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차무시한 감독해임, 비리직원 억대 위로금 지급, 선수선발 외압까지 조광래 감독 - 김윤덕 의원에 호소 “개혁주체는 축구인 아닌 국민 몫”
최근 대한축구협회장이 “차기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며 국정감사를 피해 해외출장을 선택했지만, 결국 축구협회의 독선·밀실행정은 국민여론의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김윤덕(민주통합당, 전주 완산갑)의원은 19일 “그동안 수차례 경고카드를 받았던 축구협회가, 아직도 반칙과 실수를 반복해 국민들의 퇴장명령을 받을 수도 있다”고 우려하면서 “규정과 절차를 무시한 채 국가대표감독을 해임했는가하면, 비리혐의 직원에게 특별 위로금을 지급해놓고 뒤늦게 반환소송을 진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이 날 “무엇보다도 조광래 전 감독의 해임은 너무도 억울하고 비상식적인 처사”라며 조 감독과 주고받은 이메일 서신을 공개했다.
당초 김 의원이 이날 대한체육회를 상대로 한 19일 국정감사에서 참고인으로 채택했던 조 감독은 편지를 통해 “관심을 가져주셔서 고맙다. 나는 재야의 야인이다. 축구협회가 휘두른 칼에 감독직을 내려놓은 지 10개월이 흘렀지만 악몽은 여전하다. 인간적인 모멸감과 정신적인 충격도 가시지 않는다”며“축구협회 수뇌부와 한 자리에 함께하는 것은 더 고통이다. 더구나 다 같은 축구인끼리 ‘누워서 침 뱉기’인 것 같아 국회 출석에 응하지 못한 점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소회를 밝혔다.
자신의 해임과 관련해 “국가대표팀의 선임과 해임은 기술위의 권한이자 결정사항인데, 저의 해임을 두고 기술위가 열린 적이 없다”면서 “경질관련 기자회견에서 협회전무와 기술위원장이 절차상의 하자를 시인한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일각에서는 보이지 않는 힘(협회 명예회장)이 작용했다는 주장도 있는데, 잘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일방적인 해임발표 후 아직까지 매듭짓지 못한 잔여연봉 지급문제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창피한 일이지만, (해임 후)한 푼도 지급받지 못했다”면서“당초 계약기간이 올해 7월까지 였는데, 얼마 전 협회 사무총장이 찾아와 4개월치 월급만 받으면 안 되겠냐고 설득하기에 면박을 줬다”고 밝혔다. 그러면서“할 말이 없고 너무 아쉽다. 한 번 눈 밖에 나면 되돌릴 수 없는 것이 협회의 생리인 것 같다”고 심정을 토로했다.
하지만 축구협회는 국가대표 감독과 코치의 잔여연봉은 다 지급하지 못하면서, 비리혐의 직원을 사직시킬 때는 퇴직금 이외에 억대의 위로금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협회가 이 직원과 ‘재직 중 알게 된 기밀사항을 발설하지 않는 대신 2년 치 급여를 지급한다’는 내용의 합의서를 작성해, 공개되지 않은 또 다른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축구협회를 향한 조 감독의 무한 애정과 안타까움도 고스란히 묻어났다.
“축구협회는 거대한 기득권이지만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라며 국가대표 선발에 대한 외압 경험을 털어놓았다.
“대표선발은 감독의 고유권한인데, 부끄러운 자화상이지만 외압은 존재했다”고 고백한 조 감독은 “협회 수뇌부가 한 선수의 발탁을 끈질기게 요청해, 코치들과 상의했지만 ‘아직은 아니다’는 결론을 내리고 외압과 타협하지 않은 적이 있다”면서 “그 선수를 뽑지 않은 후 협회의 시선이 더 차가워졌고, 협조도 잘 되지 않았다. 그들은 부인하지만 이것이 슬픈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또 “축구협회는 자정능력을 상실했고, 수술이 필요하지만 집도의가 없다”면서 “고름은 짜내야하고, 죄송스럽지만 축구협회를 개혁할 주체는 축구인이 아닌 국민의 몫”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