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지금 거부권 정치의 후유증을 겪고 있습니다. 국회에서 길고 지루한 토론 과정을 거친 법안을 단칼에 거부권이라는 이름으로 날려버린 윤 대통령의 공약 파기는 결국 기득권 옹호로 귀결되었습니다. 코로나 방역복을 입고서 간호사들의 어려움을 이해한다고 했던 윤석열 대통령이 간호법 거부권 행사하면서 내뱉은 언어는 협박에 가까웠고 반드시 간호법을 제정하겠다고 철석같이 약속한 국민의힘 의원들이 나와서 간호사들의 가슴을 후벼 파는 반대토론을 들으면서 어떻게 이렇게까지 모질게 굴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낱같은 기대감으로 국회 방청석을 가득 메웠다가 간호법 부결을 확인하고 힘없이 울먹이며 퇴장하는 간호사들의 뒷모습을 보며 마음이 아팠습니다. 대통령의 완력을 보여준 거부권 정치는 일단 성공한 것으로 보입니다. 간호사들의 눈물과 간호법 반대 세력의 환영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간호법 거부는 환자들 곁에서 오랫동안 일할 수 있게 해달라는 간호사들의 간절한 호소를 외면했을 뿐만 아니라 병원과 병원 밖에서 더 좋은 의료와 간호서비스를 기대하는 수많은 거동 불편 환자들의 기대도 동시에 저버렸습니다. 아울러 간호법 저지를 위해 간호조무사를 앞세우고 의료기사까지 넣어서 직역간 갈등을 부추긴 의료 기득권들은 아무것도 얻지 못했습니다. 모두가 패자가 되었고, 윤석열 대통령 혼자 승자가 된 것입니다.
민주당의 간호법 제정은 환자 곁을 떠나지 않게 해달라는 간호사들의 눈물 어린 호소에서 시작된 것이고 오늘도 제대로 된 의료와 간호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병원 밖 환자들인 재택 노인과 장애인들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민주당이 간호사 편을 들었다고 하지만, 우리는 간호조무사의 설움과 차별 해소를 위한 처우개선 요구와, 내 일자리를 뺏어간다는 의료기사의 불안과, 또 다른 노동자인 전공의들의 과로와 값싼 지불에 대한 불만을 모두 해결하는 노력의 일환으로 간호법을 추진했습니다. 민주당은 앞으로 환자 중심, 지역 완결형 의료체계를 목표로 의료와 간호와 돌봄을 연결하는 체계 구축에 다시 나설 것입니다.
공약 파기는 간호법에 그치지 않습니다. 어제 금융중심지 추진위원회에서 발표한 금융중심지 기본계획안에 의하면 서울과 부산의 금융중심지 추진은 알맹이가 없고,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대선 때 전북을 서울에 이은 두 번째 금융도시로 만들겠다고 하는 약속은 사라져버렸습니다. 공약을 공약으로써 지키지 않는 정부가 국민들의 지지를 받을 순 없을 것입니다.
어제 또 윤석열 대통령은 복지의 시장화를 선언했습니다. 의료의 시장화와 복지의 시장화가 얼마나 위험한지 모르는 것입니다. 경쟁과 효율이라는 이름으로 복지의 시장화를 추구하면 시장의 실패는 더 강화될 뿐입니다.
국민연금 강화를 외치는 야당과 개인연금 활성화를 추진하는 여당, 오직 때려잡는 데만 능숙한 대통령과 아무 생각과 계획도 없는 정부, 반대만 하는 여당과 무언가 하려는 야당이 뒤바뀐 현실 속에서 그래도 우리는 민주당의 길을 가겠습니다.
2023.6.1.
더불어민주당 정책조정회의
김성주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 발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