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월성1호기가 사고 날 시 직접적인 피해를 입는 울산 시민들입니다. 우리는 지금 모든 인류에게 단 하나의 보편적인 과제, 생명을 존중하고 미래 세대에게 지속가능한 삶을 물러주는 것, 그 책임을 다 하기 위해 이 선언을 시작합니다.
울산시민들은 지금 원전의 위협으로 불안과 공포가 일상이 된 삶을 살고 있습니다. 지난 연말 사이버 원전 테러 위협은, 원전이 테러 대상이 될 수 있고, 이는 영화 속 가상이 아니라 현실일 수 있음을 자각케 했습니다. 게다가 가동을 앞둔 신고리 3호기 배관에서 질소 가스가 새어나와 안전관리를 담당하던 노동자 세 분의 죽음을 목격하고, 신규 원전조차 안전하지 않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여기에 언제 사고가 날지 모르는 노후 원전 월성1호기, 고리1호기를 양 옆에 두며 살고 있는 울산시민들의 심정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울산시민들의 불안은 다양한 상상으로 이어져 이미 현실의 절박함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엄마로서 아침에 학교로 간 아이를 저녁에 만나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상상, 회사 정문을 들어서면서 오늘 이 곳이 나의 무덤이 될 수 도 있겠다는 상상, 평생 일궈온 내 집이 하루아침에 폐허로 변할 수도 있겠다는 상상, 119차가 지나가거나 어디선가 사이렌 소리만 들려도 ‘혹시 원전 터진 거 아닌가’란 상상. 지금 울산시민들은 모이면 ‘저거 하나 터진다’는 말을 수시로 합니다. 울산이 더 이상 오래 살 곳이 못 된다는 사실을 깨닫고, 울산을 ‘언젠가는 떠난다’ 하거나 이미 떠났거나 또는 자식만은 반드시 울산을 떠나보낼 거라 합니다. 부모들은 자식들이 이런 지역에 살 수 밖에 없게 한 자신이 후회스럽고, 아이들에게 미안합니다. 그렇다 해서 당장 떠날 수 없는 현실의 굴레에서, 그렇다면 여기 울산에 살고 있는 동안이라도 조금이나마 마음 붙이고 살기 위해서는 뭔가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금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월성1호기 수명연장을 심사하고 있습니다. 국가의 운명과 국민의 생명을 좌지우지하는 중차대한 결정을, 몇몇 전문가들이 몇 번의 회의를 통해 판단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뿐더러 그렇게 해서도 안 될 일입니다. 더구나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들 내에서조차 ‘안전성’에 대한 판단이 다른 가운데, 이를 ‘표결’로 결정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우리 국민들은 자신의 생명권에 대한 판단을 이들에게 내맡긴 적이 없습니다. 월성1호기의 문제는 이미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지난 2년 동안 멈춰있어도 전력수급에 문제없었고, 가동할수록 적자이며, 안전성과 경제성을 이유로 종주국 캐나다조차 포기한 원전을 왜 이리 고집합니까? 후쿠시마 이후 98% 공정을 끝낸 새로 지은 원전조차 폐쇄하는 나라도 있는 마당에, 오래 돼 언제 터질지 모르는 원전을 어찌 이리 고집합니까? 그리고 무엇보다도 사용후핵연료 처리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등장하고 있는 지금, 경수로 원전보다 방사능폐기물을 5배나 더 발생시키는 원전을 왜 계속 가동해야 합니까? 백만분의 하나라도 사고가 난다면, 우리 울산시민들의 생명과 재산 그리고 우리 아이들은 어찌 된단 말입니까? 간곡히 요청합니다. ‘울산시민들의 생명과 재산의 안전을 생각해주십시오.’ ‘월성1호기 수명연장을 결정한다면, 불안에 떨며 일상을 살아가야할 울산시민들의 고통을 느껴주십시오,’ ‘수명 끝난 월성1호기 폐쇄를 이번에 반드시 결정해 주십시오.’
원전은 인간 기술로 통제할 수 없는 구조적인 한계를 갖고 있다는 것이 갈수록 분명해지는 현실에서, 원전에 의존하는 에너지 정책은 하루라도 빨리 변화되어야 합니다. 원전으로부터 가장 위험한 지역에 살고 있는 울산시민들은 ‘핵 없는 세상, 지속가능한 사회’를 향한 그 첫 걸음으로 수명 끝난 월성1호기는 당장 폐쇄를 촉구하는 만인 선언을 시작하며, 우리의 선언은 계속 이어질 것을 약속합니다.
수명 다한 월성1호기 당장 폐쇄를 기원하는 울산시민들 10,026명 일동
※ 울산시민 만인선언 기자회견 2015. 2. 25.(수) 9:45 국회 정론관 참석자: 최수미 탈핵울산공동행동 집행위원장(010-5578-7228) 노옥희 울산부모교육협동조합 대표 황혜주 울산시민아이쿱 이사장 주최: 국회의원 최원식(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탈핵울산시민공동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