 법에 따라 국세청에 체납과징금 징수 업무를 위탁하기 위한 <과징금체납처분업무위탁에관한규정>도 마련해 두고 있다. 이 규정에 따르면, 공정위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납부최고기한 30일이 초과시 지체없이 국세청장에게 체납처분업무를 위탁” 한다고 돼있다. 그러나 공정위가 국세청에 과징금 징수를 요청한 적은 단 한 차례도 없는 실정이다.
그러나 공정위는 “업체의 폐업 등으로 사실상 징수가 불가능하여 소멸시효가 완성된 경우 결손처분을 실시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또한 “자체적으로 체납자에 대해 독촉장 발송, 국토부 및 지자체 등을 통해 재산조회, 현장출장을 통해 납부독촉 및 소유재산 확보, 소유재산에 대해 압류 등 체납처분 등을 실시”한다는 이유로 국세청에는 체납과징금의 징수위탁을 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국세청이 업무가 과중된다는 이유로 공정위의 요청을 거절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기준 의원은 “공정위가 최선의 징수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결손처리업무 자체가 기업들이 과징금을 회피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며, “공정위는 국세청과의 ‘부처간 칸막이’를 제거하고 체납자의 지불능력을 정확히 파악하는 노력을 기울인 뒤에 결손 처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