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은 산재를 숨기기에 바쁘고, 고용노동부는 기업 봐주기에 급급해 노동자들의 고통만 날로 늘어가고 있다. 사단법인 한국안전학회가 지난해 5~10월 조선·철강·자동차 원청업체 40곳과 하청업체 1310곳을 대상으로 ‘산재 은폐’ 조사를 실시했음에도 고용부 산하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요구로 최종보고서에서 이를 통째로 누락시킨 것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애초 이 조사는 노동자가 산재사고를 당했을 경우 기업의 책임문제 개선을 목적으로 시행된 것임에도 불구하고 설문조사가 객관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보고서에서 제외한 것이다. 고용부는 산재보험의 적용범위를 늘리는 대책을 내놓았지만, 기업들은 산재를 숨기려하고 노동자들은 기업의 눈치를 보느라 아파도 아프다는 말도 못하는 실정이다. 대체 이 같은 대책마련이 무슨 소용인지 고용부에 묻지 않을 수 없다. 산재보험 개편을 외치기 이전에 ‘산재 은폐’ 실태를 투명하게 공개하여 노동자들의 인권과 처우개선에 적극 앞장서는 것이 고용부의 역할이다. 아플 때 치료받을 수 있는 권리는 국민 누구나가 누려야 할 당연한 권리이며, 노동의 건강은 사회와 국가의 건강과도 직결되어 있다는 것을 반드시 기억하기 바란다.
■ 대책없이 무분별한 규제완화, 또 다시 이어지는 대형참사
의정부아파트 화재 참사가 벌어져 안타까운 생명들이 목숨을 잃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어제 오후에는 또 강북의 한 도시형생활주택 1층 주차장에서 불이나 인명피해가 발생하는 일이 벌어졌다. 지난해 세월호 사고의 경우 이명박 정부 시절 20년이었던 선령제한을 30년까지 풀어줘 세월호참사의 원인을 제공했다.
의정부 화재사고의 경우 안전대책 없이 추진된 도시형 생활주택이 참사를 키운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는 등 무분별한 규제완화가 얼마나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지 보여주고 있다. 도시형생활주택은 2009년 이명박 정부 시절 서민주거안정을 이유로 각종 안전 및 편의 시설 설치의무를 대폭 완화해 건설 할 수 있게 만든 정책으로 지난해 11월까지 인허가를 받은 도시형 생활주택은 전국적으로 3만6074가구에 육박한다.
또한 건물 간격이나 주차공간 확보 등의 규제를 받지 않는 상업지역에 주거용 건물을 지을 수 있게 하다 보니 불법주차로 소방차의 진입이 힘들고 건물간격이 최소 50Cm만 넘으면 되니 건물사이의 좁은 간격이 연통 역할을 해 쉽게 불이 옮겨 붙을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무분별한 규제완화가 돌이킬 수 없는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명백히 보여주고 있는데 무조건 규제완화만 외칠 것인가?
박근혜정부도 부동산 활성화를 이유로 수직증축을 허용하고 있다. 2011년 이명박정부에서 조차 수직증축관련 TF팀을 가동해 반년 넘게 검토했지만 구조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다고 불허한 사항이었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대통령의 한마디에 성과에만 급급해 원칙도 기준도 없는 규제완화방안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잘못된 규제완화는 국민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박근혜정부의 규제완화에 대한 근본적 인식전환이 없다면 또 다른 참사를 막을 길이 없다는 점을 강력히 경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