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 등 이유로 국무총리실 자료제출 거부, “형사처벌 대상”-
-입법조사처 “국조 자료제출, 타법보다 증감법이 우선”-
‘세월호 침몰사고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에서 세월호 침몰 관련 방송보도의 문제점 등을 확인하기 위해 국무총리실에 관련자료의 제출을 요구했지만, 국무총리실은 “사생활, 개인정보 보호” 등의 이유로 자료제출을 거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세월호 국정조사특위 위원인 최민희 의원이 국회 입법조사처에 법률검토를 의뢰한 결과 “증감법(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상의 자료제출의무가 통신비밀보호법이나 개인정보보호법상의 정보제공금지의무에 우선한다”고 입법조사처가 밝혔다.
■ 청와대의 KBS 통제 밝혀 줄 총리공관 CCTV 영상, 국무총리실 제출거부
KBS노동조합의 폭로에 의해,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이 사퇴한 이후 새로 보도국장에 임명된 백운기씨가 보도국장 임명 전날인 5월 11일 청와대를 방문한 사실이 밝혀진 바 있다. 당시 KBS의 세월호 보도에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김시곤 전 국장의 증언이 나온 직후 제기된 이 폭로로, 청와대가 KBS 보도책임자에 대한 인사에까지 개입했다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됐다. 청와대가 공영방송 KBS 전반을 통제했고 세월호 보도까지 좌지우지했다는 것이다.
최민희 의원은 이 같은 의혹의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지난 6월 3일 국무총리실에 ‘2014년 5월 11일 오후 2시부터 5시까지의 국무총리 공관 출입문 CCTV 영상’을 6월 10일까지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최민희 의원실이 추가로 취재한 바에 따르면, 백운기 전 국장은 5월 11일 오후 총리공관 앞에서 청와대 모 관계자를 만났는데, 바로 백 국장이 만난 사람이 누구인지 확인하기 위한 자료제출 요구였다.
이에 대해 총리실은 “제출 가능 여부를 검토하겠다”며 시간을 끌다가 6월 10일에 구두로 “제출이 어렵다”며 자료제출을 거부했다. 총리실은 공관 CCTV 영상의 보존기간이 한 달이라며 6월 11일이면 해당 영상이 삭제될 예정이라고도 밝혔다. 이 같은 답변에 최민희 의원은 6월 10일 총리공관을 방문해 국무총리실 ‘정무실장’으로부터 “해당 영상을 삭제하지 않고 보존하겠다”는 확답을 얻고, 이날 국조특위 위원 9명의 공동요구로 국조특위 위원장실을 통해 다시 해당 영상을 제출할 것을 국무총리에 요구했다. 이는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 제10조 제1항(위원회가 조사와 관련된 서류제출요구를 하는 경우에는 재적위원 3분의 1이상의 요구로 할 수 있다)에 따른 것으로, 이러한 자료제출 요구를 거절할 경우 ‘증감법’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등에 처하게 되어 있다.
하지만 국무총리실은 자료제출 기한 마지막날인 6월 17일 “증감법에 따라 자료제출을 요구받는 경우에도 「개인정보 보호법」에서의 정보주체 또는 제3자의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는 개인정보의 수집 목적외 사용제한 취지 등에 따라 본건 자료제출은 한계가 있다”며 자료제출을 거부했다. 다만 국무총리실은 “국회 요구인 점을 감안, 동 건을 법제처의 법령해석 및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 심의 의뢰한 후 그 결과에 따라 결정하겠다”고 덧붙이긴 했다.
하지만 국회 입법조사처의 법률 검토에 의하면 국무총리실의 이 같은 답변은 자료제출 거부 명분을 만들기 위한 일방적인 주장에 불과하다.
■ 입법조사처, “통비법·개인정보법보다 증감법이 우선, 형사처벌 대상”
입법조사처는 “증감법 제2조는 ‘이 법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다른 법률의 규정에 불구하고 누구든지 이에 응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증감법상 의무가 다른 법률에 우선함을 명시하고 있다”고 분명히 했다. 즉 “위원회 의결 및 재적위원 3분의 1 이상의 요구 등 자료요구에 필요한 적법한 절차를 거쳤다면 원칙적으로 증감법상의 자료제출의무가 통신비밀보호법이나 개인정보보호법상의 정보제공금지의무에 우선한다”는 것이다.
특히 개인정보보호법의 경우 제18조 제2항 제2호에서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 개인정보를 목적 외의 용도로 이용하거나 이를 제3자에게 제공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어, “국회법 및 증감법 상의 자료요구권 규정은 개인정보 제출의 근거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입법조사처는 다만 “자료의 관련성 요건, 사생활 침해 금지 등의 국정조사의 한계 규정이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이러한 경우에도 모든 개인정보가 국회 자료요구의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은 아니며, 국정조사와 관련하여 공익성과 필요성이 인정된다면 결과적으로 개인정보에 대한 권리를 제한하더라도 국회 자료요구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법률검토 의견을 밝혔다.
아울러 입법조사처는 요구자료의 ‘국정조사와의 관련성’에 대해 “자료제출요구 요건으로서의 국정조사와의 관련성 인정 여부는 일차적으로 국정조사위원회가 스스로 판단하는 것”이라며 “위원회 의결 혹은 위원회 재적위원 3분의 1 이상의 요구를 통해 자료제출을 요구하며, 따라서 대상 자료와 국정조사와의 관련성 여부는 위원회의 의결 등 과정에서 결정되게 된다”고 밝혔다. 즉 국조특위가 위원회의 의결이나 재적위원 1/3 이상의 요구로 특정 자료에 대한 제출을 요구하게 되면 그 자료는 ‘국정조사와의 관련성’이 인정된다는 것이다. 반대로 의결을 거치지 못하거나 1/3 이상의 요구를 충족하지 못한 자료는 그것으로서 국정조사와의 관련성을 인정받지 못하게 된다는 해석이다.
따라서 최민희 의원을 비롯한 세월호 국조특위 위원 9명이 공동으로 국무총리실에 제출을 요구한 ‘총리공관 CCTV 영상’은 그 자체로 국정조사와의 관련성이 인정된 것이며, 그에 따라 개인정보보호법에 우선하여 국정조사법 및 증감법 등에 따라 제출해야 되는 것이다.
증감법 제12조 제1항은 “정당한 이유없이 서류 제출요구를 거절한 자는 3년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제2항에서 “검증을 방해한 자에 대하여도 형이 같다”고 정하고 있다. 또한 제15조에서는 “위원회는 제12조 등의 죄를 범하였다고 인정한 때에는 고발하여야 한다”며 특히 “청문회의 경우에는 재적위원 3분의 1 이상의 연서에 의하여 그 위원의 이름으로 고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 역시 법률검토 답변에서 “정당한 이유 없이 자료제출을 거부한 경우 이에 대하여는 증감법에 따라 형사처벌이 부과될 수 있다”고 분명히 밝혔다.
최민희 의원은 이와 관련해 “국무총리실은 세월호 국정조사특위가 국회법․국정조사법․증감법에 따라 제출을 요구한 총리공관 CCTV 영상을 즉각 제출해야 할 것”이라며 “만약 계속 제출을 거부한다면 국조특위 차원에서 고발을 추진할 것이며, 새누리당이 동의하지 않는다면 청문회를 통해 반드시 고발해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