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할 경우 제3의 전문기관을 통해 검증하도록 한 국회(예산결산특별위 소속 제주해군기지사업 조사소위)의 권고마저 무시한 채, 정부가 일방적으로 강행한 제주해군기지 선박조정시뮬레이션에 중대한 문제점들이 드러나고 있다.
정부는 제2차 선박조정시뮬레이션(삼성물산 발주로 한국해양대학이 수행해 지난 2월 보고서 제출)을 항만 및 어항설계기준과 해상교통안전진단 시행지침에 따라 실시했음을 강조했다. 하지만 이 규정마저 지켜지지 않았고 시뮬레이션의 방향 및 조건 설정에 대한 중대한 오류도 발견되고 있다.
우선 국토해양부는 출항 시 항만 입구부의 선박속도가 항만 및 어항설계기준 상의 입항 기준 선속(5~7Knots)을 2배 이상 초과하는 선박조정시뮬레이션은 사고발생 위험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시뮬레이션 시나리오를 재설정하여 다시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국회에 제출했다.
그런데 제2차 선박조정시뮬레이션 결과 보고서에 나타난 출항 시의 제주해군기지 항만 입구부의 선속 역시 최고 15.4Knots로 기준 선속을 2배 이상 초과하고 있어, 해군은 같은 정부기관인 국토해양부의 의견대로 당연히 시뮬레이션을 재실시해야 한다.
또한 해상교통안전법에 근거한 해상교통안전진단 시행지침에 따르면 시뮬레이션은 주·야간을 같은 비율로 해서 실시하도록 되고 있지만, 제2차 선박조정시뮬레이션에서는 단 한차례의 야간 시뮬레이션도 수행되지 않았다.
해군은 그 이유를 크루즈선은 주간에 입․출항을 실시하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부산항의 크루즈선 입출항 사례만 살펴봐도 야간에도 크루즈선 입출항은 분명히 이뤄지고 있다.
이외에도 해상교통안전진단 시행지침은 안개 등으로 인한 시정 제한과 긴급고장이 발생했을 경우를 가정한 시뮬레이션을 입·출항 시 모두 최소 1회 이상 실시하도록 규정돼 있지만, 해군은 이를 어긴 채 아직까지 그 사유조차 명확히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제주해군기지에 대한 2차 선박조종시뮬레이션은 그 방향 및 조건의 설정에서부터 중대한 오류를 범하고 있다.
시뮬레이션 결과보고서는 제주해군기지에 크루즈선 2척이 입항하는 경우 남방파제에 먼저 입항한 선박이 서방파제로 이동 접안한 후에, 나중에 입항하는 선박이 남방파제에 접안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남방파제에 접안된 크루즈선을 서방파제로 이동하려면 배를 이동시키는 예인선을 필수적으로 사용해야 하는데, 과연 이에 따른 추가비용(입출항경비의 40% 정도의 추가비용 발생)과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강정을 찾을 크루즈선사가 있는지, 그리고 이런 항만을 세계적 관광미항이라 할 수 있는 지에 대해 정부는 결코 답을 할 수 없을 것이다.
이처럼 제주해군기지에 대한 제2차 선박조정시뮬레이션은 결코 그 객관성과 공정성을 갖추지 못한 부실덩어리의 시뮬레이션이다.
따라서 정부는 당연히 시뮬레이션을 재실시 해야 할 뿐만 아니라 제주도측 추천 전문가가 포함된 국무총리실 검증위원회가 선정 또는 참여하는 제3의 전문기관을 통한 검증을 실시함으로써, 시뮬레이션 검증을 둘러싼 모든 의혹을 해소하고 검증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또한 정부는 아직까지도 15만톤급 크루즈선 2척의 안전하고 자유로운 입출항이 가능함을 입증하지 못하고 있는 만큼, 그 방안이 마련될 때까지 공사를 일시 중단해야 하며, 이런 조치가 취해지지 않을 경우 제주도는 즉각적인 공사 중지 명령의 처분을 내려야 할 것이다. 정부가 진정 국회의 부대의견을 준수하고 제주 해군기지를 둘러싼 갈등해결의 의지가 있다면 결코 이를 회피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