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새벽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에서 아르곤가스 누출 사고가 발생해서 다섯 명의 노동자가 아까운 목숨을 잃었다. 지난 2일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에서 불산 누출 사고가 일어나 인부 3명이 부상을 입은 지 불과 일주일 여만의 일이다. 바로 그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에서는 약 3개월 전에도 불산 누출 사고가 발생해서 하청업체 직원 1명이 숨지고 4명이 다친 바 있다.
유해 화학물질의 경우, 일단 사고가 발생하면 그 피해가 치명적이고 국민 건강에 심각한 위협이 되기 때문에 특히 엄격한 관리가 필요하고, 기업들도 그 취급에 있어서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유해하고 위험한 화학물질 누출이 반복되어 인명 사고가 끊이지 않는 것은 무엇보다 기업의 안전불감증 탓이 크다. 기업들이 노후한 시설에 대한 투자를 소홀히 한 채 안전관리에 충분한 비용을 들이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위험한 작업에 대해서 원청업체가 직접 수행하지 않고, 낮은 비용으로 하도급업체에 맡기는 관행에서 중요한 문제점을 찾을 수 있다. 즉, 영세한 하청업체와 싼 값에 계약을 하다 보니 안전장비가 제대로 지급되거나 안전교육이 충분히 이루어지기 어렵고, 결국 현장에 투입된 하도급업체 노동자들이 끔찍한 재해의 희생자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사고의 경우에도 숨진 5명의 노동자는 모두 하청업체 직원이었고, 원청업체인 현대제철의 안전관리 책임이 큰 것으로 보인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유해화학물질 관리법 개정안을 낸 것은 바로 이러한 상황의 심각성 때문이었다. 국민의 안전을 더 이상 위험한 상태로 방치해서는 안된다는 공감대 위에서 여야 환노위원들은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고, 긴 시간동안 심도 깊은 논의를 거쳐 유해화학물질 관리법 개정안에 합의에 도달할 수 있었다. 안전관리에 대한 투자에는 유독 인색한 기업들에게 경종을 울리고, 대기업이 하청업체에게 위험한 작업의 책임을 부당하게 떠넘기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절박한 문제의식이 바로 개정안의 취지였다.
그러나, 법사위는 개정안의 체계나 자구가 아닌 내용을 문제 삼아 그 처리를 지연시키다가 마침내 환노위와 한마디 상의도 없이 개정안의 본질적인 내용들을 뜯어고쳤고, 원청업체에 대해서 책임을 묻도록 하는 내용도 그 과정에서 조용히 삭제되어 버렸다. 이것은 중대한 국회법 위반이며 환노위의 입법권에 대한 심각한 침해일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기업의 비용 부담만을 우려하는 경제 5단체의 반발에 휘둘려 국민의 안전을 뒷전으로 미루고 노동자들의 건강마저 저버린 처사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오늘 현대제철에서 일어난 불행한 사고는 유해화학물질 관리법 개정과 관련해 법사위가 저지른 월권행위가 얼마나 부당하고, 위험한 결정인지를 똑똑히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국회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가치는 기업의 이익이 아니라 국민의 안전이어야 한다. 국민 모두가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최소한의 기준을 세우려던 환노위 개정안의 취지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한참 후퇴시킨 위법행위에 대해서 법사위는 잘못을 분명히 인정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해야 한다. 온 국민들이 똑똑히 지켜보고 있다. 독단과 월권으로 타 상임위 위에 군림하려는 법사위의 행태가 철저하게 시정되지 않는다면 국민들의 매서운 비판과 호된 질책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다시 한번 법사위의 혁신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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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510-김성태 의원, 기업 이익보다 국민 안전이 먼저다! 법사위는 즉각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해야 한다!.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