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세월 시청자의 방송 참여와 권익을 증진시키기 위해 애써온 수많은 시민들과 활동가, 그리고 전문가들과 국회의 노력으로 만들어진 시청자미디어재단이 정치꾼들의 ‘낙하산 집합소’로 전락하고 있다.
‘정치평론가’라는 외형만 둘러쓴 채 노골적인 ‘친박 정치활동’을 펼친 덕분에 국무총리 비서실장으로 영전했던 이가 어느 날 갑자기 이사장 자리에 낙하산으로 내려오더니, 이제는 청와대 행정관을 지낸 인사가 경영지원실장 자리에 이미 내정됐다고 한다. 경영지원실장은 미디어재단 직제상 이사장 다음의 높은 자리로 내정설이 현실이 된다면 미디어재단의 최고위직을 정치꾼 낙하산들이 독식하게 되는 셈이다.
내정설이 제기되고 있는 최수영 씨는 한나라당 부대변인, 새누리당 수석부대변인과 박근혜 캠프 공보위원을 지낸 인물이다. 그리고 대선 뒤 청와대에 입성해 춘추관과 대변인실의 행정관을 지냈다. 이 이상 노골적일 수 없는 친여, 친정부 정치인인 것이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인물이 시청자미디어재단의 경영지원실장을 하겠다고 나설 수 있고 심지어 낙점되었는지 어안이 벙벙할 지경이다. 시청자미디어재단을 그렇게 만만한 기관으로 여긴 것인가. 새로 만들어진 기관이니 ‘얼씨구나’ 하고, 갈 곳 잃은 정치꾼들에게 한자리씩 나눠주기 좋은 ‘낙하산 집합소’로 여기게 된 것인가.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면 ‘착각도 유분수’라는 것을 분명히 밝힌다. 시청자미디어재단은 결코 그런 곳이 아니다. 민주정부 시절 지역에서부터 ‘방송의 주인은 시청자’임을 스스로 자각하고 실천하기 위해 자생적으로 커 온 시민들의 관심과,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수많은 활동가들과 전문가들의 노력, 그리고 구 방송위를 비롯한 관계기관의 지원 속에서 시청자미디어센터가 자리잡기 시작했다.
MB정부가 들어선 뒤 방통위가 시청자미디어센터를 방송통신전파진흥원에 위탁해 한동안 기형적으로 운영되긴 했지만 그 와중에도 시청자미디어센터의 성과들은 전국 각지로 확산돼 2곳이던 미디어센터가 5곳으로 늘어났다. 이 과정에서 국회도 미디어센터를 더욱더 지원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독립법인화’하기로 법제화까지 했는데, 정작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시청자미디어재단이 낙하산 집합소로 전락하다니 통탄할 일이 아닐 수 없다.
더욱 가관인 것은 현재 미디어재단이 공고한 경력직 채용에 특정 정치성향의 단체 등에서 활동한 인사들이 다수 지원해 낙하산 인사가 경영지원실장 외에도 더 있을 것이란 소문이다. 최민희 의원실에서 확인한 바에 따르면 이석우 이사장은 직원들이 보는 앞에서도 거리낌 없이 여기저기 전화해 “사람을 보내달라”며 낙하산 인사에 앞장서고 있다고 한다. 여기에 더해 공개 채용 중인 ‘경영지원부장’에 이미 방통위의 모 서기관이 이미 내정되어 있다고 한다. 원래 업무를 잘 알고 있는 시청자미디어센터 직원 중에 경영지원부장을 인선하려고 했는데, 방통위 서기관을 보내기로 하고 갑자기 ‘경력직 채용’으로 변경했다는 것이다.
도대체 앞으로 시청자미디어재단을 어디로 끌고 가려고 이러는 것인가. 그리고 대체 ‘공개 채용’은 왜 하는가. 우리는 시작부터 정치꾼들에 의해 시청자미디어재단이 망가지는 것을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정치꾼들의 낙하산 내정이 현실화된다면 이미 자격 없음이 만천하에 폭로된 이석우 이사장을 퇴진시키기 위해 총력을 기울일 것이다.