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5일, 저를 포함한 대한민국 국민 모두는 리퍼트 대사에 대한 폭력적 공격에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상식 있는 국민이라면 이와 같은 행위가 범법행위이며, 어떠한 주의, 주장도 물리적 공격행위를 통해 정당화할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습니다.
일주일이 지난 지금 우리 사회는 마크 리퍼트 미국 대사의 피습 사건을 통해 다시 한 번 드러난 우리 사회의 안전 불감증과 허술한 보안의식에 대한 개선방안을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때 아닌 ‘종북숙주론’으로 들끓고 있습니다.
지난 9일 새누리당 대변인과 의원들은 새정치민주연합을 종북숙주 정당이라고 정치적 공세를 하고, 우리당 의원들의 이름을 일일이 열거하면서 마치 이들이 배후인 것처럼 몰아가는 치졸한 행태를 보여주었습니다. 일부 종편과 언론들도 정확한 사실규명도 없이 새누리당의 정치공세를 받아쓰면서 대한민국을 분열과 정쟁으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새누리당에 묻고 싶습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종북숙주 정당이라면, 지난 18대 대선 때 대한민국 유권자 1469만명(득표율 48.02%)이 당시 문재인 후보를 지지했는데, 그 분들이 모두 종북숙주를 지지하는 국민이라는 말입니까? 130석의 의석을 가진 민주적 적통을 이은 야당과 대한민국 유권자 절반을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서 종북숙주로 공격하는 새누리당이 과연 ‘국민통합’을 말할 자격이 있습니까?
새누리당의 주장대로 김기종씨가 종북이라면 김기종 씨가 회원이고 행사를 주최했던 민화협은 무엇입니까? 민화협 대표 상임의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7인회 멘토 중 한 명이며, 박 대통령의 호위무사로 불렸던 홍사덕 씨입니다. 대표적 친박 인사인 이성헌 전 의원이 상임집행위원장입니다. 회원인 김기종씨가 종북이고 김기종 씨와 한 가닥 연관이 있는 야당의원이 종북이면 홍사덕 민화협 대표상임의장은 종북의장입니까?
새누리당이 국회운영의 카운트 파트너이며, 대통령마저 국정운영을 위해 대표 회동을 추진하는 야당을 향해 ‘종북숙주’라고 정치적 마타도어를 일삼는 것을 보면서 참담한 심정을 금할 수 없습니다. 4월에 치러질 보궐선거를 이기기 위한 정치적 계산이라면 국정을 책임질 자격이 없는 것이고, 경제민주화와 복지, 서민경제 회생과 전월세 문제 등 산적한 민생 실패를 덮고자 하는 것이라면 너무 몰염치한 짓입니다.
새누리당은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합니다. 국정을 책임지는 여당이 선거승리를 위해 꼼수를 부리고, 민생은 팽개치고 불필요한 정쟁을 앞세우는 것에 대해 부끄러워하고 반성해야 합니다.
박근혜 정권과 새누리당은 또 한 번 안전과 보안에 실패했습니다. 우리 정부는 국민 안전을 지키지 못하더니 외교사절과 같은 주요 인사에 대한 보호에도 취약함을 노출했습니다.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은 선거승리를 위한 매카시즘 선동이나 분열에 집착할 것이 아니라 깊은 반성 속에서 체계적인 안전시스템 마련에 나서야 합니다. 지금은 외교적 무지를 드러내는 호들갑이나 국익을 좀 먹는 종북선동을 벌일 때가 아닙니다.
지금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은 안전과 보안의 위기상황을 다시 겪지 않기 위해 임진왜란 이후 유성룡처럼 ‘징비록’을 써야합니다. 이 땅에 붕당정치를 불러들인 선조 임금처럼 ‘변명과 책임 떠넘기기’를 해서는 안 됩니다. 조선을 전쟁과 위기로 몰아간 자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민생을 멀리하고 당파에만 매몰된 기득권자들이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김기종씨는 독도와 위안부 문제, 친일문제 등으로 일본 극우세력에 대한 비판의식을 가지고 활동해 온 사람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김기종씨는 독도 및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서 일본의 후안무치한 행태에 대해서 국회에서 성명을 발표한 바 있고 저도 그 자리에 함께 한 적이 있습니다. 일본 역사문제, 독립운동 관련 행사장에서 조우한 적도 있습니다. 저는 김기종 씨의 폭력행위를 찬성하거나 주장에 동조한 것이 아니라 독도와 위안부 문제, 일본 우익인사들의 신사참배 등에 항의하는 것에 공감했을 뿐입니다.
김기종의 리퍼트 미 대사에 대한 폭력적 공격이라는 범법행위 처벌은 당연한 절차입니다. 하지만 그가 리퍼트 대사에게 가한 공격을 예방하지 못한 것은 우리의 잘못입니다. 경찰은 리퍼트 대사에 대한 신변경호에 실패했으면서 책임자 문책도 없이 ‘검문검색’ 강화 등의 권한강화에만 나서고 있습니다. 새누리당은 야당을 상대로 ‘종북선동’에만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징비록’을 써야할 시기에 책임을 피하자고 ‘사화’를 일으키고 있는 것입니다.
한미동맹은 김기종씨의 폭력적 공격으로 흔들릴 만큼 유약하지 않습니다. 외교적 호들갑이나, 과잉대응은 한미관계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종북논란은 한미동맹과 국익을 저해하는 몰상식한 반외교적, 반국익적 행위입니다. 비온 뒤에 땅이 굳는 것처럼 한미동맹의 강화를 위해 조용하고 차분한 대응이 필요합니다.
새누리당에게 다시 한 번 촉구합니다. 이제 종북극장의 막을 내릴 때가 되었습니다. 대통령과 여당이 할 일이 아닙니다. 보궐선거는 그동안 정부와 여당이 2년 동안 펴온 경제정책과 정권운영에 대한 중간평가를 민심을 통해 확인하면 됩니다.
여당과 야당이 경쟁해야 할 것은 민생입니다. 가장 시급하게 다뤄야 할 것은 국민들의 생활과 일자리 경제입니다.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이 민생파탄의 징비록을 쓰지 않기 위해서라도 야당과 국민소득을 높이고 서민경제를 성장시킬 수 있는 경쟁을 벌여야 합니다.
종북으로 국민을 협박하고 분열시킬 것이 아니라, 국민과 소통하고 여당으로써 책임 있는 정책을 실현해야 합니다. 민심이 어렵다고, 당장의 여론 지지율을 높여보자고 이념정쟁으로 도망치지 말고, 국민을 먼저 생각하는 책임 있는 정권, 정당이 되어야 합니다.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이 종북논란이 아니라 민생으로 돌아오길 촉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